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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시절, 전투기 엔진 정비를 위한 군용 386 노트북을 접했었습니다. 야전에서 운용하기 위해 매우 튼튼하게 만들었고 폭우에도 끄떡없게 구성한 노트북이었죠. 화면 크기는 아마 12인치 정도였을 겁니다. 흑백 TN 패널이었죠. 어차피 DOS 환경이었던 터라 흑백이라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다만 이 노트북 무게만 10여kg에 달하고 크기도 요즘 나오는 슬림 PC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크고 두꺼웠죠.

어디까지나 군용 특수 노트북이었으니까요.

컴퓨터 하드웨어 필자생활을 시작한 지난 1997년부터 제 손을 거쳐간 노트북이 제법 됩니다. 지난 2005년에는 십 수 종의 노트북을 리뷰한 기억이 있군요. 하지만 이때도 제 수중에 제 소유 노트북은 없었습니다. 아직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적절히 구축되지 못한 때라 노트북을 갖고 야외에서 작업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터와 집에 제 손에 맞는 컴퓨팅 환경을 갖춰둔 때였던지라 노트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도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집에 노트북이 있긴 했습니다만 제 것이 아닌 프로그래머 마눌 것이었죠.


그러다가 2007년에 들어서 휴대성 좋은 11.1인치 노트북을 제 첫 노트북으로 장만했습니다. TG에서 내놓은 에버라텍 1500이라는 모델이었는데요, 11.1인치로 작고 가벼우면서 당시 제가 요구하는 성능은 무난히 낼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메모리 뱅크가 하나 뿐인데다 하우징이 통짜라 메모리 업그레이드하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만 ULV 코어듀오 CPU를 얹고 최대 성능으로 대략 4시간 정도 쓸 수 있는 모델이었죠. 이 노트북은 이후 미국, 독일 출장, 홍콩 취재를 거치며 제 필수 기기가 되었습니다.


*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사진입니다. 사진촬영 중 휴식시간에 막간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는 중이었죠.


하지만 이때도 노트북은 아쉬울 때의 보조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노트북은 아주 잠깐씩 공용 인터넷을 탈 때와 간이로 원고를 작성할 때만 썼죠. 3년 남짓 썼지만 실제 활용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쯤 그간 쓰던 에버라텍 1500을 도태시키고 맥북에어 11.6인치 모델로 바꿨습니다. 여전히 노트북의 필수 요소를 휴대성에 두고 있었던지라 무조건 작고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죠. 에버라텍 1500도, 맥북에어도 모두 11인치급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 맥북에어는 다음 세대 모델이 나온 지금도 아무런 불편 없이 노트북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해주고 있습니다.


2007년에 비하면 환경부터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아이폰으로 촉발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이것은 무선 데이터 통신망이 대중화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국망인 3G망, SKT의 T로그인과 KT의 에그로 대표하는 와이브로망이 근거리 네트워크로 대체할 수 없는 불특정 지역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끔 해준 거죠. 제 수중에도 아이폰 3Gs가 들어왔고 늘 남아도는 데이터 패킷을 활용하고자 맥북에어와 연동시켜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모바일 네트워킹이 맥북만 되는 건 아닙니다만, 마침 이 시기에 이리 쓰기 시작하면서 노트북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죠.

맥북에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의 활용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그 까닭 가운데 모바일 네트워킹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한 번 충전으로 대략 5시간 가까이 쓸 수 있다는 점, 애플 특유의 포인팅 시스템으로 마우스를 따로 갖추지 않고도 포토샵 작업 등 포인팅 디바이스 비중이 높은 작업에 불편함이 없다는 점, SSD를 저장매체로 하기 때문에 쓰면서 마구 흔들려도 문제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워낙 작고 얇고 가벼워 늘 가방에 넣어 휴대하고 다니며, 집에서도 데스크톱을 켜는 대신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거실 쇼파에 앉아 맥북에어를 쓰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전에는 노트북이 서브였는데 이제는 데스크톱이 그저 파일 저장소에 불과해져버렸죠. 물론 본격적으로 원고작업을 하거나 사진 작업을 할 때는 데스크톱을 켭니다만..

그런데 이 맥북을 쓰면서 역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죠. 좋냐 나쁘냐, 옳냐 그르냐를 떠나 우리 나라 인터넷 환경은 철저히 인터넷 익스플로러 위주입니다. 각종 뱅킹, 관공서, 쇼핑몰 결제 등이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동작하기 일쑤죠. 그나마 최근들어 오픈뱅킹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64GB용량에 윈도우까지 깔아두고 쓰기는 무리입니다. 외장 하드디스크나 메모리를 꽂아 쓰는 것도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죠. 이런 까닭에 맥북에어를 즐겨 쓰면서도 윈도우 기반 노트북을 참참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러던 차에 눈에 들어온 노트북이 레노버 씽크패드 X1입니다.

* 왼쪽이 가장 얇은 곳 실측 두께, 오른쪽이 가장 두꺼운 곳 실측 두께입니다. 가장 얇은 곳은 맨 끝에서 최단 두께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보니 다소 두껍게 나왔습니다. 제조사측 사양으로는 17mm라 합니다.


씽크패드 X1은 씽크패드 시리즈가 IBM에서 레노버로 넘어간 이후 처음 제 맘에 들어온 모델입니다. 13.3인치급으로 다소 크긴 합니다만 가장 두꺼운 곳이 20mm에 불과한 얇은 두께에 1.69kg이라는 가벼운 무게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일단 휴대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적당한 타협선을 두고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야외에서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제조사 측에서는 5시간 이상 쓴다고 밝히고 있지만 직접 테스트한 후배의 말로는 일반적인 운용환경을 가정하고 썼을 때 대략 3시간 반 정도 운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HDD 대신 SSD를 넣는다면 맥북에어 11.6인치와 대략 비슷한 시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맥북에어 13.3인치가 대략 7시간쯤 쓴다니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습니다만, 대신 완전히 충전할 때까지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전원 공급에 대한 불만도 적당히 타협하고 있습니다. 도킹시키는 별도 배터리 모듈을 연결하면 10시간 정도 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뭐, 저라면 별도 배터리 모듈까지 들고 다닐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시원시원하게 커다란 키보드가 인상적입니다. 노트북이지만 타자 칠 때 불편함이 훨씬 적습니다.


또 하나의 눈여겨볼 것은 포인팅 디바이스입니다. 그간 여러 윈도우 노트북을 접하면서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이것인데요, 따로 마우스를 휴대한다는 것은 노트북을 쓰기 위해 탁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노트북 취지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장치가 아니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이 씽크패드 X1의 포인팅 디바이스는 지금까지 접해본 윈도우 노트북들 가운데 단연 으뜸입니다. 우선 씽크패드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빨콩'이 있습니다. 이를 잘 쓰는 사람은 이 포인팅 스틱만으로도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니 무조건 환호할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높이 평가한 건 포인팅 스틱이 아닌 터치패드입니다. 지금까지 접해본 윈도우 노트북 중 가장 큰 터치패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크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간 불만이었던 터치패드 세로 길이까지 길어졌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일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이니 훨씬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실제로 포인터 이동, 터치, 스크롤 등 작업이 매우 부드럽고 가벼웠습니다. 이 정도면 따로 마우스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 터치패드가 클 뿐 아니라 감도도 매우 좋습니다.


불안정한 야외에서 운용하는 기기인 만큼 내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LED 백라이트가 들어가면서 매우 얇아진 상판은 마그네슘 합금입니다. 게다가 패널 겉에는 고릴라글라스를 써서 칼로 긁어도 흠집조차 나지 않습니다. 힌지는 180도 이상 넘겨지기 때문에 너무 꺾여서 망가질 위험도 적습니다. 하판은 탄소섬유를 써서 적당한 탄성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씽크패드 X1은 여기에 투수성을 더했습니다. 맥북들이 모두 취약한 부분이 바로 침수인데요, 씽크패드 X1는 키보드 상판에서 바닥으로 구멍을 뚫어 액체가 흘러 밑으로 빠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침수되긴 합니다만, 그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게 커피 한 잔 정도 분량은 아닙니다. 적어도 침수 상황에서 전원을 꺼서 데이터를 보호할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죠. 맨 앞의 물방울 맺힌 키보드 사진은 제가 실제로 연출한 후 촬영한 사진입니다. 다만 옆에서 컵을 엎었다든지 하는 상황과 같은 측면으로부터의 침수에는 무방비라는 점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키보드는 백라이트를 채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별도 조명 없이 쓰기 편리합니다. 고릴라글라스로 흠집을 막은 디스플레이 패널, 투수성을 갖춘 키보드 등은 불안정한 야외에서 운용성을 높여줍니다.


물론 불만이 없는 건 아닙니다. 13.3인치임에도 불구하고 해상도가 1366×768인 점은 정말 최악이라고밖에 생각 안 됩니다. 값이 좀 더 비싸더라도 1440×900 혹은 1600×900 해상도가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동영상 감상이 아닌 한 낮은 세로해상도는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으로 활용함에 있어 커다란 핸디캡을 줍니다. 제목표시줄, 메뉴바, 작업표시줄, 상태표시줄을 빼고나면 남는 공간 정말 좁습니다.

국내 시판 모델에는 USIM칩을 연결해 별도 무선 데이터망 접속 기기 없이 곧장 광대역 무선 데이터망에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 빠져있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통신사와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문제다 보니 그렇겠죠. 이럴 때는 슈퍼갑인 양 힘을 부리는 국내 이동통신사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따로 ODD가 달려있지 않음에도 각종 단자들이 대부분 뒤에 달려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특히 씽크패드 X1처럼 디스플레이 패널이 완전히 뒤로 넘어가는 모델이라면 뒤에 단자가 몰려있을 때 더해지는 불편함이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측면에 단자를 둔 것보다 아무래도 쓰기 불편하기도 하죠.


몇 가지 단점을 나열했고 그 중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윈도우 노트북 가운데서는 이 모델을 단연 으뜸으로 쳐주고 싶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액세서리 없이 노트북만 달랑 들고 나갔을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쓸 수 있냐입니다. 씽크패드 X1은 자체 전원만으로 3시간 이상 쓸 수 있고, 마우스가 없어도 대부분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불편이 덜합니다. 13.3인치는 휴대하기 살짝 부담되기 시작하는 크기입니다만 두께가 얇아 휴대성을 높여주며 무게도 가벼운 편에 듭니다.


씽크패드 X1의 은 초기 발매가는 코어 i5 2520M과 320GB HDD 모델로 160만 원대 후반, 160GB SSD를 얹은 모델이 190만 원대 후반이라고 합니다. 최근 출시 보도자료들에서 이 노트북을 가리켜 맥북에어 13.3인치 대항마로 소개하곤 했는데요, 맥북에어보다는 맥북프로 13.3인치 모델에 대응하는 모델로 보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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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렌즈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진 일반 파우치였다. 씽크탱크포토 제품임을 알리는 실리콘 레이블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 파우치로 간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씽크탱크포토가 처음 런칭되었을 때 몇 가지 렌즈 파우치가 함께 선보였었다. 무려 5년이 지났지만, 이때 선보인 파우치들은 일부 색상이 변경된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여전히 현장에서 즐겨 쓰이고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렌즈 파우치가 나왔을 때는 이미 탐락의 MAS 시스템이 있었고, 렌즈케이스 시장에서는 로우프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를 많이 타는 국내 시장에서 씽크탱크포토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파우치가 단시간 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스킨 시스템의 기초 배경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씽크탱크포토의 거의 모든 가방은 타 브랜드 제품들과 달리 내충격성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타 브랜드 가방과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 대비 1/3 수준에 머무르는 얇은 파티션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자 단점이 렌즈 파우치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단순한 이동 및 수납 개념을 넘어, 현장에서 쓸 경우에 다다랐을 때의 얘기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렌즈 파우치의 이상적인 형태는?

현장을 뛰는 기자 등의 사진가들은 최대한 가볍게,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보호를 위한 폼패딩이 두꺼울수록 수납 장비 보호력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늘어나는 부피는 기동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패딩이 없는 뉴스웨어 등의 촬영 조끼가 한때 인기를 끈 까닭도 이 때문이다.

처음 런칭된 2005년 당시, 씽크탱크포토의 렌즈파우치는 기존 타 브랜드 렌즈파우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단순했다. 밀폐를 포기한 극단적인 설계는 렌즈 수납을 빠르고 쉽게 도와줬고, 얇은 보호패딩은 파우치 부피를 줄여 몸에 더 밀착되도록 했다. 이렇게 줄어든 부피는 현장 사진가들에게 좀 더 폭넓은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밑받침해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사진가들을 통해 다양한 리포트 및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렌즈 파우치의 종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 파우치 모델에서 라인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을 현장 사진가들이 요구했다. 바로 폼패딩을 아예 빼버린, 보다 얇고, 작고, 가벼운 렌즈 파우치였다.


카메라 수납용품에서 폼패딩을 빼다!

스킨 시스템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덕은 스킨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폼패딩을 아예 배제해버렸다. 현장 사진가들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폼패딩이 빠져버리고 나니, 파우치는 지탱해주는 보형물 없이 그대로 흐느적거렸다. 기존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 파우치들처럼 스트링을 달아 넣어둔 렌즈가 빠지지 않도록 했지만, 이미 넣고 꺼내는데 있어 기존 렌즈 파우치보다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스킨 파우치에서 스트링은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덕은 이 스킨 파우치에 마치 메신저백의 플랩을 보는 것 같은 긴 플랩을 달았다. 벨크로로 고정되는 이 플랩은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뒤로 젖혀두고 쓰거나, 파우치 내부로 쑤셔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흐느적거리는 제품이다보니, 상호간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취재 현장에서 타인의 가방 등에 걸릴 확률도 늘었다. 덕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조직이 치밀한 100D 허니컴을 제품 전체에 걸쳐 적용했다. 범백에 먼저 적용되었던 100D 허니컴은 치밀한 조직으로 인해 외부와의 마찰을 극소화시켜준다. 즉, 타인의 가방 등와 마찰이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미끄러져버릴 뿐인 셈이다.

플랩을 고정시키는 벨크로에도 새로운 기법이 적용되었다. 사일런서 플랩이라고 명명된 독특한 기능은 필요에 따라 벨크로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 벨크로로 인한 소음을 없애준다. 만일 취재 현장이 정숙성이 요구되는 회견장이거나 공연장이라면, 이 사일런서 플랩의 필요성은 절대적일 것이다.

스킨 시스템은 총 5가지 파우치와 1가지 벨트로 출시되었다. 벨트는 스킨 벨트라 명명되었으며, 역시 어떤 폼패딩도 없이, 오로지 부피를 줄이는 것에만 치중했다. 5가지 파우치는 각각 스킨 침케이지, 스킨50, 스킨75팝다운, 스킨 더블와이드, 스킨 스트로브라 명명되었으며, 각각 바디케이스, 광각렌즈 파우치, 망원렌즈 파우치, 렌즈 2개 수납용 파우치, 플래시 수납용 파우치로 나왔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활용법

스킨 시스템이 선보이고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각각의 파우치를 갖고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스킨 침케이지의 익스펜더블 기능을 이용해 높이를 확장한 후,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으로 내부를 나눠 렌즈 파우치로 썼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바디 케이스로 쓰기도 한다. 스킨 스트로브에는 삼각대마운트와 후드를 뺀 캐논 혹은 니콘의 70-200mm F2.8 줌렌즈를 넣어, 스킨75팝다운을 대신해 쓰기도 했다.

이렇게 전용해서 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것은 처음 스킨 시스템을 요구하던 까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촬영을 나갈 때 스킨벨트와 스킨50, 스킨 스트로브를 빼놓지 않고 챙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으니까.

스킨 시스템은 기존 파우치들과 달리, 장비를 꺼내어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아예 파우치를 차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납작하게 몸에 붙일 수 있다.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파우치들이 적은 부피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렌즈드랍인과 같은 몇몇 특수 파우치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납작하게 붙여놓을 수가 없다.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적은 부피를 차지하도록 용도를 전용해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카메라 바디용 케이스로, 스킨스트로브는 후드와 삼각대마운트를 제거한 70-200mm F2.8 렌즈 수납용으로 전용해 쓰기도 한다.


그럼 장비는 어떻게 보호하냐고? 아마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궁금증이 이것일 거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장비 보호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스킨 시스템을 그냥 무시하면 된다. 스킨 시스템은 장비 보호를 아예 무시한 채 만든 것이니까. 이 스킨 시스템을 요구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니는 기자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현장에서 사진을 담아내는 것 뿐, 그 순간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그들의 값어치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있어 장비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보통 카메라 가방, 카메라 파우치라 하면, 일단 장비 보호를 위한 패딩을 생각한다. 즉, 패딩은 카메라 가방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킨 파우치는 이걸 뺐다. 카메라 가방에서 필수 요소를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을 뛰는 사진가들의 주문이었다. 그 결과는? 나는 현재 스킨 파우치만큼 현장에서 유용한 렌즈 파우치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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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을 찾았던 덕 머독은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어떤 가방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어반디스가이즈30에 노트북을 넣게 해달라고 말이다.

사실, 어반디스가이즈30도 평범한 형상의 숄더백은 아니다. 보통 생각하기에, 숄더백의 형상을 가장 평범하게 유지하고 있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는, 어반디스가이즈40과 50, 60 등, 가로로 긴 형태의 제품군이니까. 게다가 어반디스가이즈30은 겉으로 보기에 수납량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가방이니 다용도로 선뜻 선택하기에는 다소 주저할만한 가방이었다. 하지만, 이 가방은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들처럼 겉보기보다 많은 수납량을 자랑하며, 정방형에 가까운, 폭이 좁은 가방으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 휴대성이 뛰어나다. 내가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을 두고, 이 가방을 주로 들고다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 카메라 바디는 캐논 EOS-1D Mark III다. 덕이 방문했던 2007년 당시에는 캐논 EOS-1D Mark2N을 썼었다. 세로그립 일체형인 이 커다란 플래그쉽 바디을 갖고 다니면서 내가 즐겨 쓴 가방이 이 작아 보이는 어반디스가이즈30이었다. 어반디스가이즈30에는 내 카메라 바디와 함께 EF 70-200mm F2.8 렌즈와 EF 16-35mm F2.8 렌즈, 혹은 EF 28-70mm F2.8 렌즈와 플래시를 넣을 수 있었다. 이벤트 촬영, 혹은 취재용 장비 수납으로 딱 맞았다.

문제는 노트북이었다. 이벤트 촬영이야 그럴 일이 잘 없겠지만, 취재일 경우, 노트북을 함께 갖고 다녀야 현장에서 기사를 쓰고 송고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1.1인치 노트북을 썼으며, 이 노트북은 어반디스가이즈30의 뒷면, 롤링백에 걸기 위한 포켓에 넣어서 적당히 들고 다닐 수는 있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어반디스가이즈30과 어반디스가이즈35 개발 샘플. 어반디스가이즈30을 기초삼아 만들어진 어반디스가이즈35의 기본은 어반디스가이즈30의 높이를 키우고, 노트북 공간을 붙인 형태다.


어반디스가이즈35 개발에 착수하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가방은 가칭 어반디스가이즈35로 부르기로 했다. 어반디스가이즈30을 기초삼아 만들기에, 그 파생형 모델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숫자다.

어반디스가이즈30의 높이는 캐논 EF 70-200mm F2.8 렌즈나, 니콘 AF-S 70-200mm F2.8 렌즈의 높이에 맞춰 구성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높이에 맞을만한 노트북은 최대 10인치급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겨우 맞는 정도에 그친다. 여기에는 심지어 A4 용지 크기의 서류도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어반디스가이즈35는 노트북 수납을 위해 상하로 높이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럼 이 높이를 얼마나 키워야 할까? 이것을 위해 우리는 이 어반디스가이즈35에 수납하는 최대 크기의 노트북을 결정해야 했다. 어반디스가이즈50과 겹치지 않을, 어반디스가이즈30에 기초하는 기본 취지에 어울리는 노트북이 과연 몇 인치가 한계일까 를 생각해야 했다. 검토 끝에 결정된 노트북은 애플사의 맥북, 13.3인치급 노트북이었다. 우리는 맥북을 기본 바탕으로, 같은 화면 크기를 갖고 있는 노트북의 사양을 모조리 찾아봤다. 당시 기초 데이터를 만드는데 고려했던 노트북은 총 54종, 당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13.3인치 노트북을 모두 검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반디스가이즈35의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 최대 13.3인치형 노트북까지 당시 현존하던 대부분의 노트북 크기를 조사해 결과에 반영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나왔다. 폭이 좁은 가방에 노트북을 위한 수납 공간을 붙였더니, 가방 두께가 지나치게 두꺼워진 것이다. 가방 두께가 두꺼워지면 착용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 떨어지는 착용감은 휴대시의 하중 증가로 돌아온다. 즉, 편히 휴대할만한 가방에서 멀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트북을 수납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이상, 이렇게 늘어난 두께를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에 대한 보상이 될만한 구조적인 개선점을 이루어내기로 했다. 바로 다른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에서 불가능했던,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 바디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노트북 수납부로 인해 늘어난 두께는 약 4cm 가량이다. 만일 노트북 수납부와 카메라 수납부가 서로 이어진다면, 이 늘어난 두께만큼 카메라 높이를 높일 수 있다. 4cm면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 바디라도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카메라가 넘어온 공간만큼 노트북 수납 공간이 줄어드니, 이 상태에서 수납할 수 있는 노트북은 제약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이어지는 공간을 가방 상단부로 제한해, 가능하다면 카메라와 소형 노트북을 함께 넣을 수 있도록 고안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에는 2X 익스텐더를 단 캐논 EF 70-200mm F2.8렌즈가 캐논 EOS-1D Mark2N에 마운트된 채 11.1인치 노트북과 함께 수납되었다.


다른 가방들처럼 노트북 수납부와 카메라 수납부가 완전히 분리된 형식을 취하지 않고 공간을 변용할 수 있게 만들어 세로그립 일체형 바디를 렌즈 마운트 상태로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샘플 가방이 제작된 후,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높아진 생산단가다. 어반디스가이즈35의 생산단가는 한 단계 위 급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어반디스가이즈40의 그것을 상회했다. 우리는 새로이 시도해봤었던 몇 가지 기능을 제거해 생산단가를 어반디스가이즈40과 비슷하게 맞췄다.

당시 시장에서 휴대용 노트북의 주력으로 쓰였던 12.1인치급 노트북이,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와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지금이야 10인치급 넷북이 휴대용 노트북 시장의 대표주자로 있지만, 이 어반디스가이즈35를 개발할 당시에는 12.1인치급 노트북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반디스가이즈35의 가로폭을 늘려야 했다. 이것은 곧 기존 모델들과의 라인업 중첩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감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양산을 위한 최종 모델이 나왔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가방은 어반디스가이즈35라는 가칭이 그대로 제품명이 되어, 지난 2008년에 열린 P&I 2008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노트북과 프로급 DSLR 카메라 동시 수납

어반디스가이즈35는 다분히 프레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기존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가 프레스 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카메라를 늘 소지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게끔 보이고 싶은 직장인 등을 위한 가방으로 고안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반디스가이즈35의 기본 취지 역시 기존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와 다르지 않으며, 그 일반적인 요구 조건이 사실상 프레스 시장의 성향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그리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레스 시장을 지칭한 까닭은 다름 아닌 노트북 수납과 휴대성이다. 보도사진이 완전히 디지털SLR 기반으로 넘어왔으며, 시간을 다투는 취재 현장에서 곧바로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대다수의 기자들이 노트북을 쓴다. 따라서, 노트북이 수납되는 가방은 필수 조건이 되며, 프레스 지향 디지털SLR 카메라인 캐논과 니콘의 플래그쉽 라인업이 흔히 삼총사라 부르는 3개의 렌즈와 함께 수납되고도, 다른 기자들과의 취재경쟁에서 가방이 주는 영향을 극소화해야 한다. 어반디스가이즈35는 이것이 가능한 가방이다. 다만, 렌즈가 마운트된 프로급 DSLR을 12.1인치급 이상 노트북과 동시에 수납할 수는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뿐이겠다.


휴대성 강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장비를 수납하다보면, 숄더백 형태에서 어깨에 걸리는 하중은 대단히 강해질 수밖에 없다. 숄더백은 아무리 좋은 쿠션패드를 갖추고 있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크로스로 메더라도 장시간 착용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으며, 어반디스가이즈35에 넣을 수 있는 장비 수량을 일반적으로 계산해보면 약 7kg 가량, 가방 무게가 약 1.3kg 가량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취재를 위한 휴대에서 대략 8~9kg에 이르는 무게가 어깨에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 무게라면 장시간 휴대는 무리다.

어반디스가이즈35에는 기본 숄더 스트랩으로 어반디스가이즈40, 50, 60에 제공되는 커브드컴포트 스트랩의 소형화된 스트랩이 들어갔으며, 이들 제품들처럼 배낭처럼 휴대할 수 있는 숄더하니스가 부착되도록 하단부 D링을 추가했다. 무거운 하중을 양 쪽 어깨로 분산해, 장시간 휴대를 편안히 해주기 위한 기능성 확장이다.


옵션인 숄더하니스를 달아 배낭 형태로 멜 수 있도록 하는 한 편, 커브드컴포트의 소형 버전 숄더스트랩을 적용해 어깨 압박을 줄였다.


어반디스가이즈35는 처음 발의되어 시장에 공급될 때까지 대략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썼다. P&I 2008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가방은 디지털SLR 보급과 더불어 달라진 사진가들의 성향을 최대한 아우르고자 했다. 물론, 단점이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 동시 수납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부피 증가가 기반이 된 어반디스가이즈30의 가벼운 휴대성을 이어내지 못했고, 높아진 높이와, 마운트 상태의 수납법에서 오는 무게중심의 상향 이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균형 문제가 새로이 나타났다.

하지만, 욕심을 내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휴대가 간편한 세로 형태의 숄더백에 노트북을 함께 넣을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어반디스가이즈35의 값어치는 충분했으니까. 나는 마케터가 아닌 사진가의 입장에서 현장을 다녀보면서 가방의 부족한 부분을 느꼈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가방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만들어진 것이 어반디스가이즈35였다. 덕 머독은 '오직 사진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판매나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무시해도 좋다.'는 표현을 씽크탱크포토 창립 이념으로 삼았고, 이 말을 지켰다. 나는 이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2008년 3월, 다시 한국을 찾은 덕 머독 일행과 함께 인사동을 돌던 중,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행사를 접했다. 박상문 기자와 함께 행사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상문 기자는 어반디스가이즈30을, 나는 어반디스가이즈35를 휴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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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14mm F2.8 렌즈는, 삼양옵틱스의 첫 135포맷 풀프레임용 초광각 렌즈다. 완전 수동으로 동작하는 이 렌즈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운트에 맞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높은 가격과 보기 드문 제품군으로 인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20mm 이하 초광각 영역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135포맷 풀프레임을 위한 초광각 렌즈

파고들면 어렵지 않은 화각이 어디 있겠냐만, 135포맷 기준 20mm 이하의 초광각 영역은 확실히 소화해내기 어렵다. 물론 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개척 욕구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데, 대략 300mm 정도의 영역까지는 값이 낮은 렌즈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또, 촬영 후 원본 크롭을 통해 그 맛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광각 영역은 그렇지 않다. 20mm 보다 넓은 화각을 갖는 렌즈들은 공통적으로 값이 비싸기 일쑤고, 그나마도 16mm 이하 화각을 갖는 렌즈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이런 의미에서 우선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렌즈는 135포맷 풀프레임에 쓸 수 있는 14mm 단초점렌즈이며, 최대 개방 조리개값도 F2.8로, 빠른 렌즈에 속한다. 과연 이 정도 사양을 갖춘 캐논이나 니콘의 단초점 렌즈를 장만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까를 생각한다면, 이 렌즈의 값어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포커싱, 조리개 조절 등, 전기 신호를 통해 자동 조절되는 부분이 전무한, 완벽한 수동렌즈다. 하지만, 이런 초광각 영역에서 보여지는 깊은 심도는 수동 렌즈에 대한 거부감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 준다. 최단 초점거리는 28cm, 초광각렌즈답게 대략 3m 이상의 거리에서는 전 영역에 걸쳐 선명하게 나온다. 사진에 관한 매우 간단한 기초지식, 과초점거리만 알고 있다면 이 렌즈를 수동으로 씀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화각은 풀프레임 기준으로 115.7도, APS-C 규격 기준으로 93.8도다. APS-C 규격에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작은 센서를 가진 캐논의 경우는 89.9도에 머무른다. 또, 포써드에 적용했을 경우는 76.24도로 보다 좁아지지만, 그래도 135포맷 기준 30mm 이하의 광각 영역을 아우를 수 있다.


뛰어난 플레어 억제력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렌즈 구성은 10군 14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1매는 글래스 ASP, 또 다른 1매는 하이브리드 ASP다. 이 렌즈 구성 및 여기에 더해진 멀티코팅은 강한 빛에 의한 플레어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광각렌즈가 갖는 특성상 이 플래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플레어 억제 수준은 유명 렌즈 제조사의 초광각 렌즈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는 정도에 이른다.

6매의 조리개날이 만들어내는 야간 빛갈림도 깔끔하다. 광각임으로 인해 회절이 눈에 띄는 조리개값이 망원 영역에 비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 조리개값인 F22에서도 갈라진 빛이 퍼지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



구태여 Made in Korea를 내세우지 않아도,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값어치는 충분히 높다. 광학적인 성능에서만 본다면, 값에 빗댄 상대평가를 할 까닭이 없을 정도로 좋은 성능을 보여주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는 광각 화각에 대한 욕구를 적은 부담으로 해소할 수 있게끔 해준다.

물론 앞서 밝힌 것처럼, 이 렌즈는 완벽한 수동렌즈다. 렌즈를 동작시키거나, 노출 정보를 전달하는 그 어떤 전자접점도 갖추고 있지 않다. 조리개조차 렌즈에서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쓸 수 있는 노출 옵션은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과 수동노출 뿐이다. 초점은 오로지 촬영자의 눈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점은 단순히 광각을 열망하는 초보자 혹은 입문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앞서 거론했듯, 심도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이 렌즈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초광각으로 갈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고, 이것은 초점이 맞는 영역이 그만큼 더 넓어짐을 의미하니까.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이런 렌즈다. 카메라 브랜드를 불문하고 장만할 수 있는, 심지어 니콘이나 펜탁스의 기계식 완전 수동 필름카메라에조차 적용할 수 있는 초광각 렌즈, 낮은 조리개값으로 인해 실내 촬영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고, 광학 특성이 뛰어나면서도 낮은 가격에 큰 부담 없이 장만할 수 있는 렌즈다.

20mm 이하의 초광각 영역은 강한 왜곡을 거꾸로 활용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강렬한 인상때문에라도, 많은 사람들이 초광각 영역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초광각 영역 렌즈를 구할 수 없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망설이고 있다면,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로 시선을 돌려보자. 약간의 지식만 갖추고 있다면, 어느 렌즈 부럽지 않게 높은 만족도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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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야흐로 태블릿 전성시대. 단지 아이패드 출시로 촉발되었을 뿐인 태블릿 시장이 이제는 노트북 시장까지 넘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노트북보다 작고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 간편한데다 한 번 충전으로 쓸 수 있는 시간도 길어 이동용 단말기 수단으로 노트북보다 유리하죠. 게다가 상당수의 태블릿이 이동통신사와 결합해 휴대전화의 기능을 더한 한편, 이동통신망에 근간을 둔 광역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별도 장치 없이 쓸 수 있어 야외에서의 활용성은 노트북이 따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태블릿이라고 약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다보니 가뜩이나 화면도 좁은데 별도 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글자를 입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표적인 단점이죠. 이런 까닭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태블릿용 키보드가 여럿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태블릿이 블루투스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는 것에 맞춰 블루투스 인터페이스로 선보이고 있으며, 별도 키보드를 연동하는 만큼 글자 입력이 더 편안하게끔 풀사이즈에 가깝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블루오션샵의 프리돔 i-Connex 2도 이런 제품 중 하나예요. 이 제품은 휴대할 때 반으로 접을 수 있어 휴대할 때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블루투스 인터페이스로 어떤 기기든 연결

스마트폰, 태블릿을 겨냥해 나왔지만 블루투스 인터페이스만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떤 단말기에도 연동시켜 쓸 수 있는 것이 프리돔 i-Connex 2입니다. 표준 HID 프로파일을 취하고 있어 각종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안드로이드 OS나 애플 iOS 기반 장치 뿐 아니라 윈도우 기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리눅스 장치, 심지어 PS3까지 간단히 인식시켜 쓸 수 있죠. 표준 키배열에 숫자키 등을 더한 5열 75키로 구성했으며 멀티미디어 연동을 위한 별도의 특수키 6개를 더해 편의성을 더했습니다. 키보드 자체에 홈버튼이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면서 기기에 손댈 필요 없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갈 수도 있죠. 전원은 표준 AAA형 배터리 2개를 씁니다. 표준 AAA형 배터리는 어디서는 참 쉽고 부담 없이 구할 수 있죠.


프리돔 i-Connex 2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접이식이라는 점일 겁니다. 제 아무리 작게 만들더라도 풀사이즈 표준 키배열을 갖춘 키보드는 휴대성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죠.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은 태블릿에 쓴다면 태블릿에 근접하는 크기만큼은 소화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에 쓰기 위한 키보드라면 대책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이 바로 키보드를 접는 것이죠.


휴대성 증대로 인한 장단점 극명

프리돔 i-Connex 2는 정 가운데를 기준 삼아 절반 크기로 접힙니다. 접혀진 크기는 대략 어른의 손바닥 정도 크기. 갤럭시탭, 아이덴티티탭 등 7인치 급 기반 태블릿과 비슷한 면적입니다. 접었을 때 두께는 약 20mm 가량.

다만 이렇게 접히는 방식은 펼쳤을 때 테이블과 같은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 쓸 수밖에 없기 일쑤입니다. 접히는 부분이 확실하게 고정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프리돔 i-Connex 2도 펼쳤을 때 이를 고정시키는 핀이 있지만, 약 5도 가량 유격이 있는데다가 핀 길이가 짧아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 쓰지 않으면 파손 우려가 큽니다. 유격이 있는 만큼 자판을 제대로 두드리기도 힘들죠.


키 스위치 방식은 펜타그래프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노트북에서 주로 쓰는 이 방식은 키보드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어 각종 휴대용 키보드는 물론 요즘은 일반 키보드에서도 맴브레인 방식만큼 많이 쓰고 있습니다. 키스트로크는 약 1.5mm 가량, 글자 입력에 많이 불편할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부피 제약으로 인해 글자키를 제외한 대부분 키가 작게 만들어져 있다는 게 문제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둘로 나뉜 스페이스바는 크기도 작은데다가 그 아래를 지지하는 베젤 두께가 두꺼워 누르기가 썩 편치 못합니다. 프리돔 i-Connex 2의 가장 불편한 점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 스페이스바 입력 문제가 으뜸일 겁니다. 자판을 두드릴 때 가장 많이 누르는 키가 스페이스바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정말 치명적인 문제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네요.



휴대성과 편리함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을까?

프리돔 i-Connex 2는 휴대성을 강조한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입니다. 야외에서 노트북과 같은 용도로 활용할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갖는 단점인 글자 입력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죠. 글자 입력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장치인 만큼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편해야 할 겁니다. 다만, 휴대성이라는 부분이 이런 조건에 상충합니다. 프리돔 i-Connex 2가 갖는 딜레마도 이것이죠. 접이식 기구의 고정장치, 풀사이즈에 가까운 키캡 크기 등으로 보완하고자 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편리함과 휴대성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키보드는 정녕 무리일까요? 아쉬운 고민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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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여름철 피서라면 시원한 산을 찾아 계곡에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해수욕장 혹은 몇 년 사이 여기저기 생긴 각종 물놀이 시설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각종 수상 레포츠에 스쿠버 다이빙, 자전거를 이용한 투어링, 등산이나 트래킹, 캠핑 등 보다 활동적인 영역에 걸쳐 다양해졌죠. 그리고 디지털카메라, 핸드폰 내장 카메라 등의 보급으로 인해 이런 '특별한' 여가 활동을 사진에 담아 남기는 이른바 '인증샷'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전자기기입니다. 충격에 약하고 물과도 상극이죠. 최근 들어 콤팩트 카메라 중 방수 카메라가 여럿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생활방수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충격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성능 DSLR 카메라와 렌즈를 전용 배낭에 담아 둘러메고 길을 나서겠지만, 체력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익스트림 레포츠에서 크고 무거운 DSLR 카메라 장비는 그저 저주스런 짐일 뿐입니다.

사진 품질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덜어낸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어울릴만한 디지털 카메라가 있습니다. 펜탁스에서 내놓은 옵티오 WG-1 시리즈가 그 중 하나인데요, 작고 가벼운 이 콤팩트 카메라는 단순한 생활방수 수준을 훌쩍 넘어 어지간한 수중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10m 방수, 1.5m 높이에서의 낙하충격에 견디는 내충격 성능을 함께 갖춘 본격적인 익스트림 레포츠용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수심 10m, 2시간 방수
수중다이빙은 산소탱크 없이 수중마스크, 핀, 스노클만 착용하고 잠수하는 스노클링과 산소탱크를 착용하고 잠수하는 스쿠버 다이빙으로 나뉩니다. 스노클링은 보통 성인 기준으로 30초부터 약 2분 정도까지 잠수하며, 잠수 깊이는 약 5∼20m 정도에 이릅니다. 2m보다 깊이 들어가면 수압의 영향으로 제약이 따르기 시작하며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더해지죠. 전문 다이버의 경우 2009년 11월 기준으로 11분 35초동안 잠수한 것이 잠수 시간 세계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깊이 잠수한 기록은 고정 웨이트(CNF) 종목에서 88m, 무제한 종목에서 214m까지 잠수한 것이 세계 기록이라고 하네요. 스쿠버 다이빙은 산소탱크의 용량, 잠수하는 깊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잠수 시간을 달리 한다고 합니다.

보통 생활방수라 하면 수심을 기준으로 약 1.5m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JIS 방수 등급으로 7등급이 수심 1m에서 30분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며 1등급부터 7등급까지가 생활방수 영역에 해당한답니다. 이 정도 생활방수 성능을 갖춘 디지털카메라는 제법 많이 나와 있습니다. 간단한 물놀이 정도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겠죠.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 수온. 만일 미온의 스파에 갔다면 생활방수 카메라의 방수 성능은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생활방수는 말 그대로 생활방수일 뿐이고, 갑자기 만난 소나기나 예상하지 못한 불상사로 카메라가 오염되었을 때 물에 씻어내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 본격적인 수중 카메라는 아닙니다.


벽초지수목원에서 담은 '개잉어'(-_-;; )입니다. 사람 가까이 가면 졸졸 따라 다니는;;
카메라를 물 속에 완전히 담근 채 찍었습니다만, 옵티오 WG-1의 방수 성능을 100% 발휘한 건 아닙니다.
이 정도 깊이에 담글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시중에 많이 있습니다.


옵티오 WG-1 시리즈는 JIS 방수 등급 8과 JIS 방진 등급 6을 충족합니다. 수심 10m에서 2시간동안 연속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720P 30fps로 동영상을 담을 경우 8GB 메모리 기준으로 약 40분 가량 녹화할 수 있으니 연속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각종 스쿠버 다이빙 코스에서 내려가는 깊이가 수십m에 이르다보니 수심 10m라는 제약은 아쉽긴 한데요, 충분한 광량을 확보한 상태로 촬영할 수밖에 없는 콤팩트카메라인 만큼 수심 10m라는 것도 현실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독도 해역에서 발견된 산호 군락이 약 3m∼6m 수심이라고 하니 이 정도까지도 무난히 촬영할 수 있겠네요. 내장 플래시는 광각에서 최대 3.9m까지, 망원에서 약 2.5m까지 유효하고, 밝은 조명은 아니지만 전면 마크로 조명을 통해 근접한 피사체에도 자체 조명을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광량이 떨어지는 수중에서도 촬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충격 성능도 쓸만한 수준
옵티오 WG-1 시리즈의 강점은 이것말고도 있습니다. 단지 방수 기능만 갖췄다면 익스트림 레포츠의 파트너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았을 겁니다. 1.5m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충격으로부터 카메라를 보호하는 내충격성을 갖추고 있는데요, MIL 표준 810F 방식 516.5 충격 시험에 의거한 시험을 통해 1.5m 높이에서의 낙하 충격에 견디는 내충격성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뭐, 그렇다고 일부러 패대기쳐보지는 마시길;

등산이나 트래킹, 산악자전거를 이용한 산악종주 등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르는 레포츠에서 내충격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테면 등산 코스를 따라 산을 오르는데 바로 옆 나무나 바위에 카메라가 툭 부딪혔다면? 충격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부딪힌 순간 카메라 외형에 상처를 입으며 망가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까요.

옵티오 WG-1의 내충격성은 탱크처럼 단단하다고 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도 불의의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까지는 동작을 보장해줍니다. 이너줌 렌즈로 외부에서 움직이는 부분이 없고 LCD 외부도 코팅을 더해 충격이나 긁힘으로 인한 손상 요소를 최소화했습니다.


익스트림 레포츠용 카메라답게 각 부분 방수를 위한 실링 및 충격 방지 설계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손상에 가장 많이 노출된 후면 LCD 겉 패널은 코팅 처리해 손상 요소를 줄였습니다.


익스트림 레포츠에 특화된 카메라
그렇다면 옵티오 WG-1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은 어떤 수준일까요? 바위처럼 단단하고 잠수함처럼 뛰어난 방수 성능을 갖추고 있어도 결과물이 폰카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 가치가 없겠죠? 방수 및 내충격 성능을 위주로 만들다보니 카메라로의 성능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1,400만 화소급에 최대 감도 6400에 이르지만 1/2.3인치급 센서를 쓰다보니 한계가 있죠. 화소 집적도가 너무 높다보니 최대 이미지 크기로 보다는 그 절반 크기로 쓰는 편이 화질에는 좀 더 유리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무의미하게 화소 수 늘리는 경쟁은 이제 하지 말았으면 싶습니다. 1/2인치보다 작은 센서 크기에서 1,000만 화소 이상 집적하는 것은 여러 모로 득될 게 없습니다.

렌즈도 135포맷 환산화각 약 28mm∼140mm의 5배줌 렌즈지만 이너줌렌즈의 한계로 인해 조리개값이 F3.5∼F5.5로 다소 높습니다. 이너줌렌즈 특성상 렌즈 구경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오는 문제죠. 조리개값은 렌즈 구경과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아쉬운대로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과 마크로 촬영용 보조 조명을 갖췄습니다만, 이것이 높은 조리개값을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가뜩이나 센서가 작아 받아들일 수 있는 광량에 한계가 있는데, 그나마도 렌즈에서 많이 차단당하고 있는 셈이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겠습니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카메라고 하면 될까요?

 


광량이 좋은 맑은 날에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만, 작은 센서와 너무 집적시킨 화소 수, 조리개값이 높은 이너줌렌즈로 인해 사진 품질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비 내린 날이 너무 많아 많은 사진을 담아보지 못해 아쉽네요.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옵티오 WG-1 시리즈는 활동적인 익스트림 레포츠에 특화시켜 나온 보조 개념으로의 카메라입니다. 제법 훌륭한 방수 및 내충격 성능을 갖췄죠. GPS 모델은 GPS 모듈까지 들어가, 촬영한 위치정보까지 남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옵티오 WG-1 시리즈의 값어치를 매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값의 최신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들은 옵티오 WG-1 시리즈보다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갖췄지만 옵티오 WG-1처럼 물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어지간한 충격에도 멀쩡한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광량이 좋지 않으면 사진 품질을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콤팩트 카메라가 찍지 못하는 것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손상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다는 것이 옵티오 WG-1 시리즈가 갖는 특화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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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T 증후군 (Vodeo Display Terminal Syndrome)은 컴퓨터 직업병을 통칭한 표현입니다. 오랜 시간 컴퓨터를 이용하다보면 생기는 두통, 안구 건조증을 비롯해 목, 어깨, 팔 장애와 같은 근골계 질환까지 아우르는 질환이 VDT 증후군이죠. 컴퓨터가 업무의 기초 도구로 자리잡으면서 전자파 피해 규명 및 보상을 요구해왔으며 1994년 7월 노동부 요양급여 심의위원회에서 직업병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평범한 키보드를 오랜 시간 두드리다 보면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오곤 합니다. 이는 테니스 엘보와 유사한 증상으로 손목이나 팔꿈치에 통증이 오는 테니스 엘보와 달리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온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보통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문자를 보내는 일을 반복할 때 나타나곤 하지만, 직업상 장시간 타자를 치는 경우에도 이 증상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맴브레인 방식 키보드는 키캡 아래에 자리잡은 돔형 고무의 탄력으로 동작하죠. 이 돔형 고무를 맴브레인이라 부릅니다. 맴브레인은 정밀한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누르는 과정에서 키의 흔들림이 불규칙하고, 맴브레인이 접점을 누를 때 주는 충격도 일정하지 않아 무의식중 손가락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요즘 많이 쓰이는 펜타그래프 방식도 예외는 아닌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의 펜타그래프 방식 키보드가 얇은 두께를 위해 키스트로크(키캡이 눌리는 깊이)를 작게 만들어 접점에 닿을 때 충격이 커지곤 합니다. 또 이들 키보드는 내구성이 약해 어느 정도 쓰다 보면 맴브레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변형되어버리는데 이용자는 이런 상태를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쓰기도 하죠. 이런 상황 역시 손가락에 무리를 줍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기계식 키보드와 무접점 방식 키보드입니다. 이 중 기계식 키보드는 키 하나 하나에 스프링을 넣어 키압과 회복력, 키스트로크를 일정하게 맞춘 것입니다.


레오폴드 FC500R 표준 104키 배열 기계식 키보드. ESC 키캡은 별매 컬러키캡으로 교체한 것이며 기본 상태는 다른 키캡과 같은 색상입니다. 제가 선택한 모델은 적축스위치를 적용한 모델입니다.


평이함 속에 숨겨진 인체공학 구조
레오폴드 FC300R/FC500R은 키패드가 있는 평이한 형태의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일자형 104키 배열을 하고 있으며, 기계식 스위치로 유명한 채리사의 스위치를 적용했습니다. 각각 다른 특성을 갖는 4가지 스위치를 모두 적용해 이용자는 자신에게 맞는 스위치를 찾아 고를 수 있겠습니다.


폭이 넓은 키에는 채리사 순정 스테빌라이저를 적용해 흔들림을 잡았습니다.


클릭이라 부르는 청축 스위치는 키를 누를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인상적입니다. 키압이 가볍고 눌리는 느낌이 확실해 리드미컬하게 타자를 치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죠. 다만 딸깍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다보니 사무실 등 공공 장소에서 이용하기엔 부담이 있습니다. 하필 직장 상사가 저기압이라면? 뒤통수 한 대는 각오해야 할 지도;;

조용한 타이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넌클릭이라 부르는 갈축 스위치가 제격입니다. 청축처럼 키압이 가볍지만 딸깍거리는 소음이 없어 조용하죠. 기계식 키보드의 맛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장시간 타이핑에서 조용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앞서의 경우라면 최선의 대안이 넌클릭일겁니다.

리니어라 부르는 스위치는 흑축과 적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스위치는 키압이 높은 대신 반발력이 강해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입력해야 할 때 좋죠. 흑축이 더 높은 키압과 반발력을 가지고 있고 적축은 무게감을 덜어 좀 더 대중화를 꽤한 스위치입니다. 이들 리니어 스위치는 게임용 키보드로 적합하지만, 무게감을 줄인 적축 스위치는 일반 사무용 키보드로도 제법 매력적입니다.

FC300R/FC500R은 단지 기계식 스위치를 적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편안히 타이핑할 수 있게끔 키 배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손목을 키보드 아래에 고정시키고 손가락만 움직여가며 타이핑하곤 하는데요, 키보드와 손가락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손목보호대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FC300R/FC500R은 손목보호대 없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높이와 경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로 손목보호대 쓸 일이 없으니 그만큼 간결하고 편리합니다.

장시간 타자를 치려면 손가락이 고정된 위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각 키열마다 손가락을 내리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FC300R/FC500R은 스텝스컬처2 방식이라 명명한, 각 키열마다 눌리는 각도를 다르게 배열하는 방식을 써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백스페이스, 엔터, 쉬프트, 스페이스바 등 키캡이 큰 스위치에 스테빌라이저를 적용한 것도 키캡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눌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스텝스컬처2 방식을 적용해 편안한 타이핑을 돕습니다.


타자 속도가 빠르거나 여러 키를 동시에 입력해야 하는 게임 등을 위한 N키 롤오버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PC와 PS/2 방식으로 연결했을 때 FC300R/FC500R은 동시에 입력할 수 있는 키 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USB 방식으로 연결했을 때는 최대 7개까지만 동시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N키 롤오버 기능은 PS/2 인터페이스에서만 무한 입력됩니다. 표준 규격 미니 USB 단자를 이용한 탈착식 케이블 구조로 케이블이 망가졌을 때 교체하기 쉬우며, 중앙 및 양 옆 모서리로 케이블 가이드를 둬서 배선 처리가 간편합니다.


돈은 다시 채울 수 있지만 건강을 되돌리기는?
저는 지난 10여 년 간 쓰던 내추럴 키보드를 없애고 FC500R과 미니키보드인 포커X로 바꿨습니다. 혹자는 시중에서 5천원, 1만원 정도면 장만할 수 있는 맴브레인 키보드를 자주 바꿔가며 쓰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더군요. FC300R/FC500R의 시중 판매가는 12만 5천원, 일반 맴브레인 키보드를 5천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25개를 살 수 있는 돈입니다. 30만원을 훌쩍 넘는 무접점 방식 키보드보다야 낮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값이죠.

하지만 손가락에 무리가 왔을 때 발생할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 값은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봅니다. 이제는 전산 분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컴퓨터는 업무를 위한 기초 장치이자 생활의 기본 요소니까요.

그만큼 어느 누구나, 심지어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초등학생조차도 VDT 증후군에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한 번 잃은 건강을 되찾기는 어렵죠. 오래도록 건강한 손을 유지하기 위해 키보드에 이 정도 투자 정도는 해볼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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