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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사용기

씽크탱크포토, 옛 추억에 빠져들다. Retrospectiv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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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와버렸습니다만, 씽크탱크포토에서 이런 가방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실용성 하나만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카메라가방이 갖고 있던 모든 요소를 버리기도 하고, 외적인 면모에서 풍기는 어떤 이미지조차 부정해온 게 씽크탱크포토의 카메라가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씽크탱크포토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말하자면 구태의연한 가방이 나왔습니다. 벌써 한 달째 저와 동거하고 있었군요. 이 가방의 이름은 레트로스펙티브 10입니다.

지난 2006년 이후, 저는 사실상 씽크탱크포토 가방에 매달려 있다시피 합니다. 씽크탱크포토의 한국 디스트리뷰터를 맡고 있기도 하지만, 그 전에 한 명의 기자로, 각종 취재 및 촬영에 임하면서 이 가방을 써 보고, 이에 따른 일종의 버그리포트, 새로운 가방에 대한 제안, 의견 제시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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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모듈러스 스피드 세트, 이 사진은 개선품입니다. 제가 쓰던 초기 제품과는 구성품이 다릅니다. 초기 제품에는 범백이 없고, 대신 침케이지가 2개 들어 있었죠. 렌즈드랍인 역시 제 것에는 대신 렌즈체인저 50이 하나 더 들어있었습니다. 픽셀포켓로켓도 명함꽂이가 없는 은색 테두리의 구형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접했던 씽크탱크포토 가방은 프로모듈러스 스피드 세트라고 명명된, 12종의 벨트, 파우치, 하니스 등으로 구성된 벨트시스템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너무 선수용이라고 할까요? 이걸 평상시에 카메라 장비 운반용으로 쓸 수는 없었습니다. 씽크탱크포토에서 처음 나왔던 가방들에는 캐리어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씽크탱크포토의 한국 디스트리뷰터를 맡던 무렵, 제 손에 쥐어진 가방이 어반디스가이즈50입니다. 당시가 어반디스가이즈40과 50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런칭되던 시점이었죠. 씽크탱크포토 가방들 가운데, 카고형 백팩, 롤링백을 제외하고는 아마 처음이자 유일하게 캐리어 개념으로 나왔던 게 이들 가방이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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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가방을 대략 1년 넘게 쓰다가, 휴대품을 간소화하고자, 어반디스가이즈30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취재 나갈 때 노트북이 필요했는데, 노트북을 넣을 수가 없었던 거죠. 당시 가장 작은 사이즈에 해당하던 11.1인치 노트북을 장만했습니다만, 노트북 보호를 포기한 채 임시방편으로 넣어 다녔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에 본사 사장인 덕 머독이 한국을 찾았을 때, 어반디스가이즈30에 노트북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었고, 이후 개발 기획에까지 참여해서 만들어냈던 게 바로 제겐 애증의 가방이 된 어반디스가이즈35입니다.

당시 덕은 기왕 개발하는 거, 아시아권에서 요구하는 의견들을 한 번 수렴해보자고, 당시 아시아권 디스트리뷰터중 주요 국가 중 하나였던 일본 긴이치에도 제안 메일을 띄웠었습니다. 사실, 일본의 카메라 시장은 과거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부분이 제법 큰 시장이죠. 아사히 펜탁스, 항모 엔터프라이즈의 추억, 돔키 코튼백 등.. 이렇다보니, 일본 내수에 초점을 둔 다양한 가방들 중에는 코튼백 혹은 캔버스백이 종종 눈에 띕니다. 긴이치에서 요청한 스타일의 가방 역시 당연히 돔키 스타일의 코튼백이었죠. 당시 이 요청은 다른 신제품 개발 일정에 겨우 끼워넣은 어반디스가이즈35 개발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만..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의 개발 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처음 떠오른 건 바로 이 긴이치의 제안이었습니다. 결국 일본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방이 나왔구나. 그래서 더 유심히 지켜보고, 더 많이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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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는 시장에 나왔고, 지난 P&I 2010 이후로 한 달 정도, 직접 써보고 있으니까요. 이 가방이 어떤 배경을 갖고 있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 가방이 어떻게 생겼고, 얼마나 넣을 수 있고, 얼마나 몸에 잘 붙는지 얘기하는 편이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겠죠.

레트로스펙티브의 사전적 의미는 ‘회고하다’, ‘회상하다’입니다. 바로 돔키 스타일로 대표되는 기계식 카메라 시절의 코튼백, 그리고 메신저백에 대한 향수를 끌어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의 컨셉이기도 합니다. 커다란 플랩으로 간단히 덮여지고, 천연섬유 특유의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으로 몸에 착 감긴다는 게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의 특징이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돔키백을 일약 최고의 카메라가방으로 올려놓은 F-2 오리지날이 갖는 특징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속은 어떨까요? 돔키 백들은 겉과 속이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돔키백에는 참 허술해보이는 부분 파티션만 들어있으며, 가방 자체에는 보호 기능 없이, 오로지 코튼캔버스로만 감싸져 있습니다. 하지만, 레트로스펙티브는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다만, 속에 꾸며진 파티션이나 벨렉스 원단 등은 레트로스펙티브 안에 들어가는 카메라 장비의 보호를 위한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레트로스펙티브 역시, 장비 보호를 위한 폼패딩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니까요. 내부에 꾸며진 것들은 파티션 구성의 자유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회상코자 하는 과거에 해당하는 돔키 가방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레트로스펙티브가 회상하는 부분 중에는 어반디스가이즈도 있습니다. 레트로스펙티브는 서로 상반된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가 있느냐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의 DSLR 유저들 가운데는 세로그립을 필수 요소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가방 선택에 대한 제약이 많이 따르는데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도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가방군입니다. 두께가 얇은 서류가방 형태를 띄다보니,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넣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어반디스가이즈35의 경우는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노트북 수납은 11.1인치 이하여야만 가능하고, 어반디스가이즈70프로는 아예 노트북을 넣을 수 없는 가방입니다.

이에 대한 보완이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카메라가방으로 보이지 않도록 지향한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와 달리, 레트로스펙티브는 전통 카메라가방 스타일을 따라갔기에, 이런 제약 사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죠.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는 렌즈체인저 제품군 2종을 제외한 세 종류 공히 세로그립이 달린 카메라에 렌즈를 마운트한 상태로 넣을 수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레트로스펙티브 10에서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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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경우는 여전히 바디와 렌즈를 분리한 채 넣고 다닙니다. 오랜 시간동안 세로그립 일체형 바디를 쓰면서, 이를 넣어다니는 수단으로 어반디스가이즈50이나 30을 썼던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바디와 렌즈를 마운트한 채 넣고 다니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네요.

그럼 레트로스펙티브의 수납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제가 쓰는 레트로스펙티브 10은 시리즈들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입니다. P&I 2010기간동안 행사장에서 많은 관객분들이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를 보고 가셨는데요, 그 분들 가운데 한 외국인 커플이 생각납니다. 레트로스펙티브 10을 기웃거리면서 갸우뚱하고 있었죠. 당시 제가 시연용으로 몸에 갖추고 있었던 장비는 캐논 EOS 1D Mark III, 캐논 EF 70-200mm F2.8L, 캐논 EF 16-35mm F2.8L II, 스피드라이트 580EX II, 배터리팩 CP-E4였습니다. 꽤 많은 장비일텐데요, 그 외국인 관객분에게 자신있게, 이 장비들 모두가 레트로스펙티브 10에 여유 있게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들은 그 분, 못 믿으시더군요. 그래서 그 분이 보시는 앞에서 직접 보여드렸습니다. 윗 공간이 너무 남아서 가방이 푹 주저앉을 수 있을 정도가 되버리는 수납 상태를 말이죠.

아래는 최근, 제가 출퇴근하면서 갖추고 다니는 장비들입니다. 이 모든 장비들이 레트로스펙티브 10의 주 수납공간에 들어가죠. 사진상에 있는 EF 50mm F1.4 렌즈는, 이 사진을 찍은 EF 50mm F2.5 콤팩트마크로 렌즈 대신 둔 것이고, 넥스토익스트림 대신 보통 2.5인치 외장하드를 갖고 다닙니다. 저 장비들을 모두 수납하고도 공간이 꽤 넉넉하게 남죠. 다만, 스피드라이트 580EX II를 넣기 위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라이트닝패스트의 인서트를 레트로스펙티브 10에 넣어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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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가 수납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왼쪽에 EF 70-200mm F2.8L과 스피드라이트 580EX II, 중앙에 EOS 1D Mark III, 수납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오른쪽 안에 EF 16-35mm F2.8L II를 넣습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 융으로 감싼 EF 50mm F2.5 콤팩트마크로를 넣고, 위에 링플래시, 바디 위에 메모리케이스 및 외장 하드디스크를 넣습니다. 기본 수납 상태는 아래를 보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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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지금까지의 한 달 동안, 이 가방을 지극히 평이하게, 일부분만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주 수납공간 외에는 전면 대형 포켓만 가끔 한 두 번 쓴 게 전부니까요. 이 전면 포켓은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에 적용되어, 필요시 바디까지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인데요, 레트로스펙티브에서는 그 크기가 더 커지고, 실질적인 용량은 더 늘어났습니다. Hook and Loop라 부르는 입구 고정 장치도 추가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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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방 자체 크기도 꽤 크기 때문에, 포켓 용량도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의 그것보다 큽니다만, 실질적인 용량이 더 커진 건, 이렇게 하단부에 주름을 잡아 띄웠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하단부로 내려가더라도 수납 두께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실제로 넣을 수 있는 수납물의 길이나 폭이 커집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제가 이 가방을 보면서, 어반디스가이즈를 밴치마킹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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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k and Loop 고정장치는 입구가 커서, 자칫 가방이 전체적으로 축 늘어지고, 비틀어지는 것을 간단히 억제해줍니다. 보통 지퍼로 입구가 완전히 고정되는 가방이 아니면, 이런 캔버스류의 소프트한 가방은 수납물로 인해 전체적인 모양이 쉽게 변형되기 마련인데요, 이 Hook and Loop 고정장치가 여기저기에 있어, 이런 변형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겉은 돔키 스타일의 고전적인 형상이지만, 내부 곳곳에 있는 각종 수납 공간은 어반디스가이즈의 그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공간은 주 수납부의 안쪽 전면부에 위치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 역시 Hook and Loop 고정장치가 있는 개방된 곳인데요, 쭉 벌려서 안을 보면 각종 오거나이저와, 메모리 포켓이나 열쇠 등을 걸어둘 수 있는 개고리가 있습니다. 다만, 어반디스가이즈 30을 쓰면서 편하게 썼었던 외부 펜 홀더가 없으니, 제 습관상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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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납부 내부의 후면에도 보조 수납부가 하나 있습니다. 이 공간은 지퍼로 닫도록 되어 있는데요, 지퍼 슬라이더 장식으로 인해 장비가 손상되지 않도록, 슬라이더 손잡이를 폼이 들어있는 천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도 열쇠 등을 고정시켜둘 수 있는, 벨크로로 고정시키는 스트링이 달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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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양 측면 내부 수납부 2곳, 후면 외부 수납부와 사이드 수납부가 있습니다. 측면 내부 수납부는 역시 Hook and Loop 고정장치로 고정되며, 본사에서는 플래시 등을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제 경우는 그냥 레인커버와 같은 연질 수납품을 넣거나, 아예 쓰지 않고 있습니다.

후면 수납부는 지퍼로 닫을 수 있으며, 두께가 얇은 주간지 정도를 수납하기에는 적당하겠습니다. 천이 여러겹이다보니, 돔키 가방만큼 감기는 맛은 좀처럼 없지만, 크로스 형태로 맸을 때 몸에 감기는 정도는 충분이 좋습니다. 사이드 수납부는 신축성 재질이 아니다보니, 수납에의 제약이 많이 따릅니다만, 배터리팩 정도를 꽂는데는 충분합니다. 약간 억지로 넣으면 500cc 음료수병 정도는 들어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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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부가 상당히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레트로스펙티브 10의 양쪽 측면에는 가로로 걸린 웨빙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렌즈파우치 등, 각종 파우치를 달아, 공간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부 수납량으로 보건대, 이 웨빙에 추가 파우치를 달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제일 작은 크기의 레트로스펙티브 10이지만, 수납 장비가 제법 많다보니, 숄더스트랩 및 숄더패드 또한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숄더스트랩과 숄더패드가 에러인 듯 한데요, 까닭은 이렇습니다. 우선 숄더스트랩 좌우 폭이 너무 두껍습니다. 크로스로 매고 있으면, 마치 두툼한 옷을 한 겹 입은 듯한 갑갑함이 엄습하더군요. 여기에 숄더패드는 또 그보다 더 두꺼워서, 역시 크로스로 맸을 때 자꾸 목이 쓸립니다. 라운드티를 입고 있을 때는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다소 쓰리더군요.

숄더스트랩 무게도 문제입니다. 같은 코튼 재질을 쓴거라는데, 지금까지 합성섬유로 가방을 만들어왔으면서, 이 가방의 모든 재질을 천연소재로 하려고 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 스트랩은 가방을 맸을 때 무게를 잘 분산시켜주기는 합니다만, 이 스트랩으로 인해 가방 무게가 꽤 늘어난다는 건 좀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처음 이 가방을 썼을 때, 숄더패드 부분의 위치를 바꿀 때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뻑뻑했습니다. 본사쪽으로 문의해보니, 일부러 뻑뻑하게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가방을 크로스로 맸을 경우, 캐리어 개념으로 어디론가 이동할 때는 가방을 허리 뒤로 보내고, 촬영중일 때는 플랩을 완전히 젖힌 채 앞으로 두게 됩니다. 이 두 경우는 숄더패드 위치가 정 반대여야 하죠. 그런데, 숄더패드 위치를 바꾸는 게 이렇게 뻑뻑해서 힘들다면, 단순히 가방을 휙 돌려 위치를 바꾸는 게 아닌, 가방을 벗어서 패드를 옮기고 다시 매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1달 가량 많이 움직여서 제법 헐겁해 해놨지만, 이런 움직임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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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사항을 얘기했으니, 이 가방을 처음 접했을 때 탄성을 질렀던 부분도 얘기해봅니다. 일반적으로 가방들은 직사각형을 띄고 있죠. 앞에서 보건, 옆에서 보건, 위에서 보건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그 모양의 변형이 있긴 합니다만, 사다리꼴 형태의 비대칭 구조로 된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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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레트로스펙티브 10의 봉재선을 따라 가이드라인을 그어본 것입니다. 뒤에서 봤을 때 레트로스펙티브 10은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사다리꼴 형태입니다. 옆에서 봤을 때는 반대로 앞면을 기준으로 좁아지는 사다리꼴 형태입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의 경우,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앞으로 숙어진다고 꼬집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는 앞서 얘기한 직사각형 기본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죠. 이런 형태는 캐리어 개념으로만 가방을 쓸 경우 적절합니다. 물론, 앞으로 숙어지는 문제는 다소 개선해야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레트로스펙티브의 저런 구조는 이 가방을 단순한 캐리어 개념으로만 쓰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보통 캐리어 개념이라면 가방이 내려놔져 있을 때 가방을 열고 장비를 꺼내겠죠. 하지만, 가방이 쓰이고 있을 때라면 이와 같은 숄더백은 가방이 어깨에 걸려 있습니다. 즉, 스트랩이 위로 당기고 있는 가방 양쪽으로 수직 하중이 걸린다는 얘기죠. 그리고, 이 하중은 수직 하중이기는 하지만, 어깨 위라는 한 점을 기준으로 평행하지 않게 작용하는 힘입니다. 즉, 이 힘은 가방 좌우를 가방 중심 방향으로 눌러줍니다. 이렇게 되면 앞의 후면 사진에서 좌우로 벌어진 각도가 좁혀져 거의 평행에 가깝도록 세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좌우가 좁혀진 만큼 앞뒤로는 늘어나야겠죠? 측면 사진상으로 위가 좁아졌던 기울기가 앞으로 벌어져 이것 또한 평행에 가깝도록 변형됩니다. 이렇데 되면, 수직 방향의 힘으로 인해 받은 압력이 직사각형 형태의 가방 형상으로 변형시켜, 주 수납부 입구의 개방감을 한층 높여줍니다.

보통 자동차의 차축은 수직 방향으로는 아래로 좁아지고, 수평방향으로는 앞으로 좁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죠. 이것은 중령 방향으로 차축이 눌렸을 때 타이어가 서로 평행을 이루고, 주행 중 저항으로 차축이 눌렸을 때 타이어가 서로 평행을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레트로스펙티브에 적용된 저 특이한 모양새도 이것과 같은 이치겠습니다.

레트로스펙티브는 그 밖에도 보여줄 것들이 있습니다. 간단한 이동을 위한 탈착식 손잡이라던지, 스킨 시스템에 적용되었던 사일런서플랩이라던지, 주 수납공간으로의 먼지 유입을 가급적 줄여주는 내부 입구 측면 구조, 방수를 위한 레인커버 등은 각각이 얘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한편으로는 당연히 있어야겠다는 부분들이지만, 실상은 이 모든 게 갖춰진 가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 레트로스펙티브의 장점이라고 말하기엔 씁쓸하지만, 그래도 내세울 구석은 되는 요소들이 이것들입니다.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손을 좀 더 봐야할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겨우 한 달 써봐놓고는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여드리는 부분이, 레트로스펙티브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께는 괜찮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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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사진과 마지막 사진의 착용샷은 지난 1월, 본사 사장인 덕 머독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샘플백이었던 레트로스펙티브 20을 이용해 출시 전 착용샷을 찍기 위해 광화문, 청계천 등지를 돌 때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촬영을 주로 혼자 다니다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착용샷을 함께 넣지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