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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했다. 확실히 눈에 띄게 진화했다는 생각이다. 단지 다리를 뽑아 올리고, 세 다리를 벌려 땅에 고정시키고, 카메라를 얹고 사진을 찍던 삼각대였다.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스파이크를 달고, 높이를 조절하기 위해 센터컬럼 높낮이 조절 장치를 넣었으며, 카메라의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수평계를 달았다. 삼각대는 단지 이런 존재였다. 짓조가 트래블러 삼각대를 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전의 삼각대는 대단히 우직했다. 펼친 크기가 크면 접은 크기도 컸고, 다리 단수에 따른 크기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접은 크기는 펼친 크기와 지지하중을 직관적으로 대변했다. 게다가 여기에 헤드라도 얹으면, 이 삼각대는 어떤 헤드를 얹었냐 까지 확연하게 드러났다. 보통 우리가 지금까지 흔히 알고 있던 이른바 국민삼각대 등은 이런 우직한 삼각대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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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 삼각대는 획기적이었다. 기존의 우직한 삼각대들이 안정성과 휴대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두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 트래블러 삼각대는 휴대성이라는 요소를 극도로 높였다. 물론, 카본삼각대의 원조인 짓조답게, 이 트래블러 삼각대에 역시 카본을 적용, 지지하중 또한 괜찮은 수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헤드를 포함해도 대단히 작아지는 트래블러 삼각대의 접힘 방식은 삼각대 휴대에 부담을 느끼는 사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높은 가격. 어지간한 보급형 DSLR 카메라를 살 수 있을법한 짓조 삼각대의 높은 가격은 사진인들이 트래블러 삼각대를 보면서 그저 침 한 번 꿀꺽 삼킬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도입한 삼각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인 게 맞다면 아마 호루스벤누의 네오1128T라는 모델이 이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도입한, 짓조 이외의 첫 삼각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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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나들이와 더불어 손에 쥐어진 삼각대, 시루이 M-1204. 이것 역시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도입한 모델이다. M-1204 뿐 아니라, 시루이의 모든 삼각대는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두 이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대형 카메라를 얹을 수 있는 중형 삼각대에서조차 이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도입, 특히 커질수록 휴대가 버거워지는 문제를 보완하고 있었다.

시루이 삼각대는 크게 T 시리즈와 M 시리즈로 나뉜다. 보통 흔히 접해왔던 일반적인 삼각대가 T 시리즈이고, M 시리즈는 모노포드 기능을 겸하고 있다. 4자리 숫자 중 제일 앞은 크기에 따른 분류를, 두 번째는 재질을, 네 번째는 다리 단수를 의미한다. 알루미늄 스틸은 0, 카본은 2이다. M-1204는 모노포드 기능을 갖춘 카본 재질의 4단 소형 삼각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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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는 두 개의 짓조 삼각대와 지금은 집사람이 쓰고 있는 슬릭 카본 삼각대를 갖고 있다. 게다가 짓조 삼각대 둘 중 하나는 트래블러 모델이다. 구태여 이 M-1204를 새로 들여놓을 까닭은 없을 것이다. 혹시 모노포드 때문에? 이미 나는 대포렌즈용 중형 모노포드인 벨본 네오포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싸게는 5만원 미만에서도 장만할 수 있는 모노포드를 장만하려고 30만원이 넘는 카본삼각대를 사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삼각대를 손에 거머쥔 까닭은 이 삼각대가 가진 몇 가지 장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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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M-1204가 가진 최대 장점은 트래블러 접이 방식을 통한 휴대성 향상이다. 짓조 트래블러 시리즈의 최대 장점을 그대로 차용해왔다. 이 때문에 아마 이 삼각대는 짓조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붙이고 다닐 수도 있겠다. 이 트래블러 접이 방식이 아주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이걸 갖고 똑같이 따지자면 모든 카본 삼각대들은 짓조 짝퉁이다. 카본 삼각대의 원조 역시 짓조니까.

그럼 M-1204의 접이방식은 짓조 트래블러의 것과 온전히 같을까? 방식만 차용해왔다고 생각한다. 이 삼각대를 손에 거머쥘 당시, 샵에서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두루 얘기해줬다. 단순히 접이 방식을 차용하기만 한 것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세세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버튼 방식을 통한 보다 편리한 접이 멈치, 500회 이상의 접이 동작에서도 헐거워지지 않는 다리 조임, 단조 가공을 통해 기초를 다진 뒤 절삭 가공했다고 하는 마운트 부분은 짓조 트래블러에 기초를 두고 있으면서도 보다 나은 삼각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말하자면 이 시루이 삼각대는 짓조 트래블러를 배낀 게 아니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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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 가공된 부분은 특히 강조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이 다리 마운트 부분은 주조공법을 통해 생산된다. 물론, 금속의 성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단조가공에 비해 주조가공은 응력에 취약하다. 상대적으로 쉽게 깨진다는 얘기다. 단조가공을 통해 생산된 금속 제품은 일반적으로 주조가공을 통한 그것보다 튼튼하다. 다만, 생산 설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고, 가공 또한 제약이 따르며, 시루이 삼각대의 그것에서 보듯, 절삭 가공 등, 2차 가공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산성 및 원가에 대해 불리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가공된 시루이 삼각대의 마운트 부분은 대단히 튼튼해서, 외부 활동 중 있을 수 있는 불의의 충격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내충격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시루이 삼각대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품질검사로 이 삼각대를 수차례 던져, 땅에 떨어뜨려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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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장점. 시루이 M 시리즈 삼각대의 특징인 모노포드로의 활용이다. 샵에서 보여주실 때, 이거 아주 재밌다면서 시연해주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이 삼각대를 거머쥐게 만든 결정적인 특징이다. 이분이 이 삼각대 다리를 잡고 돌려 빼실 때까지만 해도 나는 왜 멀쩡한 삼각대를 구태여 저렇게 분해하고 계실까 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M-1204의 세 다리 중 하나는 완벽한 분리기구를 갖추고 있고, 센터컬럼의 카메라 마운트 부분을 뽑아 연결해주면 아주 완벽한 모노포드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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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처럼 분해 조립 기구가 많으면 그만큼 결속 부위가 약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는 어떤 제품이라도 피해갈 수 없다. 다만, 결속부위를 보다 강화시켜준다면 문제의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M-1204의 이 결속부위 역시 이중 잠금장치를 통해 자칫 다리가 풀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였다. 이 결속장치는 다리 속에 위치한 속나사를 이용해 1차적으로 고정시키고, 겉부분의 돌림 잠금장치를 통해 2차적으로 고정시킨다. 단,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불만이라면, 속나사와 겉나사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조이게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조임 방식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게끔 되어 있다면, 행여나 풀릴 수 있는 조건이더라도, 다른 한 결속장치가 반대로 조여지게 되므로, 오랜 사용을 통해 마모되어 있더라도, 쉽게 풀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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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점은 펼쳤을 때의 크기와, 의외로 높은 지지하중이다. M-1204의 접은 길이는 44cm 정도, 짓조 GT1541T보다 약간 길다. 대신 펼친 높이는 최대 1.55m로 GT1541T의 그것보다 높다. 이 1.55m라는 높이는 볼헤드를 끼우고 세로그립이 없는 DSLR 카메라를 얹었을 때, 키 185cm 이상이 되어야 최대 높이에서 촬영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내 키는 173cm, 함께 장만한 볼헤드 G-10을 얹고, 내 카메라인 캐논 EOS 1D Mark III를 마운트하면 어느 정도의 사면에서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 촬영에 임할 수 있다.

10kg라는 지지하중도 눈에 띈다. 갖고 있는 짓조 GT2540LVL이 12kg, 슬릭 카본인 813CF가 8kg 가량이다. GT1541T는 8kg다. GT1541T 다음으로 작은 삼각대지만, 지지하중은 GT2540LVL보다 낮고, 813CF보다 높다. 이 두 삼각대는 삼각대 무게만 1.5kg이 넘는 제품들이다. M-1204의 삼각대 자체 무게는 표기상으로 1kg, 실제 무게는 감겨 있는 워머를 포함해도 900g이 약간 넘는 정도다. 볼헤드 G-10을 포함해도 GT2540LVL이나 813CF보다 훨씬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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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카본 재질이야 원조인 짓조쪽이 좀 더 좋을 수 있겠고, GT1541T와 M-1204를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해보면, M-1204의 지지하중이 좀 더 높은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겠다. 펼쳤을 때의 다리 각도를 보면 GT1541T 쪽이 좀 더 넓게 벌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지지하중에서 손실을 입지만, 안정적인 지지력에 있어서는 보다 유리해진다. 물론 이것이 M-1204가 가진 지지력의 안정성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GT1541T의 다리 각도가 좀 더 벌어져 있음을 얘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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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 잠금 방식의 다리 잠금 장치도 눈에 확 띄는 건 아니지만, 이 삼각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잠금장치를 완전히 풀더라도 다리가 흔들리는 정도가 매우 적으며, 각 단 간 간격도 다소 뻑뻑해서 확 빠져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다리를 조였을 때 보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각각의 다리 및 센터컬럼이 회전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좋다.

또 어떤 장점이 있을까? M-1204에 대해서는 이 정도가 전부겠다. 보다 큰 모델로 가면 나사 형식으로 된 스파이크가 내장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M-1204에는 빠져있다. 다소 아쉽긴 하나, 스파이크 내장 기구가 들어가면 또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 모델에서는 이 기능을 버리는 편이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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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 형식의 삼각대는 장거리 트래킹 등에서 이상적인 삼각대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휴대해도 무게 부담이 없고, 부피로 인한 휴대의 제약이나 부담도 적다. 카메라 배낭에 거치할 경우라면 오히려 너무 작아서 거치가 난감할 정도다. 이것은 짓조 GT1541T보다 다소 큰 시루이 M-1204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나는 야경 촬영을 위해 응봉산을 오르면서, 트래블러 형식으로 접는 대신, 일반 삼각대를 접듯 접어서 배낭에 달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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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포드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여러 날을 다녀야 하는 장거리 여행에서 빛을 발한다. 사실 모노포드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촬영에 임하면서 모노포드가 필요한 경우를 많이 겪어보긴 했지만, 늘 갖고다니기에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M-1204는 이런 모노포드를 따로 휴대할 필요 없이 삼각대를 하나 휴대하는 것으로 삼각대와 모노포드 모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장거리 여행에서 짐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내가 여러 개의 삼각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M-1204를 손에 거머쥔 이유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인 제품을 이끌어내곤 한다. 짓조 트래블러 시리즈가 그랬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는 후발주자들이 간간이 차용하곤 한다. 시루이가 그렇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아이디어다. 시루이는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단순한 아류작이 아닌 재창조된 삼각대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흔히들 삼각대의 끝은 짓조라고들 한다. 나도 슬릭 813CF를 쓰다가 짓조 GT2540LVL을 장만했었다. 하지만, M-1204는 짓조 GT1541T가 부럽지 않은 삼각대다. 튼튼하고 지지력 좋으면서 작고 가벼운 삼각대를 원한다면? 짓조 GT1541T가 돈 값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지금이라면 자신 있게 이 M-1204를 권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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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4
permalink 명랑땡구
2009.02.01 19:25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잘보고갑니다.~수고하셨어요~~추!
Vm~
2009.02.01 20:27 신고 수정/삭제
늘 감사합니다......^^
permalink CoCoNut
2009.02.02 21:51 신고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잘보고 갑니다.

구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from.slrclub
Vm~
2009.02.02 23:21 신고 수정/삭제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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