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원고작업 - 해당되는 글 33건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렌즈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진 일반 파우치였다. 씽크탱크포토 제품임을 알리는 실리콘 레이블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 파우치로 간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씽크탱크포토가 처음 런칭되었을 때 몇 가지 렌즈 파우치가 함께 선보였었다. 무려 5년이 지났지만, 이때 선보인 파우치들은 일부 색상이 변경된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여전히 현장에서 즐겨 쓰이고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렌즈 파우치가 나왔을 때는 이미 탐락의 MAS 시스템이 있었고, 렌즈케이스 시장에서는 로우프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를 많이 타는 국내 시장에서 씽크탱크포토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파우치가 단시간 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스킨 시스템의 기초 배경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씽크탱크포토의 거의 모든 가방은 타 브랜드 제품들과 달리 내충격성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타 브랜드 가방과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 대비 1/3 수준에 머무르는 얇은 파티션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자 단점이 렌즈 파우치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단순한 이동 및 수납 개념을 넘어, 현장에서 쓸 경우에 다다랐을 때의 얘기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렌즈 파우치의 이상적인 형태는?

현장을 뛰는 기자 등의 사진가들은 최대한 가볍게,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보호를 위한 폼패딩이 두꺼울수록 수납 장비 보호력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늘어나는 부피는 기동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패딩이 없는 뉴스웨어 등의 촬영 조끼가 한때 인기를 끈 까닭도 이 때문이다.

처음 런칭된 2005년 당시, 씽크탱크포토의 렌즈파우치는 기존 타 브랜드 렌즈파우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단순했다. 밀폐를 포기한 극단적인 설계는 렌즈 수납을 빠르고 쉽게 도와줬고, 얇은 보호패딩은 파우치 부피를 줄여 몸에 더 밀착되도록 했다. 이렇게 줄어든 부피는 현장 사진가들에게 좀 더 폭넓은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밑받침해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사진가들을 통해 다양한 리포트 및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렌즈 파우치의 종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 파우치 모델에서 라인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을 현장 사진가들이 요구했다. 바로 폼패딩을 아예 빼버린, 보다 얇고, 작고, 가벼운 렌즈 파우치였다.


카메라 수납용품에서 폼패딩을 빼다!

스킨 시스템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덕은 스킨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폼패딩을 아예 배제해버렸다. 현장 사진가들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폼패딩이 빠져버리고 나니, 파우치는 지탱해주는 보형물 없이 그대로 흐느적거렸다. 기존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 파우치들처럼 스트링을 달아 넣어둔 렌즈가 빠지지 않도록 했지만, 이미 넣고 꺼내는데 있어 기존 렌즈 파우치보다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스킨 파우치에서 스트링은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덕은 이 스킨 파우치에 마치 메신저백의 플랩을 보는 것 같은 긴 플랩을 달았다. 벨크로로 고정되는 이 플랩은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뒤로 젖혀두고 쓰거나, 파우치 내부로 쑤셔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흐느적거리는 제품이다보니, 상호간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취재 현장에서 타인의 가방 등에 걸릴 확률도 늘었다. 덕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조직이 치밀한 100D 허니컴을 제품 전체에 걸쳐 적용했다. 범백에 먼저 적용되었던 100D 허니컴은 치밀한 조직으로 인해 외부와의 마찰을 극소화시켜준다. 즉, 타인의 가방 등와 마찰이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미끄러져버릴 뿐인 셈이다.

플랩을 고정시키는 벨크로에도 새로운 기법이 적용되었다. 사일런서 플랩이라고 명명된 독특한 기능은 필요에 따라 벨크로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 벨크로로 인한 소음을 없애준다. 만일 취재 현장이 정숙성이 요구되는 회견장이거나 공연장이라면, 이 사일런서 플랩의 필요성은 절대적일 것이다.

스킨 시스템은 총 5가지 파우치와 1가지 벨트로 출시되었다. 벨트는 스킨 벨트라 명명되었으며, 역시 어떤 폼패딩도 없이, 오로지 부피를 줄이는 것에만 치중했다. 5가지 파우치는 각각 스킨 침케이지, 스킨50, 스킨75팝다운, 스킨 더블와이드, 스킨 스트로브라 명명되었으며, 각각 바디케이스, 광각렌즈 파우치, 망원렌즈 파우치, 렌즈 2개 수납용 파우치, 플래시 수납용 파우치로 나왔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활용법

스킨 시스템이 선보이고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각각의 파우치를 갖고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스킨 침케이지의 익스펜더블 기능을 이용해 높이를 확장한 후,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으로 내부를 나눠 렌즈 파우치로 썼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바디 케이스로 쓰기도 한다. 스킨 스트로브에는 삼각대마운트와 후드를 뺀 캐논 혹은 니콘의 70-200mm F2.8 줌렌즈를 넣어, 스킨75팝다운을 대신해 쓰기도 했다.

이렇게 전용해서 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것은 처음 스킨 시스템을 요구하던 까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촬영을 나갈 때 스킨벨트와 스킨50, 스킨 스트로브를 빼놓지 않고 챙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으니까.

스킨 시스템은 기존 파우치들과 달리, 장비를 꺼내어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아예 파우치를 차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납작하게 몸에 붙일 수 있다.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파우치들이 적은 부피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렌즈드랍인과 같은 몇몇 특수 파우치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납작하게 붙여놓을 수가 없다.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적은 부피를 차지하도록 용도를 전용해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카메라 바디용 케이스로, 스킨스트로브는 후드와 삼각대마운트를 제거한 70-200mm F2.8 렌즈 수납용으로 전용해 쓰기도 한다.


그럼 장비는 어떻게 보호하냐고? 아마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궁금증이 이것일 거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장비 보호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스킨 시스템을 그냥 무시하면 된다. 스킨 시스템은 장비 보호를 아예 무시한 채 만든 것이니까. 이 스킨 시스템을 요구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니는 기자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현장에서 사진을 담아내는 것 뿐, 그 순간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그들의 값어치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있어 장비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보통 카메라 가방, 카메라 파우치라 하면, 일단 장비 보호를 위한 패딩을 생각한다. 즉, 패딩은 카메라 가방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킨 파우치는 이걸 뺐다. 카메라 가방에서 필수 요소를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을 뛰는 사진가들의 주문이었다. 그 결과는? 나는 현재 스킨 파우치만큼 현장에서 유용한 렌즈 파우치를 본 적이 없다.


 

Trackbacks 2 | Comment 0


지난 200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을 찾았던 덕 머독은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어떤 가방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어반디스가이즈30에 노트북을 넣게 해달라고 말이다.

사실, 어반디스가이즈30도 평범한 형상의 숄더백은 아니다. 보통 생각하기에, 숄더백의 형상을 가장 평범하게 유지하고 있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는, 어반디스가이즈40과 50, 60 등, 가로로 긴 형태의 제품군이니까. 게다가 어반디스가이즈30은 겉으로 보기에 수납량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가방이니 다용도로 선뜻 선택하기에는 다소 주저할만한 가방이었다. 하지만, 이 가방은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들처럼 겉보기보다 많은 수납량을 자랑하며, 정방형에 가까운, 폭이 좁은 가방으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 휴대성이 뛰어나다. 내가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을 두고, 이 가방을 주로 들고다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 카메라 바디는 캐논 EOS-1D Mark III다. 덕이 방문했던 2007년 당시에는 캐논 EOS-1D Mark2N을 썼었다. 세로그립 일체형인 이 커다란 플래그쉽 바디을 갖고 다니면서 내가 즐겨 쓴 가방이 이 작아 보이는 어반디스가이즈30이었다. 어반디스가이즈30에는 내 카메라 바디와 함께 EF 70-200mm F2.8 렌즈와 EF 16-35mm F2.8 렌즈, 혹은 EF 28-70mm F2.8 렌즈와 플래시를 넣을 수 있었다. 이벤트 촬영, 혹은 취재용 장비 수납으로 딱 맞았다.

문제는 노트북이었다. 이벤트 촬영이야 그럴 일이 잘 없겠지만, 취재일 경우, 노트북을 함께 갖고 다녀야 현장에서 기사를 쓰고 송고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1.1인치 노트북을 썼으며, 이 노트북은 어반디스가이즈30의 뒷면, 롤링백에 걸기 위한 포켓에 넣어서 적당히 들고 다닐 수는 있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어반디스가이즈30과 어반디스가이즈35 개발 샘플. 어반디스가이즈30을 기초삼아 만들어진 어반디스가이즈35의 기본은 어반디스가이즈30의 높이를 키우고, 노트북 공간을 붙인 형태다.


어반디스가이즈35 개발에 착수하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가방은 가칭 어반디스가이즈35로 부르기로 했다. 어반디스가이즈30을 기초삼아 만들기에, 그 파생형 모델에 해당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숫자다.

어반디스가이즈30의 높이는 캐논 EF 70-200mm F2.8 렌즈나, 니콘 AF-S 70-200mm F2.8 렌즈의 높이에 맞춰 구성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높이에 맞을만한 노트북은 최대 10인치급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겨우 맞는 정도에 그친다. 여기에는 심지어 A4 용지 크기의 서류도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어반디스가이즈35는 노트북 수납을 위해 상하로 높이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럼 이 높이를 얼마나 키워야 할까? 이것을 위해 우리는 이 어반디스가이즈35에 수납하는 최대 크기의 노트북을 결정해야 했다. 어반디스가이즈50과 겹치지 않을, 어반디스가이즈30에 기초하는 기본 취지에 어울리는 노트북이 과연 몇 인치가 한계일까 를 생각해야 했다. 검토 끝에 결정된 노트북은 애플사의 맥북, 13.3인치급 노트북이었다. 우리는 맥북을 기본 바탕으로, 같은 화면 크기를 갖고 있는 노트북의 사양을 모조리 찾아봤다. 당시 기초 데이터를 만드는데 고려했던 노트북은 총 54종, 당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13.3인치 노트북을 모두 검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반디스가이즈35의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 최대 13.3인치형 노트북까지 당시 현존하던 대부분의 노트북 크기를 조사해 결과에 반영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나왔다. 폭이 좁은 가방에 노트북을 위한 수납 공간을 붙였더니, 가방 두께가 지나치게 두꺼워진 것이다. 가방 두께가 두꺼워지면 착용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 떨어지는 착용감은 휴대시의 하중 증가로 돌아온다. 즉, 편히 휴대할만한 가방에서 멀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트북을 수납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이상, 이렇게 늘어난 두께를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에 대한 보상이 될만한 구조적인 개선점을 이루어내기로 했다. 바로 다른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에서 불가능했던,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 바디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노트북 수납부로 인해 늘어난 두께는 약 4cm 가량이다. 만일 노트북 수납부와 카메라 수납부가 서로 이어진다면, 이 늘어난 두께만큼 카메라 높이를 높일 수 있다. 4cm면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 바디라도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카메라가 넘어온 공간만큼 노트북 수납 공간이 줄어드니, 이 상태에서 수납할 수 있는 노트북은 제약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이어지는 공간을 가방 상단부로 제한해, 가능하다면 카메라와 소형 노트북을 함께 넣을 수 있도록 고안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에는 2X 익스텐더를 단 캐논 EF 70-200mm F2.8렌즈가 캐논 EOS-1D Mark2N에 마운트된 채 11.1인치 노트북과 함께 수납되었다.


다른 가방들처럼 노트북 수납부와 카메라 수납부가 완전히 분리된 형식을 취하지 않고 공간을 변용할 수 있게 만들어 세로그립 일체형 바디를 렌즈 마운트 상태로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샘플 가방이 제작된 후,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높아진 생산단가다. 어반디스가이즈35의 생산단가는 한 단계 위 급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어반디스가이즈40의 그것을 상회했다. 우리는 새로이 시도해봤었던 몇 가지 기능을 제거해 생산단가를 어반디스가이즈40과 비슷하게 맞췄다.

당시 시장에서 휴대용 노트북의 주력으로 쓰였던 12.1인치급 노트북이,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와 함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지금이야 10인치급 넷북이 휴대용 노트북 시장의 대표주자로 있지만, 이 어반디스가이즈35를 개발할 당시에는 12.1인치급 노트북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반디스가이즈35의 가로폭을 늘려야 했다. 이것은 곧 기존 모델들과의 라인업 중첩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감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양산을 위한 최종 모델이 나왔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가방은 어반디스가이즈35라는 가칭이 그대로 제품명이 되어, 지난 2008년에 열린 P&I 2008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노트북과 프로급 DSLR 카메라 동시 수납

어반디스가이즈35는 다분히 프레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기존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가 프레스 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카메라를 늘 소지하고 싶으나, 그렇지 않게끔 보이고 싶은 직장인 등을 위한 가방으로 고안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반디스가이즈35의 기본 취지 역시 기존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와 다르지 않으며, 그 일반적인 요구 조건이 사실상 프레스 시장의 성향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그리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레스 시장을 지칭한 까닭은 다름 아닌 노트북 수납과 휴대성이다. 보도사진이 완전히 디지털SLR 기반으로 넘어왔으며, 시간을 다투는 취재 현장에서 곧바로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 대다수의 기자들이 노트북을 쓴다. 따라서, 노트북이 수납되는 가방은 필수 조건이 되며, 프레스 지향 디지털SLR 카메라인 캐논과 니콘의 플래그쉽 라인업이 흔히 삼총사라 부르는 3개의 렌즈와 함께 수납되고도, 다른 기자들과의 취재경쟁에서 가방이 주는 영향을 극소화해야 한다. 어반디스가이즈35는 이것이 가능한 가방이다. 다만, 렌즈가 마운트된 프로급 DSLR을 12.1인치급 이상 노트북과 동시에 수납할 수는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뿐이겠다.


휴대성 강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장비를 수납하다보면, 숄더백 형태에서 어깨에 걸리는 하중은 대단히 강해질 수밖에 없다. 숄더백은 아무리 좋은 쿠션패드를 갖추고 있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크로스로 메더라도 장시간 착용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으며, 어반디스가이즈35에 넣을 수 있는 장비 수량을 일반적으로 계산해보면 약 7kg 가량, 가방 무게가 약 1.3kg 가량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취재를 위한 휴대에서 대략 8~9kg에 이르는 무게가 어깨에 걸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 무게라면 장시간 휴대는 무리다.

어반디스가이즈35에는 기본 숄더 스트랩으로 어반디스가이즈40, 50, 60에 제공되는 커브드컴포트 스트랩의 소형화된 스트랩이 들어갔으며, 이들 제품들처럼 배낭처럼 휴대할 수 있는 숄더하니스가 부착되도록 하단부 D링을 추가했다. 무거운 하중을 양 쪽 어깨로 분산해, 장시간 휴대를 편안히 해주기 위한 기능성 확장이다.


옵션인 숄더하니스를 달아 배낭 형태로 멜 수 있도록 하는 한 편, 커브드컴포트의 소형 버전 숄더스트랩을 적용해 어깨 압박을 줄였다.


어반디스가이즈35는 처음 발의되어 시장에 공급될 때까지 대략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썼다. P&I 2008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가방은 디지털SLR 보급과 더불어 달라진 사진가들의 성향을 최대한 아우르고자 했다. 물론, 단점이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 동시 수납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부피 증가가 기반이 된 어반디스가이즈30의 가벼운 휴대성을 이어내지 못했고, 높아진 높이와, 마운트 상태의 수납법에서 오는 무게중심의 상향 이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균형 문제가 새로이 나타났다.

하지만, 욕심을 내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휴대가 간편한 세로 형태의 숄더백에 노트북을 함께 넣을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어반디스가이즈35의 값어치는 충분했으니까. 나는 마케터가 아닌 사진가의 입장에서 현장을 다녀보면서 가방의 부족한 부분을 느꼈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가방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만들어진 것이 어반디스가이즈35였다. 덕 머독은 '오직 사진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판매나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무시해도 좋다.'는 표현을 씽크탱크포토 창립 이념으로 삼았고, 이 말을 지켰다. 나는 이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2008년 3월, 다시 한국을 찾은 덕 머독 일행과 함께 인사동을 돌던 중,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행사를 접했다. 박상문 기자와 함께 행사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상문 기자는 어반디스가이즈30을, 나는 어반디스가이즈35를 휴대했다.





 

Trackback 0 | Comment 1


폴라 14mm F2.8 렌즈는, 삼양옵틱스의 첫 135포맷 풀프레임용 초광각 렌즈다. 완전 수동으로 동작하는 이 렌즈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운트에 맞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높은 가격과 보기 드문 제품군으로 인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20mm 이하 초광각 영역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135포맷 풀프레임을 위한 초광각 렌즈

파고들면 어렵지 않은 화각이 어디 있겠냐만, 135포맷 기준 20mm 이하의 초광각 영역은 확실히 소화해내기 어렵다. 물론 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개척 욕구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데, 대략 300mm 정도의 영역까지는 값이 낮은 렌즈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또, 촬영 후 원본 크롭을 통해 그 맛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광각 영역은 그렇지 않다. 20mm 보다 넓은 화각을 갖는 렌즈들은 공통적으로 값이 비싸기 일쑤고, 그나마도 16mm 이하 화각을 갖는 렌즈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이런 의미에서 우선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렌즈는 135포맷 풀프레임에 쓸 수 있는 14mm 단초점렌즈이며, 최대 개방 조리개값도 F2.8로, 빠른 렌즈에 속한다. 과연 이 정도 사양을 갖춘 캐논이나 니콘의 단초점 렌즈를 장만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까를 생각한다면, 이 렌즈의 값어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포커싱, 조리개 조절 등, 전기 신호를 통해 자동 조절되는 부분이 전무한, 완벽한 수동렌즈다. 하지만, 이런 초광각 영역에서 보여지는 깊은 심도는 수동 렌즈에 대한 거부감을 일정 부분 해소시켜 준다. 최단 초점거리는 28cm, 초광각렌즈답게 대략 3m 이상의 거리에서는 전 영역에 걸쳐 선명하게 나온다. 사진에 관한 매우 간단한 기초지식, 과초점거리만 알고 있다면 이 렌즈를 수동으로 씀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화각은 풀프레임 기준으로 115.7도, APS-C 규격 기준으로 93.8도다. APS-C 규격에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작은 센서를 가진 캐논의 경우는 89.9도에 머무른다. 또, 포써드에 적용했을 경우는 76.24도로 보다 좁아지지만, 그래도 135포맷 기준 30mm 이하의 광각 영역을 아우를 수 있다.


뛰어난 플레어 억제력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렌즈 구성은 10군 14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1매는 글래스 ASP, 또 다른 1매는 하이브리드 ASP다. 이 렌즈 구성 및 여기에 더해진 멀티코팅은 강한 빛에 의한 플레어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광각렌즈가 갖는 특성상 이 플래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플레어 억제 수준은 유명 렌즈 제조사의 초광각 렌즈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는 정도에 이른다.

6매의 조리개날이 만들어내는 야간 빛갈림도 깔끔하다. 광각임으로 인해 회절이 눈에 띄는 조리개값이 망원 영역에 비해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 조리개값인 F22에서도 갈라진 빛이 퍼지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



구태여 Made in Korea를 내세우지 않아도, 폴라 14mm F2.8 ED AS IF UMC의 값어치는 충분히 높다. 광학적인 성능에서만 본다면, 값에 빗댄 상대평가를 할 까닭이 없을 정도로 좋은 성능을 보여주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는 광각 화각에 대한 욕구를 적은 부담으로 해소할 수 있게끔 해준다.

물론 앞서 밝힌 것처럼, 이 렌즈는 완벽한 수동렌즈다. 렌즈를 동작시키거나, 노출 정보를 전달하는 그 어떤 전자접점도 갖추고 있지 않다. 조리개조차 렌즈에서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쓸 수 있는 노출 옵션은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과 수동노출 뿐이다. 초점은 오로지 촬영자의 눈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점은 단순히 광각을 열망하는 초보자 혹은 입문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앞서 거론했듯, 심도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이 렌즈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것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초광각으로 갈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고, 이것은 초점이 맞는 영역이 그만큼 더 넓어짐을 의미하니까.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는 이런 렌즈다. 카메라 브랜드를 불문하고 장만할 수 있는, 심지어 니콘이나 펜탁스의 기계식 완전 수동 필름카메라에조차 적용할 수 있는 초광각 렌즈, 낮은 조리개값으로 인해 실내 촬영에서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고, 광학 특성이 뛰어나면서도 낮은 가격에 큰 부담 없이 장만할 수 있는 렌즈다.

20mm 이하의 초광각 영역은 강한 왜곡을 거꾸로 활용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강렬한 인상때문에라도, 많은 사람들이 초광각 영역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초광각 영역 렌즈를 구할 수 없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망설이고 있다면, 폴라 14mm F2.8 ED AS IF UMC로 시선을 돌려보자. 약간의 지식만 갖추고 있다면, 어느 렌즈 부럽지 않게 높은 만족도를 줄 것이다.



 


 



 

Trackback 0 | Comment 1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 10.1
이 둘은 현재 태블릿을 대표하는 제품일 겁니다. 이들 두 제품을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공격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최근 이 두 제품은 TV를 통해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광고를 보면 판이하게 다른 점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먼저 갤럭시탭 10.1의 광고 어구를 살펴볼까요?

"가벼움으로 진화하다"
"슬림함으로 승부하다"
"속도로 압도하다"
이어지는 각 분야에서의 쓰임새와 '탭'을 강조한 어구가 나옵니다만 갤럭시탭 10.1 광고에서 핵심은 이 세 어구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2의 광고는 어떨까요?

"부모에게 이것은 쓰기 쉬운 것일 겁니다"
"음악가에게 이것은 영감을 주는 것일 겁니다"
"의사에게 이것은 혁신이고"
"CEO에게 이것은 힘이며"
"교사에겐 미래일 것입니다"
"아이에겐 아마도 신기한 세상이겠지요"
"우리에겐 다만 시작일 뿐입니다"

'탭'을 강조해 강인함에 역동성을 더한 갤럭시탭 10.1 광고와 달리 아이패드2의 광고는 부드럽고 온화합니다. 담담한 나레이션과 평온한 영상이 광고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같은 광고의 성향이 아닙니다. 갤럭시탭 10.1이 무엇을 내세우고 있는지, 아이패드2가 무엇을 내세우고 있는지 입니다. 갤럭시탭 10.1은 그간 여러 제조사들이 보여줬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강조한 것이죠. 가벼운 무게, 얇은 두께, 그리고 빠른 프로세서를 위 세 어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패드2의 광고에서 느낄 수 있는 것에 하드웨어는 빠져있습니다. 기기 자체가 하드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2 광고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아이패드2를 갖고 활용하는 것들  뿐입니다. 말하자면 소프트웨어인 셈이죠.

지난 7월 20일 저녁, 임베디드 프로세싱 솔루션 업체인 프리스케일의 블로거 라운드 테이블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리스케일은 자사의 i.MX 프로세서를 비롯, 프리스케일에서 다루는 분야에 걸쳐 현재와 미래, 프리스케일의 방향성을 두고 소개했습니다.

ARM 프로세서로 대표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들 모바일 프로세서도 발전을 거듭해 현재 출시하고 있는 신형 스마트폰, 태블릿 등은 멀티코어와 GHz급 고클럭으로 고성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들 휴대기기에서도 3D는 기본이 되려고 합니다. 수 년 전 PC용 CPU가 클럭 경쟁에 이어 멀티코어 경쟁을 하던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똑같은 ARM 프로세서 기반의 프로세서 중 어떤 것을 기기에 얹느냐를 갖고 자웅을 겨루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습니다. 고성능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부산물들이 그것이죠. 높은 전력소모량과 발열, 고클럭에 따른 신호 간섭 처리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작은 크기에 배터리 지속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마트폰에서 특히 이 문제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와 타협할 것인가가 각 제조사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인 셈이죠.

* 해설자로 나선 프리스케일 김태현 부장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드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에 국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서두에서 거론한 광고 중 갤럭시탭 10.1의 광고라고 할까요? PC도 마찬가지였긴 합니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기기 자체만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건 아닙니다. 이들 기기를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은 기기에서 동작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이들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프로세서의 수준은 어떨까요? 물론 멀티테스킹을 기반에 둔다면 더 빠른 프로세서가 필요할 것입니다. 멀티코어도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코어가 많다고 해서, 클럭이 높다고 해서 애플리케이션이 이들 자원을 모두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즉, 불필요한 클럭, 불필요한 멀티코어가 존재하고, 이들은 실제 활용되지는 않으면서 '피같은' 전력만 소모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어떤 하드웨어를 적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가 라는, 모법답안이라는 것부터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해설자로 나선 프리스케일 김태현 부장의 말을 빌자면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켜 어떤 분야에 쓰느냐 문제가 있을 뿐, ARM 프로세서에 기반을 둔 하드웨어라는 점은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임베디드 프로세서, 즉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프리스케일에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미래상을 각인시키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 프리스케일의 ARM 기반 i.MX 6 시리즈 프로세서는 1.2GHz로 동작하며, 싱글, 듀얼, 쿼드코어의 3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200MT/s에 달하는 3D 처리 능력을 갖추고 듀얼 1080p 혹은 720p 인코딩/디코딩이 가능합니다.


작년 한 해 전체 PC 시장의 6%에 머물렀던 태블릿 시장이 올해는 13%, 2015년에는 23%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미래로 가면서 태블릿이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같은 전통적인 PC 기반 시스템의 점유율을 앞지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프리스케일의 소개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각종 활용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드웨어는 말 그대로 기반일 뿐입니다. 그 위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가, 다시 말해 어떤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게끔 환경을 부여하느냐가 앞으로의 태블릿 시대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아이폰 이전 반쪽 짜리 스마트폰이 흥하지 못한 까닭은 부족한 하드웨어도, 이동통신사의 제약사항도 아닌 활용 애플리케이션의 부재였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Trackback 0 |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광주에서 있었던 전국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함께 지방 출장길에 동승을 했던 모 기자가 이 가방을 메고 있길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우습다. ᅳᅳ;; ’
예.. 그때만 하더라도 저는 결코 저 가방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예.. 적어도 제가 보기엔 많이 우스꽝스러워 보였거든요.


SLR클럽 유저사용기란에 올려져 있는 박상문 기자의 체인지업 사용기 도입부다. 그리고, 동승했던 모 기자가 바로 나다. 나는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이 체인지업을 썼고, 그 첫 사용 장소가 바로 2007년 광주 국제마라톤이었다.

체인지업을 잡아들고 장비를 꾸리기까지, 고민을 수 차례 반복했다. 이 독특한 가방을 메고 활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기억한다. 그만큼 체인지업은 박상문 기자의 사용기에 나와있듯 우스꽝스러웠고, 이 특이한 가방을 메고 있음에서 비롯되는 시선의 집중을 무시할 만큼 프로페셔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 마라톤 경기를 다녀온 직후 사라졌다. 국내에서의 첫 개시였던 나의 체인지업은 이후로 한동안 나의 주력 취재 장비가 되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자태를 무시할 만큼의 편리함이 체인지업이 갖고 있는 매력이었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품명 카멜레온
체인지업을 개발할 당시, 이 제품의 모델명은 카멜레온으로 명명되어 있었다. 어쩌다보니 다른 브랜드에서 이 카멜레온이라는 모델명을 등록해 쓰고 있었기에, 부득불 체인지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카멜레온이라는 동물이 갖고 있는 특성은 체인지업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비유였다.

카멜레온은 그 환경에 따라 색을 달리 한다. 환경에 맞춰 보호색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의 특성은, 촬영 환경에 따라 착용법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체인지업의 특성과 닮은 점이 많다. 체인지업은 이 가방 하나로 평범한 숄더백, 허리에 차는 벨트팩, 가슴에 착용하는 체스트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가방이 상황에 따라 착용법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캐리어 개념으로 이 가방을 쓸 때는 숄더백으로, 촬영에 임할 때라면 벨트팩이나 체스트백으로 쓰면 적당하다. 가방을 매우 작게, 그리고 얇게 만든 관계로, 체스트백으로 착용한 채, 가방 위치를 가슴쪽까지 올리면, 이 가방을 착용한 상태로 차량 운전도 가능할 정도로 착용 포지션을 바꿔줄 수 있다.


선수용?
체인지업을 처음 접하면, 과연 여기에 무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작은 가방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체스트백으로까지 쓸 수 있으려면 크기가 사람의 몸통 폭보다 커선 안 된다. 두꺼워서도 안 된다. 이렇다보니, 체인지업은 그 당시까지 나왔던 그 어떤 DSLR 카메라용 가방보다 작고 얇았다.

이런 체인지업에 캐논이나 니콘의 70-200mm F2.8 렌즈가 들어갔다. 이런 망원줌렌즈와 16-35 F2.8, 14-24 F2.8과 같은 광각줌렌즈를 넣고, 필요하다면 580EX II나 SB900과 같은 핫슈 장착형 플래시까지 넣어도 넉넉했다. 말하자면, 이 가방은 촬영 현장에서 이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렌즈백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히 생각하기에, 카메라가방에는 카메라가 들어간다. 가방 안에 카메라와 렌즈, 기타 사진 관련 액세서리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을 뛰는 사진기자들에게 이렇게 장비가 모조리 들어가는 가방은 불필요한 부피로 인해 불편을 가중시킨다. 어차피 카메라 바디와 렌즈 하나는 늘 밖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가방에 들어갈 일이 없는 이 장비를 위한 공간만큼은 무의미한 낭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라면 가급적 부피가 적은 편이 활동하는데 훨씬 유리할 것이다.

체인지업은 이런 경우에 이상적이다. 수납력을 떠나, 이렇게 작고 얇은 가방이 드물다. 게다가 기본이 벨트팩이고, 기본이 체스트백이다. 단순히 숄더스트랩 하나로만 몸에 걸치는 게 아니라, 벨트로 허리에 단단히 두르고, 군용 엑스밴드를 착용하듯 가슴팍에 고정시킬 수 있다. 지퍼만 닫아두면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도 가방이 몸에서 이탈하거나, 장비를 떨구는 일은 없다.

여기에 수납력도 만만치 않다. 앞서 말했듯, 캐논이나 니콘의 70-200mm F2.8 렌즈까지 넣을 수 있다. 양쪽 허리벨트에 파우치를 붙이는 거야, 추가 비용 지출에 의한 확장일 뿐이니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본 수납 공간에서만 현장에서 쓰고자 하는 렌즈는 어지간히 챙겨넣을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은, 분리 가능한 인서트를 빼버리고,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을 조합해 수납부를 재구성하면 훨씬 넓고, 훨씬 유연한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왼쪽 : 영국의 사진기자이자, 씽크탱크포토 영국 디스트리뷰터인 헬렌 앗킨슨이 체인지업을 착용하고 거리 촬영에 나섰다.
** 오른쪽 : 마라톤 촬영에 임하고 있는 박상문 기자. 체인지업에 모노포드까지 걸었다.


쉽지 않은 가방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이런 특성은 철저히 현장을 뛰는 전문 사진가들을 위한 것이라는 게 문제다. 매우 작은 크기, 하지만 넉넉한 수납공간. 이것은 가방이 얇다는 걸 의미한다. 즉, 장비를 보호하는 보호쿠션이 얇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체인지업은 그렇다.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에 들어 있는 파티션들도 그렇지만, 체인지업과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은은 매우 얇다. 충격흡수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약해보일 수밖에 없는 두께다. 그리고, 카메라 바디가 들어가지 않는다. 마운트를 해제한 채 바디만 넣으면 들어가는 폭이다. 가방이 매우 부드럽다보니, 세로그립이 없는 카메라라면 길지 않은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지만, 체인지업의 기초 두께를 많이 넘어선다. 적어도 일반적인 사진인들은 카메라를 휴대할 때 가방에 넣기를 원한다.

몸에 밀착되는 걸 중요시한 설계다 보니, 정말이지 예쁜 디자인이라는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씽크탱크포토 가방들 중에서도 못생긴 순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지난 P&I때 이 가방을 장만한 어느 사진사가 다음에 봤을 때 그랬다. 참 없어보이더라고. 내가 봐도 그렇다. 오죽하면 나도 이 가방을 처음 메기까지 수 차례 고민했을까.


이렇다보니, 체인지업은 사실 P&I때 말고는 판매량이 적은 가방에 속한다.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들도 구매하고자 하는 손님에게 한참을 설명해야 하는데, 체인지업은 그 두 배, 세 배의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 한다. 워낙 특징도 많고, 기능도 많다. 그렇게 설명을 더해도 구입 과정에서 망설이는 손님이 태반이다. 이러니 제대로 1:1로 설명을 듣는 게 아닌, 웹페이지상에 올려져 있는 제품소개만 갖고, 실물 크기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이 가방을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이렇게 대중적이지 못한 가방을 이렇게 소개하는 까닭은 이렇다. 지금도 씽크탱크포토에서는 다양한 가방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씽크탱크포토다운 가방을 꼽으라 한다면 이 가방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첫 연재에서 그랬다. 씽크탱크포토는 전세계 수많은 카메라 인구 가운데 단 몇 %도 되지 않는 현장의 보도사진가들을 위해 태어났다고. 나는 그 첫 번째 완성판이 바로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특징이 양날의 검이 되어, 결코 대중적으로 널리 쓰일 가방은 될 수 없지만, 그 어떤 타협도 없이 오로지 현장의 사진가들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건, 씽크탱크포토가 추구하는 바를, 전혀 절제하지 않고 표출해낸 게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ckback 0 |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간을 돌려 다시 2006년으로 돌아가 본다. 씽크탱크포토가 설립되고 2년차에 접어든 해, 현장의 전문 사진가들을 위한 가방이 씽크탱크포토 제품들의 전부였던 시기였다. 모듈러스 시스템, 스피드 벨트팩 시리즈는 촬영 현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편리했지만, 촬영에 임하러, 혹은 촬영을 마치고 이동할 때는 뭔가 다른 운반용 가방을 필요로 하곤 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동양권 국가에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숄더백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평범한 숄더백에서 출발하는 딜레마
숄더백이란 카메라 가방의 가장 기초적인 형상이다. 이들 가운데 폭이 좁은 서류가방 형태의 숄더백은 운반 개념 이외에는 적용이 쉽지 않은 형태다.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씽크탱크포토 입장에서 이런 서류가방 형태의 숄더백은 하나의 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반디스가이즈의 태생은 한국이다. 어반디스가이즈의 필요성을 역설할 당시, 한국 내에서는 DSLR 카메라를 갖고 회사에 출퇴근해도 회사에 눈치 보이지 않을, 정장 차림에도 무난하고, 카메라가방으로 보이지 않을 만한 가방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DSLR카메라 보급의 전성기와도 같았던 당시는 DSLR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으며, 직장인들이 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장과 넥타이를 요구하는 직장 분위기가 이어지다보니,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카메라가방을 출퇴근시에 휴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더백을 만든다는 것,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그저 제품군에 한 가지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일 뿐일 것이다. 하지만, 덕 머독의 입장에서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2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그가 회사를 설립한 근본적인 철학을 접어놓은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보통 생각하기에 특히 이런 서류가방 형태의 숄더백은 운반용 개념일 뿐이다. 씽크탱크포토의 이념과 철학에서 이와 같은 단순 운반용 가방은 그다지 개연성이 없었다.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숄더백
2006년이 다 지나가던 시기에 드디어 어반디스가이즈가 나왔다. 우선 한국 시장에만 첫 선을 보인 어반디스가이즈는 그 시리즈 중 40, 50 모델이었다. 시장에 나왔어야 적절했을 시기보다는 대략 6개월 정도 늦어지기는 했지만, 덕 머독이 그가 세운 씽크탱크포토의 철학을 평범할 수밖에 없는 서류가방형 숄더백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별매인 숄더하니스를 이용한 배낭 형태로의 전용이다.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들이 그렇듯, 크기에 비해 어마어마한 장비를 꾸릴 수 있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다 보니,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이는 크기임에도 다 채우면 한 쪽 어깨에 매는 방법으로는 휴대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숄더하니스를 통한 배낭 형태로의 휴대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따르기는 했지만, 무거워진 가방 무게를 양 쪽 어깨에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장시간 휴대 시의 불편함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두 합해서 몇 곳이나 되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든, 다양한 수납공간도 특징이었다. 카메라 장비가 특히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이를 위해 꾸려야 하는 카메라, 렌즈 이외의 액세서리는 그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수납공간이 너무 많이 갖춰져 있다고도 볼 수 있었으나, 구분해서 넣어야 할 액세서리를 위해 따로 파우치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시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눈에 띄는 특징이라 해도 그저 운반용 개념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특징들이다. 말하자면, 씽크탱크포토의 철학을 제대로 녹여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이 가방을 매고 현장에 나가 촬영에 임할 때, 이 가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어반디스가이즈는 대형 지퍼를 이용한 개폐방식을 주 수납부에 적용했다. 그리고, 숄더스트랩을 걸어주는 고리를 가방 뒷면에도 추가로 달았다. 이 추가된 고리는 레인커버를 씌웠을 때 스트랩을 걸기 위한 용도지만, 가방 측면에 달려 있는 고리와 엇갈리도록 걸어줄 경우, 주 수납부 공간을 열었을 때의 개방감이 극대화될 수 있다. 어반디스가이즈를 크로스백으로 매고, 지퍼를 열어놓으면 다른 씽크탱크포토 가방들과 마찬가지로 렌즈 교환을 위한 현장용 가방의 유용성에도 뒤지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반디스가이즈라는 명칭은 도회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Urban과 위장하다 라는 의미를 가진 Disguise의 조합이다. 출시된 결과를 두고 특징을 나열하자면 앞서의 것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 가방이 가진 개념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카메라가방 같지 않은 카메라가방’이라고 답하는 게 옳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가방은 처음 선보이고 꽤 오랜 시간동안 카메라가방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노트북가방으로 보거나, 혹은 일반 서류가방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주력 제품이 되다
한국시장에 우선 런칭된 후, 씽크탱크포토는 니코니언스와 같은 해외 카메라 사이트들로부터 이 어반디스가이즈에 관한 진위 여부를 묻는 문의가 다수 들어왔다고 한다. 이후 어반디스가이즈는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들에게 공급되었으며, 스테디셀러 모델로 자리잡았다. 시리즈도 40과 50 뿐이었던 것이, 10, 20, 30, 60이 더해졌다. 그리고, 지난 2008년 P&I 2008에서 본격적인 한국형 모델인 어반디스가이즈35가 등장했고, 가장 최근에는 세로그립이 달린 DSLR 카메라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수납할 수 있는 크기의 어반디스가이즈70도 선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왼쪽 : 어반디스가이즈30은 좌우 폭이 좁은 콤팩트한 크기로, 휴대성이 뛰어난 모델이다.
오른쪽 위 : 어반디스가이즈35는 노트북 수납부 상단을 주 수납부와 통하게 만들어,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도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른쪽 아래 : 가장 최근에 선보인 어반디스가이즈70은 어반디스가이즈60의 노트북 수납부까지 주 수납부로 완전히 튼 것과 같은 크기로, 어반디스가이즈60과 외부 크기는 같지만, 세로그립이 달린 DSLR 카메라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넣을 수 있고, 300mm F2.8과 같은 비교적 큰 렌즈까지 수납할 수 있다.



가방에서 가방 기본적인 형태를 얘기하라고 한다면 아마 다들 숄더백을 꼽을 것이다. 이것은 카메라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메라가방의 가장 큰 수요는 숄더백과 백팩이다. 그 중 숄더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으며, 경쟁도 치열하다. 그만큼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덕 머독이 선택한 그것은 씽크탱크포토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조용히 담아냈다. 어반디스가이즈라는 이름이 어울리듯, 눈에 띄지 않도록 수수하게, 그 특징들을 담아냈다. 그 결과, 어반디스가이즈는 씽크탱크포토의 간판 모델은 아니지만,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않지만, 꾸준히,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ckback 0 |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철학도였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일한 곳은 가방 회사였다. 엉뚱하게도, 그는 그 가방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것도 무려 30년을 일했다. 그가 일한 회사는 카메라가방으로 그 어느 브랜드보다도 잘 알려져 있을 로우프로였다.

그 30년동안, 로우프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포토그래퍼를 위한 전문 카메라가방이었던 로우프로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이제는 가장 대중적인 카메라가방 브랜드가 되었다. 덕 머독은 그 30년동안 이들 로우프로 카메라가방을 디자인했다.

그는 철학도였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생각에 따라 어떤 분야에도 녹여넣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철학이라는 것이 배제된 분야는 어떤 깊이를 갖지 못한다. 롤스로이스, 벤츠, BMW는, 처음 보는 순간이라도 차량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는 순간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철학이 디자인의 일관성으로 표출된 결과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형상이 아니더라도, 척 보면 어느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 브랜드가 가진 철학이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어 있어서다. 그가 대학을 그저 타이틀로만 나온 게 아닌 이상, 그의 철학적 시각은 디자이너의 고집과 맞물려 로우프로라는 양적으로 팽창한, 모든 사진사들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을 가진 카메라가방 회사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지난 2008년 3월, 덕 머독이 동료 디자이너 릴리 피셔와 함께 아시아권 세일즈트립 중 한국을 찾았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보기 위해 경복궁으로 향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다
그는 꿈꿨다. 진정한 프로 사진가들을 위한 카메라가방을 꿈꿨다. 로우프로에서의 30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수석디자이너 및 부사장으로의 지위를 선사했다. 평안한 여생이 보장된 지위다. 그는 그걸 뿌리치고 나왔다. 그가 꿈꿔온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일장춘몽일지라도, 그 꿈을 구현해내고자 그가 가진 모든 걸 걸고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마이크 스텀과 함께 선 덕 머독. 마이크 스텀은 덕 머독의 디자인을 갖고, 마치 그와 한 몸인 양, 생각하는 대로 가방을 만들어냈다.



만일 그가 혼자서 꿈을 실현하려 했다면 그가 꾼 꿈은 그저 허망한 신기루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회사 설립에 대한 이념을 세우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그와 함께 할 동료를 모았다. 그가 최우선으로 삼았던 원칙은 자본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 수요와 공급에 관한 자본주의적 원칙에 따른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생 카메라가방 회사가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자본 뿐일테고, 이건 처음부터 그가 꿈꿔온 사상에 맞질 않았다. 이런 생각을 깔고 오랜 시간동안 함께 가방을 만들었던 엔지니어, 마이크 스텀이 합류했다. 그리고, 프로 사진기자로 전 세계를 누비던 커트 로저스와 딘 피츠모리스가 공동 창업자로 모였다. 30년간 카메라가방을 만들었지만, 사진을 찍는다고 찍어본 적이 없는 덕 머독에게, 커트 로저스와 딘 피츠모리스는 진정한 프로 사진가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구체적으로 구현해줄 든든한 브레인이 되어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커트 로저스와 딘 피츠모리스. 세계적인 사진기자로 인정받은 두 사람은 씽크탱크포토를 위해 든든한 브레인이 되어주었다.



이들 4인은 촬영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가방을 개발하기 위해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커트 로저스와 딘 피츠모리스가 현재의 문제점, 그리고, 요구사항을 열거했으며, 덕 머독은 마이크 새텀과 함께 이를 구체화시켰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스피드 디먼이라 명명된 소형 벨트팩, 모듈러스 시스템이라 명명된 벨트-파우치 시스템이었다. 덕 머독은 이 가방을 기반으로 미국 국내 판매망 확보 및 전세계 공급을 위한 디스트리뷰터 확보 목적의 여행길에 올랐다.


꿈을 현실로. 씽크탱크포토의 시작
2005년의 시작, 그것은 씽크탱크포토라는 회사의 시작과도 같았다. 이 해 3월 한국을 찾은 그는 이전에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되어 있었던 테스트드라이브 참여자를 기반으로 완성된 가방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5년 3월, 대학로 민들레영토에서 브랜드 및 제품에 관한 설명회를 가졌다. 사진은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가방들 중 스피드디먼 최초 모델이다.



본격적으로 가방을 런칭한 직후부터, 덕 머독은 매우 바빠졌다. 그의 경영철학은 ‘오직 사진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판매나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무시해도 좋다’였다. 의도한 바는 맞았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프로 사진가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은 그가 가진 시간을 압박해왔다. 그는 씽크탱크포토의 가방 디자이너로 가방을 디자인하고, 또, 씽크탱크포토의 사장으로 판매망 확충을 위한 세일즈트립을 이어나가면서,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사진가들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가 만든 가방에 불만을 제기했던 이른바 컴플레이너들 조차도, 양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덕 머독의 경영방침으로 인해 후원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의 몸은 하나고,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에 24시간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 내에 산재되어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집무실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와중에도 사진가들의 요구에 따른 새로운 가방을 개발해내야 했다. 그에게 있어 개발은 그가 씽크탱크포토를 설립한 까닭이었고, 세일즈트립은 그 꿈을 위해 유지해나가기 위한 현실이었다. 무엇 하나도 버릴 수가 없었다.


새로운 도전. 가방도 진화한다
바쁜 와중에도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던 그는, 2007년 늦가을쯤 가진 팀미팅 즈음에 새로운 식구를 영입했다. 역시 오랜 시간동안 함께 디자이너로 일했던 릴리 피셔였다. 그런데, 그녀를 영입한 까닭은 그의 일을 대신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씽크탱크포토라는 브랜드는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법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특히 사진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덕 머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을 뛰는 사진기자들을 통해 프레스 시장의 변화를 끊임 없이 들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처하고자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프레스 시장은 이제 동영상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DSLR 카메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멀티미디어 와이어드업 시리즈는 이런 멀티미디어 분야에서의 활용을 위해 고안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ckback 0 |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 초 선보인 리코 GXR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닛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다. 사용자는 렌즈와 센서가 일체형으로 된 모듈을 교체하는 것으로, 화각 변화는 물론, 사진 품질까지도 달라진 새로운 카메라를 맛볼 수 있다. 최근까지 이 리코 GXR용 유닛으로는 환산 50mm 화각과 F2.5의 조리개값을 갖는 마크로 모듈 A12와 환산 24-72mm 에 손떨림 보정 기구가 갖춰진 표준줌 모듈 S10 중 선택해 쓸 수 있었다.

여기에 새로운 모듈이 나왔다. 광각 영역부터 시작하는 표준줌 화각에 망원 화각까지 더한, 이른바 전천후 렌즈 화각을 갖춘 모듈이 말이다. P10이라 명명된 이 전천후 모듈은 환산 28-300mm라는 폭넓은 화각과 손떨림 보정기구를 갖춰, GXR을 명실공히 올라운드 스냅 카메라로 변신시켜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10 모듈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환산화각 28mm부터 최대 망원 300mm에 이르는 고배율 화각일 것이다. 사용자는 28mm 광각부터 300mm 망원에 이르는 화각을 써서, 어지간한 화각의 아쉬움 없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GXR에 이 P10 모듈을 단 것만으로 화각이 없어서 못 찍을 사진은 없을 정도다.

24mm 광각에서 시작하는 콤펙트 디지털카메라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 28mm라는 광각은 시원한 표현력에서 빠지지 않는 화각이다. 게다가 최단 촬영 거리가 렌즈 끝단에서 1cm에 불과해, 피사체 근접에 의한 화각 강조효과를 더할 수 있어, 단순히 시원시원한 수준을 넘어서는 광활한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1cm 접사는 환산화각 31mm로 제한된다.

300mm라는 화각은 하이엔드급이 아닌 한, 어지간한 콤펙트 디지털카메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화각이다. 여기에 최단 촬영거리가 27cm에 불과해, 곤충 등, 근접하기가 쉽지 않은 작은 피사체를 담을 때 매우 효과적이다. 망원 화각을 이용한 셀렉티브 포커싱 효과도 꽤 그럴듯하다.

폭넓은 화각은 영상 촬영에서도 높은 값어치를 갖는다. 이를 십분 활용하고자, P10는 720p HD 동영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으며, 빠른 화각 전환을 통해 보다 동적인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 리코의 손떨림 보정 기법인 VC는 정지 화상 촬영에서의 손떨림도 잘 보정해주지만, 고해상도로 녹화되는 영상 촬영에서도 꽤 효과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크기의 렌즈에서 무려 10.7배에 이르는 줌배율을 만들어내려면, 아무래도 센서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센서 크기는 일반적으로 고감도 성능에 취약하기 마련, P10 모듈에서도 이런 문제는 예외일 수 없다.

환산 50mm 단렌즈를 채용한 A12 모듈에는 APS-C 규격의 CMOS 센서가 들어갔다. 화소수는 1230만 화소에 이르지만, 커다란 센서 덕에 뛰어난 이미지 품질을 자랑한다. 다만, 커다란 센서와 얕은 심도상에서 콘트라스트AF 방식을 적용하다 보니, 포커싱 속도가 느리다.

환산 24-70mm 화각을 갖는 S10 모듈에는 1/1.7인치급 크기를 갖는 1000만 화소의 CCD 센서가 들어갔다. 표준줌 화각으로 무난한 화질을 갖출 수 있는 사양이다.

하지만, P10 모듈에 들어간 센서는 물리적 크기가 1/2.3인치급에 불과하다. 여기에 집적된 화소수는 약 1060만 화소, 유효 화소수는 1000만 화소다. A12나 S10 모듈에 비해 화질은 물론, 고감도 성능에 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P10 모듈에 이면조사 CMOS 센서를 적용했다. 작은 센서 크기로 인해 나타나는 노이즈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면조사 CMOS 센서는 총 4단계의 노이즈 제거 단계를 다양한 노이즈 패턴에 대해 개별적으로 적용, 해상도, 색감, 채도를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은 채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 P10 모듈과 GXR의 조합으로 쓸 수 있는 감도는 최대 ISO 3200이다.

이미지 프로세싱 성능 향상을 통해, 다이내믹 레인지 범위를 넓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노출 편차가 큰 상황에서도 화이트아웃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다이내믹 레인지 더블샷 모드에서는 무려 12EV에 달하는 노출차를 표현해낸다. 또, 다양한 광원 하에서 부분적으로 틀어질 수 있는 화이트밸런스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멀티패턴 오토 화이트 밸런스 기능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코 GXR은 완전한 수동 기능을 갖춘 콤펙트 디지털카메라다. 촬영자는 모듈 교환을 통해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교체된 모듈은 GXR을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로 바꿔준다. 기존 A12 모듈은 대형 센서와 근접 촬영 능력을 통해 GXR을 접사에 특화된 카메라로 만들었다. S10 모듈은 GXR을 일상 스냅용 카메라로 쓰게끔 만들었다. 새로이 선보인 P10은 이런 GXR을 올라운드 카메라로 탈바꿈시킨다. 단지, 광각 28mm부터 망원 300mm까지 아우르는 화각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런 용도를 부여하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에 이면조사 CMOS 센서 및 향상된 디지털 프로세싱 기술을 넣어, 슈퍼줌렌즈가 갖는 화질 손실, 작은 센서가 갖는 고노이즈라는 핸디캡을 고루 극복해냈다. 포커싱 속도도 일반적인 콤펙트 디지털카메라 못지 않게 빨라졌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가벼운 여행길에 오를 때, GXR에 P10 모듈을 달아 휴대해보자. P10 모듈을 단 GXR은 여행의 좋은 동반자로 만족스러운 사진을 선사해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 글은 월간 DCM 2010년 7월호의 리뷰로 실린 글의 원고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Trackback 0 | Comments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종종 접하는 질문이 있다.
‘여행 갈 때 챙겨갈 DSLR 카메라와 렌즈 추천해주세요’
다양한 답변이 오간다. 그냥 똑딱이 하나 가볍게 챙겨가라는 얘기부터, 쉽게 가기 힘드니, 힘들더라도 다 챙겨가라는 얘기까지.
이런 답변 중에 빠지지 않는 답변이 있다. 가벼운 크롭바디와 크롭용 슈퍼줌렌즈, 소위 말하는 여행용 렌즈다.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가 그런 렌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줌 배율이 5배를 넘어서면 슈퍼줌 범주에 넣곤 한다. 광각단에서부터 망원단에 이르는 화각을 아우르는 렌즈들이 이런 렌즈에 속한다.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는 이런 제품군 가운데서도 광학줌배율이 무려 11배를 넘어서는 슈퍼줌렌즈다. 물론, 최근에는 18-250이라는, 보다 높은 줌배율을 갖춘 제품도 선보여 있지만, 그렇다고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가 가진 슈퍼줌렌즈로의 의미가 퇴색한 건 또 아니다.

일반적으로 슈퍼줌렌즈를 꺼리는 까닭은 두 가지다. 고배율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화질 열화와, 높은 조리개값에 기인하는 셔터속도 확보의 문제다. 물론, 셀렉티브 포커싱을 즐기는 현재의 풍속도에서 보는 관점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조리개값이 높은 만큼, 배경날림도 시원치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슈퍼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다른 것에 있다. 단 하나의 렌즈만 갖고 광각단에서부터 망원단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다는 것. 이렇다보니, 휴대할 부피가 줄고, 무게도 가벼워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의 최대 광각에서의 길이는 후드를 제외하면 약 10cm 가량, 순수 렌즈만의 무게는 610g에 머문다. 여기에 최단 촬영 거리 45cm, 최대 마크로 배율 1:3.9라는 특징이 더해져, 사진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전천후렌즈로 쓰일 수 있다. 그저 가벼운 APS-C 규격의 크롭 바디에 이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렌즈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PS-C 규격에서 18mm가 갖는 화각은 아주 대단한 광각이 아니다. 각 브랜드별 배율에 다소간 차이가 있기는 하나, 135포맷 기준 화각으로 환산한다면,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의 화각은 대략 28-300mm 정도다. 심한 광각 왜곡으로 인해 이질감을 느낄만한 광각이 아니다. 반면, 300mm라는 환산화각은 제법 높은 망원이다. 비록 고배율 줌렌즈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출발하는 화질 열화가 따르기는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피사체를 당겨 담아내기에는 아쉬우나마 쓸만할 것이다.

단지 이런, 다양한 화각을 아우르는 올라운드 렌즈라고 해서 여행에 최적화된 렌즈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캐논의 EF 28-300mm F3.5-5.6L IS와 같은 렌즈는 10배가 넘는 광학줌 배율을 가지면서, 또 화질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커다란 크기와 무게 때문에 여행용 렌즈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즉,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가 여행용 렌즈라고 불릴 수 있는 까닭은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장거리 여행에서 잔뜩 짊어진 카메라 장비로 인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일행으로부터의 눈총을 한 몸에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처럼 작고 가벼우면서 다양한 화각을 아우르는 렌즈가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렌즈를 놓고, 그 렌즈의 용도를 규정해버리는 것은 커다란 오류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렌즈가 특정 용도를 지향해 나왔다면, 그 용도에 비추어 평가하는 게 옳겠다.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는 그런 렌즈다. 물론, 고배율 줌렌즈의 특성상 화질이 떨어지고, 135mm 이후 구간에서 조리개 수치가 F6.3으로 떨어지는 등, 약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작품을 찍을 것이 아닌 이상, 이 렌즈의, 다른 저배율 고급 렌즈들에 비해 떨어지는 화질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볼 수는 없겠다. 셔터 속도를 확보함에 있어서 F5.6, F6.3이라는 높은 조리개 수치가 걸림돌이지만, 촬영자의 손떨림이 문제라면, 이 렌즈가 갖추고 있는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구가 약 2스탑 정도는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면서 얕은 심도를 이용해 배경을 날려버리는 것도 한편으로는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겠다.

모든 상황에서 사진이 주가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사진은 단지 보조적이거나, 계륵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을 위한 렌즈는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한다. 여행을 위한 짐을 꾸리면서 여러 렌즈들이 차지할 공간을, 단지 이 시그마 18-200mm F3.5-6.3 DC OS 하나로 마무리하고, 부피를 줄여보자. 훨씬 쾌적하고 가뿐한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본 내용은 월간 DCM 2010년 3월호에 실린 리뷰의 원고입니다.




Trackback 0 |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친구가 메신저로 URL 하나를 보내왔다. 새로운 가방 회사라면서, Test Drive를 모집한다고, 한 번 응모해보라고 말이다. 카메라 장비 운용을 편하게 해주는 쪽으로 특화된 제품군을 만들고 있으며, 아직 정식 런칭한 회사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친구는 캐나다로 어학연수 중에 있었고, 보내준 URL은 미국 회사였다. 안 되는 영어를 더듬거려가며 Test Drive에 응모했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국어였고, Test Drive를 알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그리고나서, 가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일단의 제품 꾸러미를 건내 받았다. 이것이 나와 씽크탱크포토의 첫 인연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씽크탱크포토 설립 맴버.
왼쪽부터 사장 겸 디자이너 덕 머독, 디자이너 마이크 스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은퇴하고 씽크탱크포토 일에 매진하고 있는 커트 로저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기자를 역임하고, 현재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중인 딘 피츠모리스.



씽크탱크포토는 현장을 뛰는 사진가들과 카메라가방 전문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설립한 전문가용 카메라가방 제조회사다. 사장이자 디자이너인 덕 머독은 30여년간 카메라가방만을 디자인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씽크탱크포토 회사 설립 이념을 수립했다. 그는 오직 사진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판매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의 말은 무시하라고 강경하게 말한다. 그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기자인 커트 로저스, 딘 피츠모리스와 함께 처음 내놓았던 가방은 수요과 공급의 법칙, 그리고 손익분기점의 계산 속에서 도저히 성공할 수가 없는 상품이었다. 전세계 수많은 카메라 인구 가운데 단 몇 %도 채 되지 않는 현장의 보도사진가들, 씽크탱크포토의 첫 가방들은 이들에게만 철저히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벨트팩 시리즈. 왼쪽부터 Speed Demon, Speed Freak, Speed Racer


씽크탱크포토는 첫 런칭에서 스피드디먼, 스피드프릭, 스피드레이서라 이름붙인 벨트형 가방 3종과, 벨트를 포함한 각종 파우치 12종 세트, 6종 세트, 그리고 이들 각각의 파우치 등을 선보였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 한다면, 카메라 바디는 근본적으로 가방 안에 있어서는 안될 장비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즉, 이들 가방들은 렌즈 및 플래시 등 액세서리를 넣을 공간인 동시에, 이들을 교환 장착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라는 개념만 갖추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왼쪽부터 Pro Modulus Speed Set, Modulus Speed Set. 현재는 두 세트상품 모두 단종되고, 보다 간소화시킨 Modular Set라는 제품이 나와있다.


나는 이들 가운데 12종의 파우치 및 벨트로 구성된 프로 모듈러스 스피드 세트를 받았다. 벨트와 하니스, 그리고 몇 개의 파우치 등이 갖춰져 있었으며, 나는 그 중에서 필요한 걸 골라서 착용하면 됐다.

이 가방을 처음 쓴 건, 창경궁과 덕수궁, 숭례문에서 몇 종의 새와 건물을 담으러 나갔을 때였다. 마치 탄띠를 두르듯 허리에 두르는 이 시스템은 그동안 숄더백 혹은 소형 벨트팩 이외의 카메라가방을 들고 나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무게가 1.6kg을 넘어서는 400mm급 줌렌즈까지 휴대한 채 하루종일 걸어다녔음에도, 몸에 오는 피로가 확연히 적었다. 다만, 이걸 착용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좋았으나, 촬영 장소로 이동, 혹은 촬영 후 복귀할 때가 문제였다. 이걸 착용한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너무 튀는 스타일이 되 버리는 데다가,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에서 각각의 파우치가 따로 떨어져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차지하는 부피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일쑤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최초 통화했던 본사 담당자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 나는 사용중인 가방을 메고 나갔다. 이번엔 허리 대신 어깨에 둘러메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방의 단점으로 이동할 때의 문제점을 얘기할 수 있었다.

Test Drive라는 개념, 아마 씽크탱크포토가 출범하던 2005년 당시, 국내의 컴퓨터 부품업계에서는 이미 필드테스트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카메라 업계에서는 생소했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Test Drive는 한편으로는 꽤 신선한 모험이었을 게다. 물론, 마케팅을 목적으로 뿌려지는 필드테스트와 달리, Test Drive는 일정 기간 체험 후, 제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시도가 있다는 것부터가, 제조자와 사용자 간 대화와 협력을 전제로 둔 거라고 간주할 수 있겠다.

첫 양산품이 출고되고, 시장에 풀린 후의 얘기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몇 가지 신제품과 함께, 첫 양산품에 대한 리뉴얼이 이루어졌다. 출시된 지 불과 몇 달만의 얘기다.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긍정적인 반응은 ‘시정 요구사항이 즉각 반영되는구나’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컸다. 개선되었음에도 부정적인 반응? 너무 짧은 리뉴얼 사이클로 인해 판매자는 재고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어져 버리고, 기존 구매자 또한, 너무 짧은 기간만에 구형이 되어버리는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끊임없는 개선 노력은 누가 봐도 나쁠 수가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상업적 논리에는 맞춰야 하지 않았나 하는 게 당시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거울삼아, 리뉴얼 작업을 이어지되, 최소 몇 개월 이상의 텀을 두게 되었다.


그저 편집기자였고, 취미삼아 사진을 찍을 뿐이었던 내가 씽크탱크포토의 한국 디스트리뷰터를 맡은 건, 이후로 꽤 긴 시간이 흐른 후였다. 디스트리뷰터가 되자마자, 나는 공부를 해야 했다. 영어공부? 아니다. 영어는 여전히 매우 서툴지만, 당시에 해야했던 공부는 영어가 아니었다. 내가 배우고 외운 건 가방을 만드는 자재에 관한 얘기, 가방을 생산하는 부분에 대한 얘기였다. 이걸 알지 못하면, 씽크탱크포토 가방의 단점을 인식하고도, 현실적인 개선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씽크탱크포토 가방은 다른 가방들과 달리, 모든 면에 있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명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기능성 가방이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전문가 대열에 합류했어야만 했다.


* 2007년 P&I 쇼에서 본사 소속 양인억 실장(오른쪽)과 함께.


씽크탱크포토에서 가장 대중적인 가방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를 얘기할 것이다. 이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는 한국에서 처음 주창되어, 첫 모델인 어반디스가이즈 40과 50이 국내에 우선 런칭되었다. 그간의 씽크탱크포토 가방이 오로지 전문 사진가들만을 위하는 가방이었다면, 이들 두 가방은 씽크탱크포토 가방에 대중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들이 국내에 도입되는 시점에서 내가 씽크탱크포토의 한국 디스트리뷰터를 맡은 건 어쩌면 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나는 대대적인 Test Drive 작업을 벌였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응모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들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씽크탱크포토를 국내에 공급함에 있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줬다. 나는 신문이나 잡지 등의 광고가 아닌, 직접 소비자와 접촉하는 형식의 마케팅을 위주로 홍보활동을 벌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Urban Disguise 40과 Urban Disguise 50. 한국내의 시장 사정을 반영해 만들어줄 것을 요청, 그 결과로 선보였으며, 2006년 말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런칭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ckback 0 | Comment 0

Vm~'s Blog is powered by Daum &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