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동영상을 사실상 처음 찍어본 사람임을 밝힙니다.
영상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었고,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한 번씩이라도 찍어보는 콤팩트카메라의 동영상조차,
그냥 그 기능을 잠깐 보는 것 이외에는 찍어본 일이 없습니다.
한때 우스개로 돌던 얘기 하나..
디지털카메라인데, LCD로 보며 찍을 수 없는 후진 카메라.
제일 싸구려 디지털카메라에도 있는 동영상 기능이 없는 몹쓸 카메라.
바로 DSLR 카메라를 표현하는 우스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라이브뷰라는 이름으로 LCD를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 녹화 기능이 더해진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제대로 잡아본 것이 캐논 EOS 7D였습니다.
처음 이 EOS 7D를 손에 쥔 날, 카메라를 둘러메고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로 나갔습니다.
난지지구에는 조망대가 하나 있죠. 여기에 갔더니 왜가리가 한 마리 서성이고 있더군요.
EF 70-200mm F2.8L 렌즈를 마운트하고, 이렇게 스냅을 찍다가, 영상으로 한 번 담아보려 했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입니다.
ᅳᅳ;;
심하게 흔들리죠?
이 영상은 짓조 GT1541과 마킨스 Q3의 조합 위에 얹어서 찍은 것입니다. 마킨스 Q3라면 상당히 정밀한 조작이 가능한 볼헤드입니다만,
일단 초보자인 제 실력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패닝 및 주밍을 연결시키기가 불가능하다시피 하더군요.
워낙 엉망인 영상이라, 트래픽이라도 줄여보고자, 화질이 많이 떨어지는 소스로 올려뒀습니다...ᅳᅳ;
그래서 이렇게 팬헤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시브 볼헤드가 스틸 촬영에서는 최고였습니다만,
동영상까지 커버할 수는 없겠다 싶어서였죠.
제가 선택한 팬헤드는 짓조 G2380입니다.
G2380은 두 개의 이중 다이얼을 통해 관절부의 압력을 조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압 헤드다 보니, 압력을 조절하더라도 일반적인 헤드들에 비해 보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습니다.
다만, 이 헤드가 영상장비를 위해 나온 것이다보니, 플레이트가 길쭉한 형상이어서, DSLR 카메라에 쓰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더군요.
이 G2380은 오로지 영상을 위한 헤드입니다.
패닝은 무한정 돌아가고, 상하로의 틸팅은 각각 90도까지 가능하지만, 세로구도를 위한 가로 틸팅은 안 됩니다.
영상은 세워서 찍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즉, 이 헤드를 영상과 스틸 모두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죠.
G2380의 무게는 1.4kg에 달합니다. 제가 가진 중형급 삼각대는 GT2540LVL, 무게는 대략 1.6kg쯤 됩니다.
여기에 G2380을 마운트하면 헤드 무게와 삼각대 무게가 비슷한 셈이죠.
앞서 마킨스 Q3를 물렸던 GT1541에는 아예 달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헤드가 무겁다보니, 이걸 휴대한 채 어디를 다니기가 쉽지 않더군요.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꽤나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G2380과 GT2540LVL 조합을 쓰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삼각대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매끄럽고 안정적인 패닝을 위해서는 압력을 다소 묵직하게 해줘야 하는데, 이 상태로 팬을 돌리다 보면 가벼운 다리가 덜렁 들려버리곤 하더군요.
짓조 3 시리즈 삼각대를 쓰던지, 아예 무겁기로는 정평이 나 있는 맨프로토 055 시리즈 알루미늄 삼각대는 써야 할까 싶습니다.
실제로 영상장비로 나오는 삼각대는 그 무게부터가 만만치 않더군요.
이미 한달 하고도 2주 가량 지났군요. 지난 2009년 10월 24일, 노고단에서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영상 촬영에 욕심을 갖고 오르는 길이었기 때문에, 무겁긴 하지만, G2380과 GT2540LVL의 조합을 휴대했죠.
함께 지니고 간 렌즈는 EF 300mm F2.8L IS USM, EF 70-200mm F2.8L, EF 16-35mm F2.8L II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을 이용해 아래 영상을 만들어봤습니다.
배경음악과 더불어, 영상 중간 중간에 나오는 콘서트 장면은 최근에 2집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 락밴드 비갠후의 곡 소망II입니다.
전체적으로 씬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트랜짓을 통해 효과를 줬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패닝 및 포커스인/아웃은 맨 앞에서 보여드린 영상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패닝도 결코 매끄럽지는 못하죠; 처음에 밝힌 바와 같이, 저는 영상 촬영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노고단에서의 일출을 뒤로한 채, 일행들과 함께 뱀사골로 이동했습니다.
역시나 뱀사골에서도 영상을 담았죠.
이렇게 담아낸 영상들로 꾸며본 것이 아래의 영상입니다.
이 영상 역시 비갠후의 2집 앨범에 수록된 2집 타이틀곡 별이진다를 음악으로 썼습니다.
영상 샘플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글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점 양해를 구합니다.
DSLR 카메라를 이용한 동영상 촬영은, 대형 센서를 통한 특유의 공간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전문 캠코더보다도 훌륭한 영상을 담아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형태가 스틸 사진을 위해 고안된 DSLR 카메라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니,
영상을 촬영함에 있어 손으로 들고 찍기에는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앞서의 두 영상을 담아낸 후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매끄럽지 못함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손에 들고 찍기에 그다지 좋은 자세가 나오지 않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팬헤드는 이런 문제를 해소시켜줍니다.
물론, 삼각대 위에 얹어진 구속 촬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제약도 있습니다만,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필히 동반하는 영상 촬영에서 패닝시의 흔들림을 없애준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스틸 촬영에서, 135포맷 기준으로 말하자면, 성능과 무게, 휴대성에서 프로그래시브 방식의 볼헤드만한 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중형카메라를 넘어, 대형카메라로 넘어가면 볼헤드보다는 3Way 방식의 전통적인 형상이 보다 안정적인 경우가 많으며,
135포맷 기준이라도, 400mm가 넘어가는 대형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라면 일명 대포 헤드라고 불리는 특수 헤드가 효율적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상을 촬영한다면 이 G2380과 같은 팬헤드가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고 무거워 거추장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소형화를 향해 달리고 있는 영상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 방식이 주는 안정감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크고, 무거우며, 휴대가 불편한 팬헤드를 집어들었고,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선택이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수중에 EOS 7D가 있으니, 스틸 촬영과 더불어, 영상 촬영도 간간이 해야겠습니다.
적어도 G2380이 있어, 흔들림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어들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