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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은 건 디지털카메라를 거머쥔 후의 얘기다. 이런 저런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각종 제품사진을 찍은 것이 사진 촬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 나는 파인픽스 S2 Pro를 통해 렌즈교환식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했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진에 접근하기 시작한 건, 첫째가 태어나고, 니콘의 수동카메라, FM2를 장만하면서 부터다. 이 FM2와 Ai 50mm F1.4 렌즈만을 갖고 대략 1년 남짓, 갓 태어난 아이를 찍으면서, 사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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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내가 쓴 필름은 후지필름 리얼라100이다.

     사진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친구가 몇 롤 선물해준 필름이,

     1년여 가량,

     그것도 주로 실내에서 촬영하면서 썼던 필름이 되버렸다.

     50mm F1.4 최대개방에서 셔터속도 1/8초를 겨우 확보하고,

     이제 마구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녀석을 찍다보니,

     심도와 노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익혀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후로 접하는 후지필름의 모든 카메라마다, 필름의 향수에 빠져들었다. 리얼라100에 앞서, 파인픽스 S2 Pro를 손에 쥐었지만, 머릿속에 각인 된 것이 니코르 Ai 50mm F1.4 렌즈와 조합된 리얼라100의 색감, 캐논 EF 50mm F1.4 렌즈와 NPS160의 조합, 니코르 Ai 45mm F2.8P 렌즈와 조합된 프로비아100F의 조합이다. 물론, 강렬한 벨비아50의 느낌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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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on FM2 with Nikkor Ai 45mm F2.8P, Fujifilm Provia 100F. Minolta Dimage Scan Elite 5400 II Self Scan


올해 들어서는 아직 뜸하지만, 삼청동으로의 나들이는 몇몇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특히, 외근 업무차 시내로 나왔다가 잠시 돌아보는 평일 낮의 삼청동은 주말의 북적대는 삼청동과 다른, 정적인 매력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매우 맑은 날이긴 하지만, 아직은 스산한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이른봄이다. 삼청동의 원색적인 인공물에서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FM2를 들고나섰다면, 카메라에는 벨비아가 넣어져 있었을 게다.

이번에 거머쥔 카메라는 파인픽스 F200EXR이다. 여기에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 기능은 이 카메라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가 해당 필름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번에는 당연히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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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다. 설정에서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프리셋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이것이 각각의 필름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같은 수는 없을 것이다. 벨비아모드, 프로비아모드, 아스티아모드 모두 마찬가지다. 그냥 단순히 비유적으로 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색 재현에 충실한 프로비아 필름을, 카메라의 가장 기본적인, 가공되지 않은 설정에 빗대어 적용하고, 원색의 발색이 강렬한 벨비아 필름을,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높인 프리셋에, 부드럽게 퍼지는, 소프트한 맛이 있는 아스티아 필름을 이른바 소프트 모드로 적용한 것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다. 즉, 내가 원색 대비가 강한 상청동 인공물에 대한 촬영에서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는 것은 벨비아 특유의 고채도와 높은 콘트라스트를 기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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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에서 삼청지구대로, 삼청공원 방면으로, 다시 베트남 대사관 옆을 지나, 북촌 한옥마을 방면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낡은 대문, 까페, 간판, 벽화, 쇼윈도 및 이런저런 장식 등을, 주로 28mm 최대 광각으로 프레임에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28mm 광각은 삼청동을 관통하는 주도로에서 광각의 시원시원한 임펙트를, 감사원으로 향하는 골목의 좁은 공간에서 충분한 화각을 선사해줬다. 센서가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최대 광각에서의 촬영이 다소간의 왜곡을 수반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 왜곡 없이 사진을 담으려면 TS렌즈가 있어야 할 것이니, 적당히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그냥 포토샵에서 곱게 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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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깨끗한 하늘은 벨비아 필름이 갖고 있는 특유의 높은 채도와 부합해 매우 강렬한 사진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또 그렇게 강렬한 사진이 아니었다.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다. 최종적으로 웹상에 쓰는 사진은 결국 후보정에서 콘트라스트를 조절해, 생각하는 정도의 대비를 구현했다. 그런데, 이걸 가리켜 무조건 실망할 것은 아니다.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 하더라도, 초창기 후지필름 카메라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와 비교할 수는 없다. 최종 결과물에서 보여지는 채도와 대비가 같은 수준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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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픽스 F200EXR이 갖는 다이내믹 레인지는 어지간한 프로급 DSLR 카메라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즉, 명부가 하얗게 날아가지 않고, 암부 또한 까맣게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은 또 하나의 딜레마를 낳는다. 명부가 완전히 하얗고, 암부가 완전히 까맣다는 건, 사진 속의 명암대비가 극명함을 의미하며, 이런 사진은 강렬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 강렬해 보인다는 건, 보여지는 차이가 있지만, 벨비아 필름의 특성과도 같다. 반대로, 명부와 암부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건, 그만큼 강렬한 명암대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니, 명암대비를 통해 강렬한 효과를 주는 사진은 또 아니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실망한 벨비아 모드의 콘트라스트는 파인픽스 F200EXR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련한 특징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강렬한 명암대비에 따른 강한 느낌 대신, 명부와 암부의 극심한 노출차에도 불구하고 살아나 있는 디테일, 그리고, 그 암부 표현에 수반되는 노이즈의 정도를 본다면, 기존의 강렬한 느낌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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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을 뒤로 하고, 낙원상가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서 잠시 쉰 뒤, 해가 넘어갈 무렵에 청계천으로 나왔다. 청계천을 수놓는 물의 흐름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싹을 석양의 역광 하에 담아볼 생각에서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청계천을 흐르는 물의 흐름을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매뉴얼 노출 모드는 이럴 때 편리하다. 물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선 장노출이 필수, 몇 차례의 재시도가 있긴 했지만, 파인픽스 F200EXR의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은 이런 흔들림을 잡아주는데 효과를 발휘한다. 담아낸 물 흐름의 노출 시간은 1/4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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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싹에 초점을 맞췄다. 강한 태양광 하에서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이건 콘트라스트 AF 방식을 취하고 있는 모든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초점을 잡고 촬영된 사진에는 내장 플래시의 부드러운 광이 섞여 만족감을 더했다. 슈퍼 i 플래시라는 것에 별다른 값어치를 두지 않고 있었지만, 이 사진을 통해서 본다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내장 플래시의 성능보다는 한층 발전된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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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쉰 시간을 제외하면 약 2시간 반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 거리출사였다. 뭐, 출사라기 보다는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하나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여기저기 배회한 거라고 보는 편이 옳겠다. 기대했던 벨비아의 강렬함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벨비아의 느낌을 못 살려낸 것도 아니다. 구태여 원하는 강렬함을 얻어내겠다면, 어차피 사이즈를 조절해야 할 것, 리사이즈 후보정 과정에 커브값 조절을 넣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후보정 과정에서 날아간 명부나 암부를 살려내지는 못한다. 즉, 약간의 귀찮음이 더해진 반면, 얻은 것은 더 많다는 얘기다. 작은 크기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수준의 성능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파인픽스 F200EXR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 주는 가능성은 그 수준에 거의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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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DCM 5월호 별책인 COMPACT DCM 원고작업과 더불어 작성해봤던 사용기입니다. 타이틀 이미지 두 컷은 DCM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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