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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신변잡기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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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인 분에게서 황당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그냥 소비자고발 코너 같은 곳에서나 접해왔던 내용이죠. 바퀴벌레가 들어 있는 카스테라, 애벌레가 득실거리는 콘푸레이크, 구데기 나오는 간장게장 등등.. 뭐, 따지고 보자면, 저도 곰팡이 생긴 빵을 사본 적도 있고, 상한 크림 먹고 배아팠던 적도 없지는 않죠. 이런 문제가 요즘들어 특히 부각되는 건 그만큼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매체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인 분의 절친한 후배 분 얘기예요. 이분께서는 다른 매체쪽으로 이걸 제보하신다고 하네요. 기자분이거든요. 아래는 작성하신 글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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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조치원읍에 사는 이모씨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연말을 보내기 위해서 2008년 12월 31일 오후 6시경 C베이커리 조치원점에서 케익을 하나 구입해서 그날 저녁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은 아주 잠시였다  케익을 먹던 가족중 한명이 "아야!" 소리를 내며 길이 6mm 가량의 철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구입해온 케익에 섞여 있는 상황에 씹다가 입천장을 찔렸기 때문이었다. 자칫 입천정을 심하게 찌를뻔한 상황이었으나 다행히도 약간 따끔한 수준의 통증으로 끝났고, 가족들은  즐거운 시간에 벌어진 일로 인해 가슴을 쓰러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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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C베이커리 조치원점에서 구매한 케익에서 발견된 철사로 추정되는 이물질]


즐거운 가족과 함께 연말연시를 보낼 요량으로 케익을 구매한 이모씨는 너무나 황당한 나머지 본사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으나  본사에서 들은 답변은 "본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지점에서 임의적으로 제조 판매하는 제품"이니 본사와는 무관한일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받았으며, 케익을 구매한 조치원점에서 전화가 걸려와 이모씨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이물질 발견 사진에 대해서 게시물을 내려달라는 20여차레의 전화를 받고 전화받는게 귀찮아 이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본사와 해당 매장에서 오전 전화가 뚝 끊어져 버린 후  사과도 없고  해당 케익에 대한 처리방안도  일절 묵묵 부답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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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몇 년 전이지만, 롯데제과의 어떤 과자를 먹다가 잘못 되서 롯데에 민원을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사과와 더불어 다른 과자를 보내주더군요. 좀 된 얘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대충 그리 넘어갔었습니다. 대체로 이런 일들은 쉬쉬하며 넘어가기 일쑤인데요, 요즘 들어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예전처럼 쉬쉬하며 넘어가기는 힘들어졌죠. 이렇게 웹상에 한 번 공개되면 일파만파로 번지니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물론 이게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업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면, 근본적인 문제는 대량생산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희박한(희박하다고 해두죠.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통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문제로 인한 불량품 생산이라고 인지할 수 있겠습니다. 곡물을 주원료로 할 경우, 걸러지지 않는 곤충 알이 생산 후 부화하여 애벌레가 낄 수 있는 것이며, 이 케이크의 경우 역시 조리 과정에서 가느다란 철사조각이 반죽에 섞여버렸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근본은 사람이 제어하는 것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겠죠. 업체 입장에서 이미 생산된 식품을 다시 해체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문제를 놓고 완벽을 기한다는 건 불가능할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인지하는 문제는 어떨까요? 업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이다 라고 말하기에 앞서 예시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죠.

식당에 갔습니다. 밥이 나왔는데요, 밥을 먹다보니, 기다란 머리카락이 나왔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빼고 먹는 분도 계시고, 주인이나 종업원을 불러 항의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먹다 말고 화내고 나가시는 분도 계시구요. 보통은 식당에서 밥을 바꿔드리고, 사과하곤 하십니다. 이런 경우는 그냥 이 정도에서 끝나곤 하죠. 항의가 심할 경우, 식대를 안 받기도 하구요. 그런데, 간혹 그냥 퉁명스럽게 바꿔주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식당 안이 한 바탕 뒤집어지기도 하죠.

열이면 열, 공급자 쪽이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하면 매끄럽게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어찌 완벽할 수 있겠어요? 이물질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인데, 이걸 갖고 완강하게 항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말이죠, 소비자의 이런 관용을 업체가 기대어선 안 될 일입니다. 그 정도는 봐줘야지.. 이건 아니라는 얘기죠. 업체는 완벽해야 하고 소비자는 너그러워야 하는 게 생산자와 소비자의 올바른 관계라고 봅니다. 소비자가 항의해서 얻고자 하는 게 뭘까요? 화가 난 소비자는 단지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인 겁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한다면 어느 소비자가 안 누그러지겠어요? 그까짓 케이크 하나 공짜로 더 먹고, 한 끼 식대 공짜로 먹겠다고 항의하는 건 아니거든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또한 마케팅입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 커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덮어두려고만 한다면, 지금의 정보환경에서는 마이너스만 될 뿐입니다. 잘못을 덮어두고 쉬쉬하려고만 하는 업체, 그 업체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하는 자사 제품에 관한 광고, 이미지 광고.. 과연 사람들은 그 광고에 동화될까요? C베이커리 관계자 분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이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