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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신변잡기들

홍어향 한 가득 머금어볼까요? 목포홍어와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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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다녀온지도 꽤 지났군요. 동호회 몇몇 지인들과 화끈한 홍어 얘기를 나눴고,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고, 그날로 바로 급조된 번개에서 이곳을 찾았습니다.
삼합 좋아하시는 분?
정말 제대로 삭힌 홍어가 있다면, 그것도 오케이?
쉽지 않을껄요.. 마치 목구멍을 녹이듯 타고 들어가는 홍어찜을 입에 머금을 자신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홍어를 과연 팔긴 하냐구요?
여긴 팝니다... ㅡ.ㅡ;;


세 명이 들어가 앉아 삼합 소짜 하나와 꼬막을 시켰습니다. 사실 삼합 소짜면 대충 1.5인분이나 되려나요? 셋이서, 그것도 홍어에 환장해갖고 찾아든 셋한테 소짜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긴 하죠. 그런데 왜 소짜를?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볼 요량으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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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미지의 그 홍어입니다. 아래로 살짝 걸려 보이는 게 익힌 돼지고기. 즉, 이게 삼합인거죠. 쉰김치는 따로 안 찍었습니다. 한두점 빼고는 거의 홍어 따로 고기 따로 이렇게 먹었거든요..ㅡ.ㅡ;;
홍어회는 삭힌 홍어 특유의 쏘는 맛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살짝 실망. 그래도 어지간한 곳에서 파는 홍어회에 비하면 삭힌 맛이 많이 나는 편이었죠. 이곳 홍어 메뉴에 흑산도 홍어는 따로 있던데, 일단 탐색전이라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흑산도홍어는 접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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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심용으로 따로 시켰던 꼬막입니다. 알이 굵직한 게, 입에 머금은 포만감이 아주 좋더군요. 이것만 갖고도 소주 몇 병은 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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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실망은 했지만, 삼합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한점 남은 걸 바라보며 아쉬웠죠...^^;;
그리고는 또 다른 메뉴로 시킨 게 바로 이 홍어찜입니다.
홍어찜 시킬 때는 주인아주머니께 쏘는 맛 강한 걸로 요청드렸죠. 이 순간부터 세기가 달라집니다...ㅡ0ㅡ

제가 처음으로 홍어를 접한 건, 나름 제대로 삭힌 홍어찜이었습니다. 아버지 회사가 있던 건물 관리인 아저씨와 함께 한 자리였는데요, 이 아저씨가 삭힌 홍어를 좋아한다고 하셔서 갔었던 집이죠. 당시 먹었던 홍어찜이 나름 제대로 쐈던 듯 합니다. 그 홍어 좋아한다던 아저씨가 한점 집어드시고는 더 이상 안 드셨으니까요...ㅡ.ㅡ;;

그런데, 이 집 홍어찜은 거기서도 비교 불가입니다. 만일 제가 난생 처음 먹어보는 홍어찜이 이것이었다면, 저는 아마 한 젓가락 이후로 건드리지도 않았을겁니다. 암모니아가 목구멍을 제대로 태우면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위장 다 태워먹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맛을 자랑했습니다.

뭐...
이것도 신났다고 먹긴 했죠. 많이 못 먹어서 그렇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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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대로 삭힌 홍어찜이라며, 사진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일행 한 분더러 젓가락으로 들고 있으시라 하고 찍어둔 겁니다...ㅡ_ㅡ;;


셋이서 제대로 삭힌 홍어라며 신났다고 먹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서비스라면서 홍어 애를 갖다주시더군요. 이건 사진이 없습니다. 오자마자 젓가락 세 쌍이 들어왔다 나가니 빈접시...ㅡ..ㅡ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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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먹고 있으니, 서비스가 하나 더 나옵니다. 간단히 매운탕이라고 부르시던데, 홍어 애탕이라고 한답니다. 혹시 제대로 삭힌 홍어가 너무 괴로워서, 얼큰한 국물로 속 달랜다고 이거 한 숟가락 푹 떠서 삼켰다간.. 지옥 중의 지옥을 경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삭힌 홍어를 넣고 매운탕을 끓이면 어찌 될까요? 시너지 효과 대단합니다. 입안 한가득 감도는 암모니아향 진한 얼큰한 맛을 즐기지 않는 한, 절대 조금씩만 떠드세요...ㅎㅎ



그럼 꼬막은?

셋이서 이 정도 홍어 메뉴면 이미 양 많습니다. 여기다가 또 주종을 막걸리로 선택했으니, 이미 배는 빵빵해지는 중.. 그 알 굵고 맛 좋은 꼬막이 웁니다. 주인아주머니, 남정네 셋이서 꼬막 제대로 못 까서 못 먹는 걸로 생각하시고, 또 친절히 다 까주십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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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이거 너무 많이 남겼어요...ㅠㅠ
까기 어려워서 못 먹은 게 아닌지라...ㅠㅠ
그래도 주인아주머니께 감사.. 또 감사......^^;


이곳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목포홍어와탁주'라는 집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환한 미소와 반가운 목소리로 맞아주는 친절함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치 시골 동네 분들을 만나는 것 같은 투박한 인심이 있는 곳입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3번출구로 나가, 출구 방향으로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처음 만나는 사거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1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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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집에 갈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 갔다가 나오는 순간, 온 몸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아주 진동합니다. 버스, 지하철 등등.. 그런 민폐가 없어요. 심지어,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빨고, 목욕까지 하고 나와도 그 냄새가 완전히 가시질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눈 따갑다고 피할 정도죠. 이건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또 가고싶어지네요. 그 '흑산도홍어' 맛보러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