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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포니를 비롯한 몇몇 왜건 차량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RV 차량의 전성기가 올 무렵, 현대의 아반떼 투어링, 대우의 누비라 스페건, 기아의 파크타운이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왜건형 차량들은 꽤나 인기가 없습니다. 아반떼 투어링, 누비라 스페건, 파크타운 모두 저조한 판매량을 뒤로 한 채 짧은 생을 마감했죠.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차량에서조차 해치백 스타일보다는 세단형이 월등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보여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강조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합니다만..

XC70은 이렇게 인기가 없는 왜건형 차량입니다. 그리고, 이 왜건 스타일은 볼보가 가진 이미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볼보자동차가 갖는 어떤 이념적인 부분이 왜건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져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흔히 볼보에 붙이는 수식어로 안전이라는 낱말을 쓰곤 합니다. 안전의 볼보. 사실, 볼보가 갖는 이미지 중 가장 큰 축은 이런 안전성에 있습니다. 볼보 하면 떠오르곤 하는 이른바 7-up 테스트 역시 이런 안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죠. (이건 뭐.. 광고를 위해 특수 제작한 차를 기반에 깔았다 해서 망신살 톡톡히 치뤘었다고 합니다만;; )

한달 하고도 거의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군요. 지난 10월 13일에 가졌던 시승 취재였습니다. 볼보 XC70 D5를 몰 기회가 주어졌죠. 청평 쁘띠프랑스까지 갔다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던 촬영이었습니다. 뭐, 덕분에 꽤 긴 시간을 운전해볼 수 있긴 했군요.

XC70을 얘기하기에 앞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과 왜건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XC70은 사실 재미 없는 자동차니까요.

사람들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부의 상징이자, 과시하기 위한 아이템인 경우도 있고, 그저 교통 수단 중 하나일 뿐이기도 합니다. 즐기기 위한 장난감인 경우도 있죠. XC70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그저 교통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을 기초에 깔아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선의 연장선상에 왜건이라는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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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은 철저히 실용성에 주안점을 둔 스타일입니다. 사람이 타면서, 짐 싣는 공간도 넉넉하게 갖출 수 있는 스타일이죠. 미국 등에서 이 왜건은 세컨드 차량으로 많이 쓰이더군요. 다만, 이것이 차량의 덩치를 키우다보니, 상대적으로 운전이 어렵고, 늘어난 무게로 인해 떨어지는 연비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세단을 기초에 두고 단순히 왜건 스타일로 만든 것일 경우의 얘깁니다.

그럼 XC70 얘기를 해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차를 가족을 위한 차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저 단순히 왜건형인 것을 넘어, 이 차의 곳곳에 가족을 겨냥한 듯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가족을 위한 차, 일단 왜건의 철저한 실용주의적 사양을 바탕에 깔아둬야 합니다. 이 차에 얹어진 직렬 5기통 터보 디젤 엔진은 실용영역에서의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공인연비 11.7km/L라는 고연비를 실현했습니다.(연비는 자료마다 들쑥날쑥이라, 어느 것이 정확한 수치인지 모르겠네요;; ) 경유값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 디젤엔진이지만, 높은 연비는 고유가와 맞물려 커다란 매력이 아닐 수 없죠. 승차정원은 5명, 트렁크 용량은 575L에 달하는데, 2열 시트를 접으면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정도의 공간이 확보됩니다. 특히 이 2열 시트는 트렁크 바닥면과 완전히 일직선을 이루도록 접히기 때문에, 화물 적재용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이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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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자료는 볼보 글로벌 사이트에서 발췌했습니다.

그럼 이 XC70의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요? 앞에서 저는 이 XC70을 가리켜 재미 없는 차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보통 외산 자동차에서 은근히 기대하기 마련인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맛볼만한 차가 아니기 때문이죠. 디젤엔진 특유의 넘치는 힘은 있으나, 폭발적인 가속력은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꾸준히 가속되는 자동차입니다. 그냥 내가 승용차를 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라고나 할까. XC70은 사실 정통 왜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파생된 형태라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1997년 V70 XC라는 모델로, 정통 왜건 스타일인 V70에서 파생된 형태로 선보인 것이 XC70의 시작입니다. 세단을 기반으로 한 V70의 지상고를 2~3cm 가량 높이고, 하체에 가니쉬를 둘러, 험로 주행 성능을 개선한 모델이죠. 왜건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왜건이 SUV에 밀려 고전하던 차에 볼보가 내놓은 해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온로드용 승용차에 기반을 둔 자동차다 보니, 약간 나아진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는 SUV가 제공하는 운전의 맛을 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렇다고, 스포츠카 스타일이 갖는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약간 높아진 지상고 탓인지, 코너링에서의 쏠림 현상도 있긴 합니다. 물론 적당히 무른 쇼바 탓도 있겠죠. 그래도 AWD인 V70을 기반으로 한 탓에, 주행 안정성은 꽤 좋습니다.

운전에의 재미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XC70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XC70은 오로지 실용성 하나에 철저히 맞춰진 자동차니까요. 그리고, 곳곳에 담겨져 있는 볼보 특유의 안전 장치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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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눈에 띄는 건 BLIS라 칭하는 사각지대 보완장치입니다. 특히 차체 길이가 길어지면, 사이드미러에서 보이지 않는 영역이 늘어나게 되는데요, 이 BLIS는 일정 거리 내에 다른 차량이 있으면 불이 들어와 알려줍니다. 어느 정도 교통 흐름을 읽으면서 달린다면 큰 지장이 없겠지만, 이런 흐름을 놓쳤을 경우, 이 사각지대로 인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BLIS는 이것을 예방해주죠. BLIS 센서는 사이드미러 하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LDW라고 명명된, 국내 소개된 볼보 자동차 중에서는 이 XC70에 가장 먼저 도입된 차선 이탈 경보장치 또한 안전운전을 위한 기능으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이전에 포스팅했던 BMW 650i 컨버터블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650i의 차선 이탈 경보장치가 핸들 진동으로 알려준 것과 달리, XC70의 이것은 경보음으로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는 경보음보다는 650i의 핸들 진동이 좀 더 쾌적하더군요. 특히 시내에서는 갓길 주차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차선에 걸쳐 주행할 경우가 꽤 많이 생기는데요, 그 때마다 LDW가 울어댄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일 것 같습니다. BLIS도 마찬가지지만, 별도 스위치를 써서 끌 수도 있는데요, 일단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지는군요. 저는 조금 몰다가, 이걸 바로 꺼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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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연동 하향식 사이드미러와 후방카메라 역시 안전을 위한 장치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후방카메라는 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후진이 부담스러운 왜건의 단점을 잘 무마해주고, 하향식 사이드미러는 후진시의 사각을 상당 부분 해소해줍니다.

HDC라는 기능도 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낮은 속도로 일정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죠. 이건 밋션을 수동모드에 놔야만 동작한다고 합니다. 이 HDC를 켠 상태로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차가 알아서 제동을 걸며 천천히 내려간다고 합니다. 시승 중 이를 써볼만한 환경을 가지 않아서, 실제로 써보지는 못했습니다만, SUV의 성격을 약간이나마 부여한 이 차종에 가장 어울리는 안전장치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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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이라 명명된 헤드라이트 조사각 조절 장치는 주행 방향에 따라 좌우로 각각 15도씩 헤드라이트의 조사각을 바꿔줍니다. 이 부분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법규상 불법이 되어 적용될 수 없었던 기능인데요, 지난해 말 이 규제가 풀리면서 합법적으로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가로등이 잘 밝혀져 있는 곳이라면야 문제가 아니겠지만, 어떤 불빛도 없는 깜깜한 지방도로를 달릴 때라면 꽤 유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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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내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각종 전자식 장치들이 즐비하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잘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그냥 편안하다고 표현하면 될까 싶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센터페시아가 이채롭긴 하지만,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인대쉬타입의 CD체인저와 좌우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공조장치가 센터페시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볼보 특유의 사람 형상 풍향 설정 스위치가 무척 직관적으로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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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인 내비게이션은 완전히 독립되어 있습니다. 리모컨을 이용해 전원을 켜면 대시보드 상단에 들어있던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위로 올라옵니다. 국산차의 순정 내비게이션들과 달리 오디오와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스피커만으로 안내해줍니다. 이 차량의 내비게이션이 잘못된 것인지, 최대 볼륨에서도 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질 않더군요. LCD가 터치스크린이 아니라는 점도 불만사항입니다. 조작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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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긴 왜건형 차량이니, 뒷좌석 레그룸도 상당히 넉넉합니다. 덩치 큰 어른 5명이 타더라도 다리가 불편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뒷좌석 시트 착좌감이 썩 좋지 않은데, 이 시트가 아동용 시트를 내장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안장부분을 접어올려 아동용 시트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안장이 분할되어 있다보니, 착좌감이 좋을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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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출발한 데다가, 쁘띠프랑스에서의 촬영 무산으로 시간을 많이 허비한 까닭에, 미사동 조정경기장으로 서둘러 이동했고, 중간에 양수리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공터에서, 그리고, 미사동 조정경기장 안쪽에서 사진 촬영을 마쳤습니다.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더군요. 가족을 위한 차 XC70, 미흡해 보이는 부분도,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 차의 전체적인 세팅은 실용과 안전이라는 지극히 기초적인 이념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BMW 650i 컨버터블을 다룬 글에서 자동차는 타라고 있는 것이고, 운전은 모험이 아니라는 얘기를 잠깐 언급했는데요, 이것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자동차가 XC70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족의 패밀리카, XC70이 지향하는 이상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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