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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신변잡기들

"추억 사세요" 별다방 미스리


지난 7월 7일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죠. 아내가 느닷없이 데이트를 하자고 합니다.
'이 아줌마가 또 뭔가 먹고싶은 게로구나'
-_-
마침 일찍 퇴근해도 될 때여서 일 끝내고 길을 나섰습니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안국동 인사동길 입구.

이 곳에 별다방 미스리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니 온통 메모지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여기저기 메모지가 마치 나뭇잎처럼 매달려 있군요. 모두 다 방문했던 손님들이 남긴 메모들입니다. 다양한 글귀가 있겠죠.

창가쪽 빈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천으로 둘러진 메뉴판이 이채롭습니다.


이곳의 식사 메뉴는 오로지 이것 하나 뿐입니다.
추억의 도시락.
이름 그대로, 사진 그대로 양은 도시락통에 계란후라이, 볶은 김치와 옛날 소시지 등이 함께 담겨 나오는 도시락입니다.


실물은 이렇습니다. 왼쪽에 살짝 보이는 것은 꽃게로 국물을 우려낸 된장국입니다. 이건 '추억'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겠죠? ^^;
보통 이 도시락을 마구 흔들어서 섞어 먹곤 하는데요, 담겨있는 볶음김치에서 국물이 은근히 많이 나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흔들었다간 온통 김치국물이 흐르는 참사를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내가 마구 흔들다가 국물 흐르는 바람에 닦느라 애먹었어요..ㅡ_ㅡ
저는요?
저는 뭐.. 그냥 비볐죠...ㅡ_ㅡV

양이 좀 되긴 합니다만, 도시락 하나에 5,500원은 좀 비싸단 생각입니다. 맛은 뭐.. 추억맛?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메뉴를 두고 절대적인 맛을 따질 건 아닐 테니까요.


열심히 드시고 계신 우리집 아줌마. 결국 남겼습니다.
너무 많아서?
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_-
(뒷 테이블에 계신 분들 얼굴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와서 부득불 모자이크했습니다. -_-;; )

핸드폰을 꺼내 뭔가 주섬주섬 챙기는 아내. 이 가게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꺼내듭니다. -_-
고른 건 한과,
그리고는 메뉴판에서 독특해 보이던 메뉴, '별다방 냄비 빙수'를 시킵니다.
'이걸 누가 다 먹으라고!!!'
참고로 저는 한과 잘 안 먹습니다...-_-


후식(??!!)이 나왔습니다.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밥 안 먹고 이것만 먹어도 배 부를 듯;
저는 결국 먹다 먹다 포기


아내가 끝까지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저 떡은 고스란히 남기고, 한과는 결국 싸갔습니다. -_-

이곳은 식당?
앞서 밝혔듯 식사메뉴는 오로지 도시락 하납니다.
그럼 찻집?
차 종류는 여럿 있습니다만 찻집이라고만 하기도 다소 애매한 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게는 무엇을 파는 곳?


자리 옆에 잔뜩 붙어있던 메모 몇 개 차용해봅니다.
참 솔직하죠?
네. 맛있는 음식점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값은?
비싸다고 생각 들기도 합니다.
인사동 권역이 싼 곳은 아니기도 하지요.

그럼 이 가게는 어떤 특징이?

이 가게는 여느 음식점, 까페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특별한 것을 팝니다.
'추억'입니다.
양은도시락을 난로에 얹어 태워먹곤 하던 세대에게는 오래 전 어린 시절 추억을,
요즘 아이들, 청소년, 대학생, 신세대 직장 초년생들에게는 마치 오래 된 장난감 가게를 구경하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을 줍니다.
부루마블 전에는 최고의 보드게임(?)이었던 뱀주사위놀이,
쫀드기, 아폴로와 같은 불량식품들은 이제 옛 추억을 간직하던 세대들에게도 낯선 풍경입니다.


별다방 미스리는 안국동 인사동길 입구에 서서 인사동길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보이는 모퉁이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