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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렌즈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진 일반 파우치였다. 씽크탱크포토 제품임을 알리는 실리콘 레이블이 아니라면 그냥 일반 파우치로 간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씽크탱크포토가 처음 런칭되었을 때 몇 가지 렌즈 파우치가 함께 선보였었다. 무려 5년이 지났지만, 이때 선보인 파우치들은 일부 색상이 변경된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여전히 현장에서 즐겨 쓰이고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렌즈 파우치가 나왔을 때는 이미 탐락의 MAS 시스템이 있었고, 렌즈케이스 시장에서는 로우프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를 많이 타는 국내 시장에서 씽크탱크포토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파우치가 단시간 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스킨 시스템의 기초 배경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씽크탱크포토의 거의 모든 가방은 타 브랜드 제품들과 달리 내충격성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떨어진다. 타 브랜드 가방과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 대비 1/3 수준에 머무르는 얇은 파티션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자 단점이 렌즈 파우치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단순한 이동 및 수납 개념을 넘어, 현장에서 쓸 경우에 다다랐을 때의 얘기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렌즈 파우치의 이상적인 형태는?

현장을 뛰는 기자 등의 사진가들은 최대한 가볍게, 자유롭게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보호를 위한 폼패딩이 두꺼울수록 수납 장비 보호력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늘어나는 부피는 기동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패딩이 없는 뉴스웨어 등의 촬영 조끼가 한때 인기를 끈 까닭도 이 때문이다.

처음 런칭된 2005년 당시, 씽크탱크포토의 렌즈파우치는 기존 타 브랜드 렌즈파우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단순했다. 밀폐를 포기한 극단적인 설계는 렌즈 수납을 빠르고 쉽게 도와줬고, 얇은 보호패딩은 파우치 부피를 줄여 몸에 더 밀착되도록 했다. 이렇게 줄어든 부피는 현장 사진가들에게 좀 더 폭넓은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밑받침해줬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사진가들을 통해 다양한 리포트 및 제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렌즈 파우치의 종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기존 파우치 모델에서 라인업이 늘어나는 것 이상을 현장 사진가들이 요구했다. 바로 폼패딩을 아예 빼버린, 보다 얇고, 작고, 가벼운 렌즈 파우치였다.


카메라 수납용품에서 폼패딩을 빼다!

스킨 시스템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덕은 스킨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폼패딩을 아예 배제해버렸다. 현장 사진가들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폼패딩이 빠져버리고 나니, 파우치는 지탱해주는 보형물 없이 그대로 흐느적거렸다. 기존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 파우치들처럼 스트링을 달아 넣어둔 렌즈가 빠지지 않도록 했지만, 이미 넣고 꺼내는데 있어 기존 렌즈 파우치보다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스킨 파우치에서 스트링은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덕은 이 스킨 파우치에 마치 메신저백의 플랩을 보는 것 같은 긴 플랩을 달았다. 벨크로로 고정되는 이 플랩은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뒤로 젖혀두고 쓰거나, 파우치 내부로 쑤셔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흐느적거리는 제품이다보니, 상호간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취재 현장에서 타인의 가방 등에 걸릴 확률도 늘었다. 덕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조직이 치밀한 100D 허니컴을 제품 전체에 걸쳐 적용했다. 범백에 먼저 적용되었던 100D 허니컴은 치밀한 조직으로 인해 외부와의 마찰을 극소화시켜준다. 즉, 타인의 가방 등와 마찰이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미끄러져버릴 뿐인 셈이다.

플랩을 고정시키는 벨크로에도 새로운 기법이 적용되었다. 사일런서 플랩이라고 명명된 독특한 기능은 필요에 따라 벨크로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 벨크로로 인한 소음을 없애준다. 만일 취재 현장이 정숙성이 요구되는 회견장이거나 공연장이라면, 이 사일런서 플랩의 필요성은 절대적일 것이다.

스킨 시스템은 총 5가지 파우치와 1가지 벨트로 출시되었다. 벨트는 스킨 벨트라 명명되었으며, 역시 어떤 폼패딩도 없이, 오로지 부피를 줄이는 것에만 치중했다. 5가지 파우치는 각각 스킨 침케이지, 스킨50, 스킨75팝다운, 스킨 더블와이드, 스킨 스트로브라 명명되었으며, 각각 바디케이스, 광각렌즈 파우치, 망원렌즈 파우치, 렌즈 2개 수납용 파우치, 플래시 수납용 파우치로 나왔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활용법

스킨 시스템이 선보이고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각각의 파우치를 갖고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스킨 침케이지의 익스펜더블 기능을 이용해 높이를 확장한 후, 함께 제공되는 파티션으로 내부를 나눠 렌즈 파우치로 썼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바디 케이스로 쓰기도 한다. 스킨 스트로브에는 삼각대마운트와 후드를 뺀 캐논 혹은 니콘의 70-200mm F2.8 줌렌즈를 넣어, 스킨75팝다운을 대신해 쓰기도 했다.

이렇게 전용해서 쓰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것은 처음 스킨 시스템을 요구하던 까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촬영을 나갈 때 스킨벨트와 스킨50, 스킨 스트로브를 빼놓지 않고 챙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으니까.

스킨 시스템은 기존 파우치들과 달리, 장비를 꺼내어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아예 파우치를 차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납작하게 몸에 붙일 수 있다. 모듈러스 시스템의 렌즈파우치들이 적은 부피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렌즈드랍인과 같은 몇몇 특수 파우치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납작하게 붙여놓을 수가 없다.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적은 부피를 차지하도록 용도를 전용해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스킨50은 세로그립이 없는 카메라 바디용 케이스로, 스킨스트로브는 후드와 삼각대마운트를 제거한 70-200mm F2.8 렌즈 수납용으로 전용해 쓰기도 한다.


그럼 장비는 어떻게 보호하냐고? 아마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궁금증이 이것일 거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장비 보호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스킨 시스템을 그냥 무시하면 된다. 스킨 시스템은 장비 보호를 아예 무시한 채 만든 것이니까. 이 스킨 시스템을 요구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다니는 기자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현장에서 사진을 담아내는 것 뿐, 그 순간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그들의 값어치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있어 장비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보통 카메라 가방, 카메라 파우치라 하면, 일단 장비 보호를 위한 패딩을 생각한다. 즉, 패딩은 카메라 가방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킨 파우치는 이걸 뺐다. 카메라 가방에서 필수 요소를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을 뛰는 사진가들의 주문이었다. 그 결과는? 나는 현재 스킨 파우치만큼 현장에서 유용한 렌즈 파우치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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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벌링턴에서 한 사내가 태어났다. 책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부모의 강렬한 교육열을 등에 업고 15세에 버몬트 대학에 진학했다. 동창생이 겨우 18명이었던 이 작은 대학에서 그는 처음으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존 듀이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1952년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철학자를 넘어, 그 자체가 미국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강렬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실용주의 철학은 미국을 철저한 실용 위주의 국가로 만들었으며, 이런 와중에 인간의 존엄성 및 도덕성을 깊이 심을 민주주의 철학을 녹여냈다.

미국 실용주의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바로 청바지다. 청바지의 질긴 재질은 서부 개척 시절, 포장마차를 씌우는 천에서 비롯되었으며, 화학섬유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 질긴 천연 재질로 폭넓게 쓰여왔다. 1976년 기자였던 짐 돔케가 자신이 쓸 요량으로 만들었던 돔케 오리지널 F-2 역시 이런 청바지의 질긴 면 재질로 만들어졌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싸고, 질긴 재질이었기 때문이다.

돔케 F-2는 획기적인 가방이었다. 당시 프레스 장비였던 니콘 F 시리즈 카메라 및 각종 교환렌즈를 담기에 이상적인 크기와 파티션을 갖추고 있었고, 하드케이스 일색이었던 불편한 카메라 가방 시장에서 몸에 착 감기는 천 재질의 가방은 현장에서 가방을 운용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철저히 커스터마이징된 가방이었다. 즉, 이 가방은 제작자인 짐 돔케가 현장을 뛰는 보도사진 기자였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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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탱크포토는 지난 2005년에 설립된 신생 카메라가방 회사다. 공동설립자이자 디자이너 겸 사장인 덕 머독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무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로우프로에서 디자이너로 재직하며 로우프로의 대표적인 가방들 대부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는 디자이너였을 뿐, 사진가는 아니었다.

그는 로우프로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또,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평안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씽크탱크포토라는 신생 회사를 설립하고 힘든 길을 가고자 한 까닭은 최고의 카메라가방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이 있어서다. 그의 이 거창한 프로젝트에는 오랜 세월을 한 몸처럼 일해온 엔지니어, 마이크 스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기자인 커트 로저스, 역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기자로,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딘 피츠모리스가 함께 참여했다. 오직 사진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판매나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무시해도 좋다 라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덕 머독의 창립 이념을 가장 잘 표현해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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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 - 지난 2008년 3월 씽크탱크포토의 사장인 덕 머독이 한국을 방문했다. 씽크탱크포토 설립 이후 그는 한국땅을 세 번째 밟았다. 사진 - CrazyStyle

* 오른쪽 위 - 지난 2007년 11월, 씽크탱크포토 회의 및 촬영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씽크탱크포토 가방 카다록 작업을 위한 촬영 시간을 가졌다. 사진 - Doug Murdoch

* 왼쪽 아래 - 2007년 11월, 씽크탱크포토 회의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본사 맴버들이 야외에 모였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딘 피츠모리스, 세번째가 커트 로저스이며, 이들은 씽크탱크포토의 공동 설립자이다. 사진 - CrazyStyle

* 오른쪽 아래 - 공동설립자인 딘 피츠모리스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기자이며,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 - Darryl Bush


앞서 밝혔듯, 덕 머독 자신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즉, 그는 사진가가 아니며, 이것은 사진가가 어떤 가방을 원하는가에 대해 그 스스로 체감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커트 로저스, 딘 피츠모리스와 같은 걸출한 직업 사진가들이 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조건에 따라, 씽크탱크포토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철저한 현장 위주의 가방인 스피드 디먼과 모듈러스 시스템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이들은 각각 커트 로저스와 딘 피츠모리스가 요구하는 형태의 휴대법을 반영한 것이며, 캐리어 개념의 카메라가방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의 보조도구 개념의 카메라가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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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카다록 작업을 위해 덕 머독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사진 - CrazyStyle


나는 그동안 덕 머독과 4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국에 씽크탱크포토를 런칭하기 전, 한국의 테스트드라이버들을 만나기 위해 한 차례 방한했으며,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내가 미국 본사로 가 그를 만난 자리에서는 씽크탱크포토의 전 직원 손에 DSLR 카메라가 하나씩 쥐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덕 머독의 손에도 그동안 갖고 있었던 낡은 EOS 10D가 아닌 새로운 DSLR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으며, 함께 어울리며 ‘우리는 캘리포니아 포토클럽이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사진 촬영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공동설립자인 두 사람이 보도사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을 정도로 뛰어난 사진가들이지만, 정작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으며 가방을 써보지 않고는 사진가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인 무엇인지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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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탱크포토의 세계적인 주력 제품은 무엇일까? 아마 이구동성으로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와 디지털홀스터 시리즈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씽크탱크포토에서 가장 씽크탱크포토 답지 않은 가방이 이들 두 시리즈이기도 하다. 현장에서의 운용성을 중시하는 씽크탱크포토에서 가장 그들다운 가방은 모듈러스 시스템, 밸트팩, 로테이션 360으로 대표되는 특수 배낭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선보인 쉐입 쉬프터라는 이름의 배낭은 씽크탱크포토가 갖고 있는 철저한 현장 위주의 개발 이념을 철저히 녹여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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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모듈러세트, 스킨세트, 스피드벨트팩, 로테이션360, 체인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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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의 EOS 1D는 프레스 시장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니콘 F5, 캐논 EOS 1V와 같은 필드용 필름카메라가 주력이었던 프레스 시장을 디지털로 옮겨내도록 한 것이 바로 EOS 1D다. 이후, 프레스 시장은 물론, 대부분의 상업사진은 이제 거의 디지털 기반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바뀐 프레스 시장에서 현장 취재 기자들이 휴대하게 되는 품목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카메라장비와 취재수첩, 그리고 수십 통의 필름이 휴대품이었지만, 지금은 필름 대신 메모리가, 취재수첩 대신 노트북이 들어갔다. 필름 대신 메모리가 들어갔다는 것은 휴대품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하지만, 노트북이 추가된 상황에서 이들 장비를 효과적으로 편안하게 휴대할 수 있는 방법이 난감해졌다. 그리고, 카메라가방 업계는 지난 2008년까지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쉐입 쉬프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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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입 쉬프터는 17인치급 노트북을 수납하기 위한 다소 투박한 노트북 배낭처럼 생겼다. 이 희한한 배낭은 접이식 구조를 통해 카메라 장비를 수납하지 않을 때는 납작하게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이를 통해 현장에서 장비를 꺼내어 운용할 때, 배낭의 두께로 인한 주변과의 피차간 방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이 배낭의 웨이스트벨트는 동사의 프로스피드벨트 혹은 스킨벨트로 대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네오프랜 형태의 파우치로 구성된 내부 수납 공간에는 동사의 망원렌즈용 특수 파우치인 휩잇아웃에 70-200mm F2.8과 같은 망원 렌즈를 넣은 채로, 렌즈 드랍 인에 16-35mm F2.8과 같은 광각 렌즈를 넣을 채로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고정된 수납 공간에 파티션을 나누어 장비를 수납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은 장비를 담을 수 없지만, 마련된 5개의 수납공간에는 캐논이나 니콘의 프레스용 플래그쉽 바디 하나와 광각, 표준, 망원의 고급 줌렌즈 3개, 핫슈 장착형 플래시와 배터리팩을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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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이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캐리어로의 개념이 강하다. 즉, 현장에서 장비를 교체해가며 쓰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는 얘기다. 대신, 양 어깨와 허리로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많은 장비를 휴대하고 장시간 이동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대법이기에, 배낭이 갖는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쉐입 쉬프터는 캐리어로의 개념보다는 현장 운용성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씽크탱크포토의 벨트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내부에 갖춰진 파우치의 넉넉한 크기는 바로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즉, 쉐입 쉬프터를 쓰는 사람은 자신의 바디와 렌즈를 이들 파우치에 동사의 모듈러스 파우치에 담은 채 넣어서 휴대한 뒤, 현장에 가서는 웨이스트벨트 대신으로 쓰던 프로 스피드벨트에 착용하고, 배낭은 납작하게 접은 채 촬영에 임하면 된다. 이런 휴대법 및 운용법은 배낭이 가진 장점과 벨트 시스템이 가진 장점을 포괄하는 동시에, 그간 씽크탱크포토의 벨트 시스템이 약점으로 안고 있었던 기사 송고용 노트북 휴대법, 삼각대나 모노포드 휴대법까지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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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카메라가방이 가져갈 만한 두 가지 분야를 일거에 해소해낸 쉐입 쉬프터지만, 휴대 방법의 변화에 따라 또 하나의 과제가 남았다. 배낭 형태의 가방이기에, 좋은 배낭이 갖춰야 할 요소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관한 문제가 남은 것. 아마 배낭을 메고 산행을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중에 선보인 배낭 형태의 카메라가방들 가운데, 정통 아웃도어용 배낭과 비교해 착용감이 그 절반이라도 따라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즉, 이들 카메라 배낭들은 배낭의 휴대 형태만 차용했을 뿐, 본격적인 배낭이 중요시하는 하중 분산이나 착용감 개선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했다.

씽크탱크포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생산을 담당하는 분야에서 제대로 된 아웃도어용 배낭을 만들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 차이가 씽크탱크포토의 배낭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 함께 선보인 스트리트 워커 시리즈 배낭과 더불어, 쉐입 쉬프터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도이터 배낭을 만들던 사람들이다.

씽크탱크포토 배낭들 중 일부에서는 두툼한 에어매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등판 통기라인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장시간 착용시 등에 땀이 차는 것을 줄여주는 것이다. 쉐입 쉬프터도 마찬가지다. 이런 통기 라인이 갖춰져 있다. 또, 스트리트 워커, 스트리트 워커 프로 및 에어포트 시리즈 배낭 리뉴얼 버전에서 곡면으로 휘어진 등판을 볼 수 있다. 등에 배낭을 메면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착용자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데, 그 기울어짐에 따라 둥글게 휘는 등판에 맞도록 곡면을 준 것이다. 다만, 노트북이 수납되는 스트리트 워커 하드드라이브 및 쉐입 쉬프터에서는 그 구조상 이런 곡면 구조를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곡면 구조가 아니라도, 앞서의 두툼한 에어매쉬를 통해 등의 굽어짐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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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더 하니스와 웨이스트 벨트의 설계 또한 아웃도어 배낭에서 매우 중요하다. 60L가 넘는 대용량 아웃도어 배낭에서 웨이스트 벨트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주 좋은 배낭이라면 이 이 웨이스트 벨트를 체결한 상태로 숄더 하니스를 풀어도 배낭이 몸에 붙어있을 정도로 많은 하중을 담당하는 것이 웨이스트 벨트다. 다만, 이 역할은 소형 배낭으로 갈수록 중요도가 줄어든다. 쉐입 쉬프터 역시 웨이스트 벨트가 중요할만한 크기의 배낭은 아니다. 따라서, 이 배낭에서는 숄더 하니스의 설계가 중요하다.

쉐입 쉬프터의 숄더 하니스는 아주 두툼한 것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숄더 하니스가 두툼하면 그만큼 쿠션이 좋아 착용감이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이건 결코 아니다. 하니스가 얇더라도 적정 각도와 커브를 갖추고 있다면 배낭이 등에 착 달라붙게 된다. 숄더 하니스는 배낭을 등에 붙이는 역할이지, 배낭의 무게를 어께에 걸어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쉐입 쉬프터의 숄더 하니스는 인체의 목 라인을 따라 바깥쪽으로 커브 한 번, 흉부 라인을 따라 안쪽으로 커브 한 번이 들어간 이중 곡선을 취하고 있다.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신축성 체스트버클이 있지만, 이 버클을 채결하지 않더라도 배낭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여기에 씽크탱크포토에서는 동사의 카메라서포트 스트랩을 포함, 다양한 연결장치 등을 쓰기 위한 25mm 웨빙, D링 스판 매쉬 등을 빼놓지 않고 넣었다.


스피드 디먼과 모듈러스 시스템을 선보인 이후, 씽크탱크포토의 카메라가방은 촬영 현장에 보다 철저히 커스터마이징된 모습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로테이션360을 비롯, 2007년에 선보인 체인지업이 그랬고, 스킨 시스템과 벨리댄서 하니스가 그랬다. 캐리어 개념으로 쓰게 되는 어반디스가이즈 시리즈에서 역시, 어반디스가이즈 35에서 보여준 독특한 시스템은 철저하게 실용성 위주로 개발해내는, 다분히 미국적인 씽크탱크포토의 철학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씽크탱크포토의 어떤 가방을 쓰다가, 한편으로 멋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가방에 질려 다른 메이커의 같은 형식을 취한 가방으로 바꾸려 해도, 이를 대체할만한 가방을 찾을 수가 없는 사태를 겪기도 한다. 쉐입 쉬프터는 그 정점에 있는 배낭이다. 스피드 디먼, 휩잇아웃, 로테이션360, 체인지업에 이은 다분히 씽크탱크포토다운 이 배낭형 가방은 동사의 모듈러스 시스템과의 결합을 통해 취재 현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비 휴대 및 사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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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DCM 2009년 2월호에 실렸던 기사의 원고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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