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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사진

아이스하키, 비인기 스포츠 속 승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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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종일 자리를 비웠습니다. 바로 이 아이스하키 경기를 촬영하러 다녀왔기 때문인데요, 내일까지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문체부장관배 고교 아이스하키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준결승 2경기가 있었구요, 내일 오늘 경기에서 이긴 두 팀이 결승에서 맞붙습니다.

첫 게임에서는 경성고와 경기고가 붙었습니다. 경기고가 이겨서, 내일 결승을 치릅니다. 윗 사진은 두 번째 게임에서 붙은 경복고와 중동고의 경기 장면입니다. 흰색 유니폼이 경복고, 붉은색 유니폼이 중동고입니다. 경복고는 현재 이 대회 3연패를 달성하고 있으며, 이번 경기에 우승하여 4연패를 이어나갈 심산이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작년 결승 게임도 경복고와 경기고의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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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재 게임인 경복고와 중동고의 경기는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첫 피리어드에서 중동고가 선취골을 넣으면서 박빙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곧이어 경복고가 한 점 만회하면서 첫 피리어드를 동점으로 끝냈습니다. 두번째 피리어드에서는 경복고가 먼저 한 골을 넣어 한 점 달아났지만, 경복고의 선수 둘이 패널티로 자리를 비운 사이, 중동고가 한 골 만회하면서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경복고가 다시 한 골을 넣으면서 한 점 앞선 가운데 두 번째 피리어드를 마쳤습니다.

세 번째 피리어드에서는 서로 한 골씩 주고 받았지만, 경복고가 한 골을 달아나면서부터 전세가 확 기울어, 결국 8대 3이라는 점수차로 경복고가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전세가 기울면서 쉽게 무너졌던 것 같네요.

고교 하키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곳이 이들 경기, 경복, 중동고라 합니다. 당연히 이 세 학교의 경기를 오늘 볼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게 또 전부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워낙 인지도도 없고,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떨어지다보니, 이들 선수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프레스쪽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포털사이트의 뉴스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늘 경기 기사라고는 경기 결과 두 줄만 간략하게 나온 스포츠서울 기사가 전부입니다. 대략 5시간동안 경기장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경기 장면을 찍는 사람은 선수들의 지인들 외에는 함께 간 두 기자분과 저 뿐이었군요.

지금 북경에서는 올림픽 열기가 뜨겁습니다. 결과 여부를 떠나, 오늘은 우리나라의 축구 경기가 있다보니,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군요. 박태완 선수의 금메달을 비롯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제가 되고, 심지어는 스포츠조선에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박태완 선수의 장난끼 어린 답변, '피는 안났어요..ㅋㅋ'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스타가 된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은 대단한 뉴스로 다뤄지면서, 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눈길 하나 없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장관배 전국대회인데, 겨우 결과 두 줄 달랑 실린 기사가 전부라니요.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 한국 여자 핸드볼을 다룬 영화죠. 워낙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말고는 쾌거를 볼만한 순간이 없습니다. 지금 죽쑤고 있는 축구? 해외 나가면 명함도 못 내미는 농구? 야구? 이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어도 충분히 인기가 있고, 선수로의 몸값은 톡톡히 받습니다. 물론, 이것도 주전 선수, 간판 선수가 된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올림픽 메달 말고도 입신양명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아이스하키를 보면 핸드볼도 행복하다고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올해 초 촬영 다녀온 스노우보드 월드컵에서도 그랬듯, 우리나라 선수들은 일단 존재감 제로이고, 기반 환경부터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은커녕, 제대로 기반이나 갖출 수 있으면 잘한 것이 되는 식입니다.

9월에 대학 대항전이 있는 모양입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맞붙는다고 하는군요. 자리를 마련해준 기자분의 얘기가, 아마 오늘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을거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경기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 결과를 보고, 이렇게 정리하는 와중에 씁쓸한 기분만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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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로 춘천까지 가서 5시간동안 빙상장에 있었더니, 무척 피곤하네요. 이렇게 찌는 더위에 잠바 입고, 장갑 끼고도 손시려워서 벌벌 떨고 있었으니, 참 독특한 경험 해봅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