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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사용기

든든한 삼각대 하나쯤은.. 맨프로토 055CX Pro4 with 804R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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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대교


2004년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친구녀석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죠. 그때쯤 이 친구에게 삼각대를 빌렸었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빌려준 삼각대는 맨프로토 055 시리즈 알루미늄 삼각대와 029RC 3Way 헤드였습니다.

맨프로토의 대표적인 삼각대는 190 시리즈와 055 시리즈입니다. 이들도 각각 다양한 파생형이 있고, 유명새를 탄 이후, 수 차례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름과 사람들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0 시리즈는 국민삼각대라는 별칭을 얻었고, 055 시리즈는 크고 무거운, 이른바 ‘무식한’ 삼각대의 대명사입니다.

처음 친구녀석의 055를 접했을 때 물어봤습니다. 뭐 하러 이리 무식한 삼각대를 샀냐고 말이죠. 그 친구의 당시 장비는 캐논 EOS-1n과 캐논 EF 28-105mm F3.5-4.5 USM의 조합, 여기에 더 얹어져봐야 스피드라이트 540EZ였습니다. 구태여 055와 029의 조합까지 필요할 까닭이 없는 장비였죠.

이 친구는 산을 탑니다. 대학원까지 진학한 전공이 산림과 관련한 분야였기에, 산에서 사진을 찍을 일이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평지가 아닌, 게다가 등산 코스도 아닌, 그냥 산골짜기에, 길도 없이 수풀을 헤집고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서의 일입니다. 지인의 삼각대가 넘어가면서 거치되어 있던 삼각대가 마운트를 기준으로 정확히 2등분되더라나요? ᅳ,.ᅳ;; 그래서 삼각대가 크고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튼튼한 것을 찾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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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릭 813CF, 팔당호


저는 후지필름 파인픽스 S2 Pro를 첫R 카메라로 영입한 후, 대략 9년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친구녀석은 묵직한 삼각대의 필요성을 늘 얘기해줬지만, 게으른 찍사인 저는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걸 선호했죠. 그래서 처음 장만했던 것이 슬릭 813CF라는 카본삼각대였고, 현재는 짓조 G1258LVL과 GT1541을 주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헤드는 마킨스 Q3 볼헤드를 쓰고 있죠. 삼각대의 끝은 짓조와 마킨스의 조합이라고 들 합니다만, 작년 후반기, 캐논 EOS 7D와 만나면서 이들 조합이 최고는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볼헤드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가볍고 휴대성 좋은 삼각대가 늘 최고는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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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입구


당시 산행에 휴대했던 삼각대는 짓조 G1258LVL과 짓조 G2380 팬헤드였습니다. 엉뚱하게 왠 팬헤드? 이유야 뭐 간단합니다. EOS 7D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지리산의 일출과 가을 풍경을 담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우선 가짜 노고단에서 일출을 담으면서 첫 번째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장망원으로 쫓기 위해서는 묵직한 렌즈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 부드럽게 쫓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헤드는 처음부터 그 목적에 입각해 나온 팬헤드여서 문제가 아니었지만, 패닝 도중에 삼각대가 자꾸 들어 올려지고, 따라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G1258LVL이 중형삼각대이기는 하지만, 무게가 당시 썼던 EF 300mm F2.8L렌즈보다 훨씬 가벼운 1.5kg 가량에 불과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팬헤드는? G2380은 완전한 비디오 촬영용 헤드입니다. 스틸컷까지 고려한 헤드는 아니죠. 그렇다보니, 렌즈의 삼각대 마운트를 이용하지 않는 한, 이 헤드로는 세로 구도의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즉, 다용도로 이것을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이 조합은 이런 까닭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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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벼운 중형삼각대, 그것도 삼각대 중에서는 최고로 쳐준다는 짓조 G1258LVL을 갖고 있습니다. 맨프로토 055 시리즈를 들인 목적은 삼각대만으로도 묵직하게 지지해줄만한 삼각대의 필요성 때문이었지만, 어찌어찌 욕심을 부리다보니, 이렇게 처음 취지와는 다른, 의외로 가벼운 삼각대를 선택하고 말았군요.

055CX Pro4는 4단짜리 카본삼각대입니다. 맨프로토의 카본삼각대는 다른 카본삼각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묵직한 편에 듭니다만,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워지는 알루미늄 055 시리즈에 비하면 매우 가벼운 편이죠. 위 스펙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 055CX Pro4의 다리 무게는 1.7kg입니다.

일단 이 055 시리즈 삼각대는 삼각대의 가장 기초적인 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트래블러 타입 삼각대가 대세처럼 작용하고 있다보니, 이 190, 055 시리즈의 형태는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만, 이 기본과 기초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개량되어 왔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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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 055 알루미늄 삼각대 with 141RC2와의 비교


삼각대는 우선 어떤 높이에서든 안정적인 지지력을 갖춰야 하겠죠? 그리고, 다양한 눈높이를 구현해낼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삼각대를 펼친 높이가 꽤 높아야 할테죠. 055CX Pro4의 최대 높이는 센터컬럼을 올리고 순수 삼각대 높이만 170cm에 달합니다. 제 키가 173cm이니, 이 삼각대에 헤드를 올리고, 그 위에 카메라를 거치하면, 무언가를 딛고 올라서지 않는 한, 제 키로는 뷰파인더를 바라볼 수조차 없죠. 물론, 센터컬럼을 끝까지 올리면 흔들림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포지션은 가급적 잡아주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센터컬럼을 올리지 않은 최대 높이는 135.5cm, 여기에 헤드를 올리고, 카메라를 거치하면 대략 제 눈높이 정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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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컬럼의 수평 전개. 심지어 헤드 부분이 차지하는 높이도 가로로 처리되어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삼각대의 최저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055CX Pro4의 장점이 나옵니다. 055CX Pro4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최저 높이는 11.5cm에 불과합니다. 센터컬럼을 빼버리고? 아닙니다. 센터컬럼을 분리하는 과정조차 필요 없습니다. 심지어 헤드 높이도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냥 센터컬럼을 끝까지 뽑아 90도로 꺾어버리고, 세 개의 다리는 최대 각도로 벌려주면 됩니다. 아, 헤드 및 카메라로 인한 무게가 중심축을 벗어난 곳에 위치하게 되니, 다리 배열은 쓰러지지 않도록 적절히 맞춰줘야 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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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낮은 높이를 안정적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낮은 높이로 펼칠 수 있는 삼각대가 유리합니다.


원터치식 잠금 방식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돌림잠금방식을 선호하는데요, 그 발단은 처음에 얘기한 친구의 구형 055 삼각대에서 비롯합니다. 친구의 이 삼각대는 원터치 방식 직전의, 레버를 90도 돌려서 잠그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게 단단히 고정되도록 쓰려면 조이고 푸는데 손이 너무 아프더군요. 그에 비해 돌림잠금 방식은 내가 가하는 회전 압력에 따라 조여지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손이 덜 아픈 상태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슬릭 813CF를 골랐을 때도 맨프로토 카본이 아닌 슬릭 카본을 골랐던 거죠.

하지만, 몇 차례 개량을 거치면서 원터치 잠금방식도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다 접어두고 055CX Pro4만 보더라도, 레버를 풀고 조이는데 들어가는 힘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니, 힘은 비슷하게 쓰지만, 힘주어 누르는 부위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손이 아플 정도에 이르지는 않죠.

물론, 원터치 방식이 갖는 태생적인 단점은 그대로입니다. 레버에 의해 조여질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보니, 쓰면서 지속적으로 적당한 압력을 유지하도록 조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삼각대가 주저앉거나, 한쪽으로 푹 꺼지면서 쓰러지는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804RC2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804RC2는 141RC의 후속모델입니다. 이미 출시된지는 다소 시간이 흘렀지만, 볼헤드의 전성시대에 맞물려, 141RC만큼의 유명새를 타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이 부피 크고, 휴대 불편한 3Way 헤드가 다시금 각광받을만한 시기가 오는 듯 합니다. 바로 DSLR 카메라를 활용한 동영상 촬영 때문이죠.

볼헤드는 별도의 패닝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는 한, 고정을 풀어버리면 모든 방향에 대해 구속이 사라집니다. 카메라는 기 설정해준 눈높이와 고정된 위치 이외에는 자유롭게 움직여지죠. 이 상태에서 안정정인 패닝 촬영을 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수평 방향으로의 패닝이야 별도의 패닝 기능을 이용하면 되겠습니다만, 특정 각도로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노릴 때라면 비디오용 팬헤드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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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4RC2는 전작인 141RC에 비해 보다 가벼워지고, 조작이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3Way 헤드는 조금 뿐이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3Way 헤드 역시 대각선 방향으로의 패닝이라면 2개 축에 대한 구속을 풀고 움직여야 합니다만, 두 개의 손잡이를 통한 조작은 볼헤드에 얹혀진 카메라를 직접 잡고 움직이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성질이 아닙니다. 특히 이 특성은 804RC2가 141RC에 비해 보다 편리한 특징까지도 포괄하고 있습니다. 804RC2의 각 회전축에는 압력 반대 방향으로의 복원을 도와주는 스프링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즉, 사용자는 시선을 바꾸려고 카메라 및 렌즈의 모든 무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프링 장치가 이것의 일부를 도와주죠. 때에 따라서는 큰 힘이 못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영상 패닝에 있어서 이 특징이 있고 없고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부피와 무게도 제법 많이 줄었습니다. 141RC가 1kg이라는, 지금 많이 들 장만하시는 트래블러 형태의 삼각대 무게와 같은 수준의 무게였습니다만, 804RC2는 여기서 고기 1인분 정도가 빠집니다. 그렇다고 0.79kg이 가벼운 건 아닙니다만, 3Way 헤드의 무게로 이 정도라면 휴대성이 꽤 좋아진 셈이죠.


맨프로토 055CX Pro4와 804RC2의 조합은 그래도 역시 휴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무게와 부피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세인 트래블러 형식과 비교한다면 그 부담이 더욱 크죠. 하지만, 다양한 눈높이를 아우르고, 동영상 촬영에까지 활용하기에 적당하다는 건, 가벼운 트래블러 삼각대와 볼헤드의 조합에서 얻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용도에 따라 장비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처럼, 이처럼 전통적인 형식에 따른 삼각대도 요긴하게 쓰이지 않을까요? 지금 이 조합의 녀석은 제 차 트렁크에 늘 비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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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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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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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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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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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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