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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신변잡기들

성북동 돼지불백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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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맛집을 소개한다.. 뭐 이런 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맛집을 캐고 다닐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못하거니와, 이 집이 맛집 소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집도 아니거든요.
저는 그저 친구녀석에게 이끌려 이 집에 한 번 가봤고, 이미 가봤을 때는 유명해질만큼 유명해진 곳이었고, 그저 가끔 저녁 한 끼 해결하려고 애들 엄마와 함께 가곤 하는 곳에 한 번 또 다녀왔을 뿐입니다.

혜화로터리에서 성북동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다시 감아 돌아 성균관대 앞으로 나오는 길과, 서울과학고등학교쪽으로 올라가는 언덕길로 갈라지는데요, 이 언덕길로 넘어가면, 잘 알려진 커다란 돈가스집 두 곳을 거쳐, 한성대입구역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제가 얘기하고 있는 이 성북동 돼지불백집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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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 동십자각쪽에서 삼청동을 관통하거나, 감사원 앞을 거쳐 삼청터널을 넘어 접근하지만 말이죠...^^;;

30여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90년대쯤 들어서 오래된 한옥집을 재건축했다고 합니다. 식당 안에 들어서면 여기 저기에 오래된 기사 스크랩이며 즐비하게 걸려 있죠. 그만큼 오래 됐고, 유명새를 탔음을 말해줍니다.

이 집은 일단 태생부터가 기사식당입니다. 기사식당은 우선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고, 음식이 매우 빨리 나온다는 특징이 있죠. 택시기사들의 식사 장소로 대변되는 곳이 기사식당이다보니, 이 성북동 돼지불백도 택시기사 분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워낙 바삐 움직여야 하는 분들을 상대하다보니, 가게에 들어서서 머뭇거리기가 뻘쭘합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낯선 풍경은 아니죠.

자리 잡고 앉기가 무섭게 밑반찬부터 싹 세팅되어 나옵니다. 쟁반 하나에 이런 저런 반찬이 가지런히 담겨 나오죠. 주문은 이 다음입니다.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주물럭이 메뉴인데요, 이번에 갔더니 반반 메뉴가 생겼더군요.

어쨌는 우리 부부는 여기 갈 때면 늘 돼지불백을 시킵니다. 뭐, 이러다보니, 식당 이름은 ‘성북동 돼지갈비’인 모양인데, 그냥 ‘돼지불백’으로 얘기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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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의 사진입니다. 바로 돼지불백이죠. 흔히 생각하는 돼지불고기류와 달리, 이 성북동 돼지불백은 간장으로 간을 맞춰서 구워낸다고 합니다. 고기 두께도 보통 접하는 돼지불고기들보다 얇은데요, 고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입 안에서 감도는 향이 좋습니다. 바로 이 향이 이 집을 제가 즐겨 찾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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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오는 조개탕 국물입니다. 조개는 늘 한결같이 두 개 들어있더군요..^^; 특별히 가미된 게 아니다보니, 국물이 순하면서도, 조개 특유의 시원함이 감돕니다. 저는 보통 이걸 밥 다 먹고 마지막에 들고 마셔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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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 중 하나인 조개젓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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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에 버무린 생마늘입니다. 혀 끝을 아리는 맛이 중독성 있더군요. 애들 엄마는 이거 먹으러 간다고 봐도 될 듯해요...ㅎ;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는 1인분에 5천원씩이었는데요, 요즘은 값이 올라서 6천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물가가 오르는데, 계속 5천원일 수는 없겠죠. 지금도 많이 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고기 반찬으로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이니까요.

부부가 나란히 여기에 가서 한 끼 해결하고 나오는 데는 보통 30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사실, 택시기사분들이 보시기에 밥먹는데 30분은 긴 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는 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고, 밥을 식기 전에 다 먹는다면 길어야 15분이면 충분할테니까요.

어딘가를 가는 길에 이 근처를 지난다, 차가 있다,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이 성북동 일대에는 이런 사람들이 찾을만한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이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면서, 간단히 식사 한 끼 해결할 경우라면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식당, 다 이유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