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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난 10월 7일의 일입니다. 자동차 시승을 처음으로 해봤다고 해야 할까요? 오전에 날아온 한 줄의 메시지가 지금까지 쭈욱 주 1회 이상의 자동차 사진 촬영이라는 일정을 낚아내고 있습니다. 이 첫 시승차는 BMW 6 시리즈 중 하나인, 650i 컨버터블입니다.

이날은 사실 사진을 찍으러 나간 건 또 아닙니다. 그냥 두목이 교외로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취지에서 동행시킨거죠. 저야 뭐, 이 시승이 기사 작성을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그래도 사진이라도 찍어주자는 생각에서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이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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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홈페이지 발췌



BMW 650i 컨버터블은 2006년 1월 10일 M5와 함께 국내에 선보인 스포츠카입니다. 이런 차량을 처음 선보인지도 벌써 3년을 향해가는군요.

BMW 650i 컨버터블은 스포츠카이기는 하나, 정통 스포츠카의 반열에 들어갈만한 전형적인 스포츠카라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카는 야생마에 비유를 하는데요, 대단히 역동적이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까닭에 다루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스포츠카 중에서도 슈퍼카에 속하는 멕라렌 SLR의 경우, 차량을 구매하면 전문 카레이서가 따로 운전 교육을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도전 지구탐험대에서 연예인 카레이서로 잘 알려진 이세창씨가 F1머신이었나? 그걸 몰면서 처음엔 변속조차 못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뭐, 그만큼 조작이 민감하고 까다롭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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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BMW 650i 컨버터블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식 오토밋션이 올려진 이 시승모델의 경우, 그저 2종 오토 면허로 초보딱지만 달아도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카들은 차체가 가볍고, 그 가벼운 차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출력을 갖는 엔진을 얹어놓습니다. 액셀레이터를 밟는 순간, 이 강력한 엔진이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 멈춰있던 차체를 튕겨내버리죠. 그런데, 멈춰있는 차체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대로 멈춰있으려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자세가 틀어져버리죠. 특히 후륜구동인 멕라렌 SLR은 전륜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후륜이 앞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똑바로 출발하는 것부터가 난제라고 합니다. 만일 이런 특성이 BMW 650i 컨버터블에 여과 없이 적용되었다면 과연 왕초보 운전자인 두목이 이걸 몰고 우리 사무실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ᄒᄒ

BMW 650i 컨버터블을 몰고 처음 출발할 때의 반응은 무척 심심했습니다. 이를테면 사격장에 올라 처음으로 M-16을 쐈을 때 가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당시에 저는 의외로 약한 M-16의 반동에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이전에 쏴봤던 산탄엽총의 무지막지한 반동을 염두에 뒀었기 때문이죠. BMW 650i 컨버터블은 이 차가 괴력의 스포츠카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얌전하게 출발했습니다. 물론, 일단 출발하고, 아주 약간의 속도가 붙는 시점부터 이 차는 밟으면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괴력의 스포츠카가 됩니다. 정말 아주 가볍게 200km/h를 넘기는 가속력은 목이 뒤로 꺾이는 듯한 쾌감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주변의 차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뒤로 가는 쾌감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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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특한 스타일의 주행성능을 갖추게 하는데는 BMW 650i 컨버터블이 표방한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기조에 발맞춘 다양한 전자제어 시스템이 있어서입니다.

먼저 BMW 650i 컨버터블의 엔진, BMW 650i 컨버터블에 얹어진 엔진은 총 배기량 4,799cc의 V8 엔진입니다.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0kg.m/3,400rpm 에 이르는 강력한 엔진인데요, 여기에는 BMW가 자사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가솔린 엔진에 적용하고 있는 더블 바노스 및 밸브트로닉스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두 시스템은 엔진에 달린 흡배기밸브의 동작을 제어해, 전 영역에서 고루 엔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더블 바노스는 밸브의 타이밍을, 밸브트로닉스는 밸브가 열리는 정도를 제어한다는군요. 뭐, 야생마같은 스포츠카를 기대한 상태에서 생각보다 굼뜨는 스타트에 실망하긴 했지만, 출발 직후부터 보여준 전 영역에서의 거침없는 가속 성능은 이런 기술 여부를 떠나 충분히 매력적인 달리기 능력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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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더불어, 쉽고도 다이내믹한 주행을 가능케 해주는 요소는 스티어링 메커니즘에서도 빠져서는 안됩니다. BMW 650i 컨버터블에도 당연히 이를 위한 스티어링 보조 기술이 들어가 있죠. 스티어링에 직접 적용된 기술은 액티브 스티어링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전륜에 따로 전기모터를 장착, 속도나 노면 등을 분석해 스티어링 휠 각도를 적절히 조절해준다고 합니다. 이것은 또 엔진이 꺼졌을 경우에도 전기모터 힘에 의해 핸들링이 보다 원활하도록 해준다네요. 뭐, 주행환경이 워낙 안정적이었고, 이런 특화된 시스템 없이도 얼마든지 달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 기술의 진가는 전혀 맛보지 못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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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자세 제어 시스템은 통칭하여 다이내믹 드라이브 시스템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냥 간단히 생각하면 TCS 등과 같은 주행 중 자세 제어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BMW 650i 컨버터블에는 기본적으로 DSC (Dynamic Stability Control)가 적용되어 있으며, 별도 버튼 조작으로 DTC (Dynamic Traction Control)를 통한 안정된 주행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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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650i 컨버터블은 한마디로 달리는 로봇이라고 생각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닙니다. 주행 자체야 운전자가 하지만, 운전자가 하는 일은 주행과 정지, 가속과 감속, 방향 전환 등을 BMW 650i 컨버터블이라는 로봇에게 명령하는 것과 같습니다.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더블 바노스 및 밸브트로닉스 시스템에 의해 최적의 동력 상태를 만들어내고, 이에 기초하여 가속됩니다. 그리고, 운전자의 가속 및 핸들링에 따라 액티브 스티어링은 최적의 스티어링 각도를 유지하며, 지면으로의 동력 전달 상태에 따라 다이내믹 드라이브 시스템이 가장 안정된 자세를 구현해냅니다. 이런 특징은 고성능 스포츠카 특유의 극도로 예민한, 원초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없게끔 하기도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주행에 직접 관계된, 파워트레인 및 스티어링에 관련한 부분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너무도 심하게 디지털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자장치 일색입니다. 이 부분은 적응이 다소 암담하기도 하더군요. 시동장치, 오토밋션레버, 방향지시등을 비롯한 각종 기능 레버 등이 모조리 전자식입니다. 적응하는게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기존 기계식 장치들에 익숙한 상태에서 이런 전자식 기기들은 다소 위화감을 주더군요. 한마디로 컴퓨터 속에 파묻혀 운전하는 느낌이랄까.. 앞에서 이 차를 가리켜 달리는 로봇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습니다만, 컴퓨터 속에 파묻혀 운전하는 기분이 생소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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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서 헤이리, 화석정을 거쳐 다시 상암동으로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저는 헤이리에서 화석정까지, 그리고 점심 식사를 위해 다시 들렀던 오두산 통일전망대 초입에서 상암동까지 핸들을 잡았는데요, 직접 몰아본 소감에 대해 묻는다면, 역시나 간이 덜 되어 밍숭맹숭한 찌개를 먹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다양한 안전장치 및 주행 보조장치들이 쉽고도 다이내믹한 주행을 도와주지만, 전자제어의 힘을 빌어 얻어내는 쉬운 주행 성능이 스포츠카에서 얻고자하는 말초적인 쾌감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이유에서죠. 말 그대로 튀어나가는 쾌감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고, 고속 주행 중 일어나는 극도로 민감한 노면 변화에의 역동적인 대응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밟으면 밟는 대로 빠르게 치고 나가고, 꺾으면 꺾는 대로 오버스티어 없이 제어된다는 건 자동차는 타라고 있는 것이고, 운전은 모험이 아니라는 지극히 기초적인 자동차에 대한 상식에만 충실한 게 아닌가 합니다. 스포츠카 역시 기초는 자동차이기에, 이런 상식을 기반에 둬야겠지만, 전투기를 설계할 때 비행 안정성을 떨어뜨려 높은 기동성을 확보하듯, 스포츠카 역시 안정된 달리기 능력 대신, 역동적인 달리기 능력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BMW 650i 컨버터블은 스포츠카다운 매력을 상당 부분 잃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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