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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렌즈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진 일반 파우치였다. 씽크탱크포토 제품임을 알리는 실리콘 레이블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 파우치로 간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씽크탱크포토가 처음 런칭되었을 때 몇 가지 렌즈 파우치가 함께 선보였었다. 무려 5년이 지났지만, 이때 선보인 파우치들은 일부 색상이 변경된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여전히 현장에서 즐겨 쓰이고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렌즈 파우치가 나왔을 때는 이미 탐락의 MAS 시스템이 있었고, 렌즈케이스 시장에서는 로우프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를 많이 타는 국내 시장에서 씽크탱크포토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파우치가 단시간 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스킨 시스템의 기초 배경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씽크탱크포토의 거의 모든 가방은 타 브랜드 제품들과 달리 내충격성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타 브랜드 가방과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 대비 1/3 수준에 머무르는 얇은 파티션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자 단점이 렌즈 파우치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단순한 이동 및 수납 개념을 넘어, 현장에서 쓸 경우에 다다랐을 때의 얘기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렌즈 파우치의 이상적인 형태는?

현장을 뛰는 기자 등의 사진가들은 최대한 가볍게,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보호를 위한 폼패딩이 두꺼울수록 수납 장비 보호력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늘어나는 부피는 기동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패딩이 없는 뉴스웨어 등의 촬영 조끼가 한때 인기를 끈 까닭도 이 때문이다.

처음 런칭된 2005년 당시, 씽크탱크포토의 렌즈파우치는 기존 타 브랜드 렌즈파우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단순했다. 밀폐를 포기한 극단적인 설계는 렌즈 수납을 빠르고 쉽게 도와줬고, 얇은 보호패딩은 파우치 부피를 줄여 몸에 더 밀착되도록 했다. 이렇게 줄어든 부피는 현장 사진가들에게 좀 더 폭넓은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밑받침해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사진가들을 통해 다양한 리포트 및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렌즈 파우치의 종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 파우치 모델에서 라인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을 현장 사진가들이 요구했다. 바로 폼패딩을 아예 빼버린, 보다 얇고, 작고, 가벼운 렌즈 파우치였다.


카메라 수납용품에서 폼패딩을 빼다!

스킨 시스템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덕은 스킨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폼패딩을 아예 배제해버렸다. 현장 사진가들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폼패딩이 빠져버리고 나니, 파우치는 지탱해주는 보형물 없이 그대로 흐느적거렸다. 기존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 파우치들처럼 스트링을 달아 넣어둔 렌즈가 빠지지 않도록 했지만, 이미 넣고 꺼내는데 있어 기존 렌즈 파우치보다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스킨 파우치에서 스트링은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덕은 이 스킨 파우치에 마치 메신저백의 플랩을 보는 것 같은 긴 플랩을 달았다. 벨크로로 고정되는 이 플랩은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뒤로 젖혀두고 쓰거나, 파우치 내부로 쑤셔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흐느적거리는 제품이다보니, 상호간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취재 현장에서 타인의 가방 등에 걸릴 확률도 늘었다. 덕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조직이 치밀한 100D 허니컴을 제품 전체에 걸쳐 적용했다. 범백에 먼저 적용되었던 100D 허니컴은 치밀한 조직으로 인해 외부와의 마찰을 극소화시켜준다. 즉, 타인의 가방 등와 마찰이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미끄러져버릴 뿐인 셈이다.

플랩을 고정시키는 벨크로에도 새로운 기법이 적용되었다. 사일런서 플랩이라고 명명된 독특한 기능은 필요에 따라 벨크로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 벨크로로 인한 소음을 없애준다. 만일 취재 현장이 정숙성이 요구되는 회견장이거나 공연장이라면, 이 사일런서 플랩의 필요성은 절대적일 것이다.

스킨 시스템은 총 5가지 파우치와 1가지 벨트로 출시되었다. 벨트는 스킨 벨트라 명명되었으며, 역시 어떤 폼패딩도 없이, 오로지 부피를 줄이는 것에만 치중했다. 5가지 파우치는 각각 스킨 침케이지, 스킨50, 스킨75팝다운, 스킨 더블와이드, 스킨 스트로브라 명명되었으며, 각각 바디케이스, 광각렌즈 파우치, 망원렌즈 파우치, 렌즈 2개 수납용 파우치, 플래시 수납용 파우치로 나왔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활용법

스킨 시스템이 선보이고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각각의 파우치를 갖고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스킨 침케이지의 익스펜더블 기능을 이용해 높이를 확장한 후,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으로 내부를 나눠 렌즈 파우치로 썼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바디 케이스로 쓰기도 한다. 스킨 스트로브에는 삼각대마운트와 후드를 뺀 캐논 혹은 니콘의 70-200mm F2.8 줌렌즈를 넣어, 스킨75팝다운을 대신해 쓰기도 했다.

이렇게 전용해서 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것은 처음 스킨 시스템을 요구하던 까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촬영을 나갈 때 스킨벨트와 스킨50, 스킨 스트로브를 빼놓지 않고 챙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으니까.

스킨 시스템은 기존 파우치들과 달리, 장비를 꺼내어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아예 파우치를 차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납작하게 몸에 붙일 수 있다.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파우치들이 적은 부피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렌즈드랍인과 같은 몇몇 특수 파우치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납작하게 붙여놓을 수가 없다.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적은 부피를 차지하도록 용도를 전용해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카메라 바디용 케이스로, 스킨스트로브는 후드와 삼각대마운트를 제거한 70-200mm F2.8 렌즈 수납용으로 전용해 쓰기도 한다.


그럼 장비는 어떻게 보호하냐고? 아마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궁금증이 이것일 거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장비 보호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스킨 시스템을 그냥 무시하면 된다. 스킨 시스템은 장비 보호를 아예 무시한 채 만든 것이니까. 이 스킨 시스템을 요구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니는 기자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현장에서 사진을 담아내는 것 뿐, 그 순간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그들의 값어치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있어 장비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보통 카메라 가방, 카메라 파우치라 하면, 일단 장비 보호를 위한 패딩을 생각한다. 즉, 패딩은 카메라 가방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킨 파우치는 이걸 뺐다. 카메라 가방에서 필수 요소를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을 뛰는 사진가들의 주문이었다. 그 결과는? 나는 현재 스킨 파우치만큼 현장에서 유용한 렌즈 파우치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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