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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까먹었다.....-_-;;

아침 내내, 잠이 덜 깨어 몽롱한 가운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출근하는 내내 이걸 까먹지 않으려 노력했건만..
아침 대용으로 컵라면 하나 물에 부으면서 까먹어버렸다...-_-;;
(컵라면을 물에 부어? 컵라면에 물을 붇는거겠지;; 진짜 제 정신 아니다;;; )
역시 아침을 굶는다...가 답인겐가......-_-;;

결국 이걸 준비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굴려왔던 걸 써먹는 수밖에 없겠다...-_-;;
이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책을 오지게도 안읽는다.....-_-;;;

그렇게 책을 안 읽는 내가 얼마 전에 장만한 책이 있다.
책? 만화책? 그림책? 뭐, 그냥 인터넷 만화를 책으로 출간한 거다.
쳐돌았군맨의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줄여서 혈관고... 짜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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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스게로 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걸 그림으로 온라인상에 공개해버리니, 악플도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냥 가볍게 봐달라는 당부의 말이 참 많이 보이더만.
난 지극히 공감 가던데.......-_-;; (난 B형이다.....ᄃᄃᄃᄃ )

이 책 속에 ‘동서양의 혈액형’이라는 소제목으로 엮어진 단편이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유럽, 미국과 같은 서양에서는 이성적인 A형과 이분법적인 O형이 많다고 한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유분방한 B형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다들 익히 느끼다시피, 동양과 서양의 기초 사상은 차이가 크다.

이를테면..
이 혈관고에서 말하기는
서양은 자연을 정복, 개척해야 할 지배의 대상으로 본다.
동양은 동화되고 함께 누리는 상생의 대상으로 본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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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일례로..

서양 환타지나 SF를 보면 사람 이외의 생명체는 그것이 지구상의 생명체든, 외계의 생명체든, 아예 상상 속의 생명체든 모두 적이자,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반면, 동양의 그것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는 비록 미물일지라도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거나 신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서양의 용은 나쁜 괴물이지만, 동양의 용은 신성시되는 존재다.


무슨 엉뚱한 소리?
난 지금 자이스이콘이라는 필름카메라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변명하자면 이렇다.
4년 전, 엡손 R-D1을 처음 손에 거머쥐면서 가졌던 생각을 이 자이스이콘을 말하면서 풀어야겠다는 것.
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그 자체도 커다란 오류를 품고있기도 하다.
다만, 그것이 내가 자이스이콘을 쓴 소감이기도 하기에 참 엉뚱한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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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A4지 한 페이지 분량을 이렇게 뻘소리로 떼웠으니,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안그러면 돌 맞을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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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쌈지길





 

그냥 편하게 수기를 쓰듯 풀어보고자 한다.
이 녀석을 거머쥔 나의 요즘 심리상태, 그리고, 이 녀석을 다루면서 겪은 사고의 변화, 그리고 좌절..
말하자면 자이스이콘은 이런 나를 적어내려가는 기계식 타자기라고 보면 되려나?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당시, 내 사진에는 으레 꽃이 등장하곤 했다. 유난히 꽃이 많았다.
내가 꽃을 좋아하냐고? 천만에.. 난 그 흔한 꽃들도 이름을 모르기 일쑤다.
실컷 찍어둔 꽃을 포스팅하기 위해 그걸 찍어내고, 보정하는데 걸린 시간의 수십배를 투자해 꽃이름을 알아내야 할 정도로 무지하다.

내가 꽃을 많이 찍었던 건, 단순히 꽃이라는 피사체가 피사체 중에서는 평균적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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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난 그냥 예쁜 피사체를 찍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입문자였다.


그때까지 나는 유럽여행에 대해 흥미를 갖지 못했다.
아니, 유럽을 돈 써가며 시간 써가며 가고 싶지 않았다.
간다면 스위스나 네덜란드 정도만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찌들은 풍광, 너저분한 세월의 흔적, 낡은 차, 녹슨 철문..
이런 것들이 싫었다.
국내 유적지들도 너저분하고 재미없다고 안 가곤 했는데, 하물며, 중세의 오래 된 분위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유럽을 가고파할 리가..

2005년, 하나의 전시회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여전히 평범한 입문자였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셔터만 누를 뿐인,
그냥 지나가는 행인 1일 뿐이었다.

어디 가서 사진 찍겠답시고 얼굴에 철판 깔고 들이밀지도 못하는,
그것이 뻔히 사진 찍는 행사인데도 그리 하지 못하는 소심한이었던,
에리히 잘로먼의 캔디드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만 하던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 나를 바꿔놓기 시작한 전시회..
세계보도사진전..
그때까지 내가 옳다고 믿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모든 사상을 바꿔놨던 전시회.
아니다,
바꿔놓은 게 아니라, 없던 사상을 만들어줬다고 보는 게 옳겠다.
당시까지 내가 갖고 있었다 싶은 사상이라는 게,
사진에 관한 나의 생각이 아닌, 사회적으로 공통된 시각 중 일부를 차용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카파를 접했다.



로버트카파..

스페인내전과 오마하해변을 통해 보도사진 역사에서 가장 큰 거장이 된 사내..

그리고 그의 명언 한 마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2005년 당시, 난 참 많은 렌즈를 갖고 있었다.
커다란 대포는 아니었지만, 400mm에 이르는 화각까지 갖추고 있었다.
넓게 찍겠다면 광각으로, 가까이 찍겠다면 망원으로 당기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바보같은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카파의 말처럼 나는 내 사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단 한 컷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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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with Nikkor Ai 50mm F1.4, 후지필름 리얼라100





 

오로지 50mm 단렌즈밖에 없었던 FM2를 들고 우연히 담아낸 아들녀석의 아기 사진 한 컷을 제외하고는..




대략 이 무렵부터 다시 취재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었다.
점차 다가갔다.
다시 취재활동을 거의 접다시피 한 작년까지, 거의 모든 기자간담회 취재사진이 EF 16-35mm F2.8L 렌즈의 16mm에서 찍혀져 나왔다.
주로 100mm 이상의 화각에서 담겨지던 사진들이, 점차 50mm 이하의 화각에서도 많이 늘었다.
늘 최단 초점거리의 한계를 안타까워하기 일쑤가 되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사진도 많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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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사진에 불만을 갖고, 점점 더 사진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세계보도사진전 이후 생성되기 시작한 사진에 관한 나만의 관점, 사상..
이것들은 이제 나를 옥죄고 있었다.


한 지인 분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쩍 사진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토요일, 만났던 음악 하는 사람들 얘기가 참 와닿더군요.
보컬이 노래를 너무 못하는데, 잘 부르려고만 해서 그렇다고 합디다.
난 사진을 잘 찍으려고 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과연 그 잘 찍으려고 노력이나 하고 있는 걸까..
한 발짝 떨어져서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 늘 뭔가가 빠져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그 분에게 남긴 글귀다..



그분은 이렇게 얘기해줬다.


"김장훈, 전인권, 김수철, 배철수... 가수들이죠.
노래는 잘 못하는 가수들입니다.
하지만 아주 좋은 노래들을 불러 주었던 가수들입니다.
노래를 잘 하는 것과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듯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것과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네요.

언젠가부터 솔직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의 내 느낌, 피사체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프레임 안에 담아 내는 것, 당분간 제가 전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본 바로는 님께서는 사진을 통해 남에게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포복절도할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가슴에 깊이 새겨둘 만한 멋진 이야기, 이런 이야기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피사체에 내 생각을 덮어 씌워서 포장하려 하지 마시고 피사체가 나에게 던져오는, 때로는 슬며시 혹은 넌지시 걸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그 솔직한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시길..."



그냥 단순히 위로와 조언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는 얘기였다.
맞장구에 살을 약간 보탠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테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에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조건 들이대고, 무조건 접해야 한다는 생각..
그간 사진을 찍으면서 나를 옥죄어왔던 사상의 방법론이다.
그건 이 지인 분께서 한 말처럼, 내 생각을 피사체에 덮어씌워 포장하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잘도 들어주면서, 정작 내가 애정을 두고 다가가야 할 피사체에게는 왜 하고픈 말을 못하게 막았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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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촬영회에서 담은 일반인 모델.. 나는 그녀의 본 모습, 그녀가 가진 매력을 찾지 않고, 내가 바라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사진을 담았다.






 

왕정 감독의 무협영화 의천도룡기에 보면, 이연걸이 연기한 장무기가 홍금보가 연기한 장삼풍에게서 태극권을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
절도 있는 다른 권법들과 달리, 바람이 부는 데로, 물이 흐르는 데로 움직이는 태극권이었다.
그 마지막에 장삼풍이 장무기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 권법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미 잔뜩 두들겨맞은 장무기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말하자면 무(無)의 경지일테다.


피사체가 나에게 던져오는, 때로는 슬며시 혹은 넌지시 걸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 물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걸 가감 없이 담담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걸 위해 나는 무(無)의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벌써 지난 해 11월의 얘기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 후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너무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그 기간 중 담아낸 사진에는 여전한 답답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무(無)의 상태로 될 여력이 없었다고 변명해야겠지..


해빙과 함께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사진도 다시 밝아졌다.
나는 원래 일반적인 밝기에 비해 한 스탑가량 밝게 찍는 경향이 있다.
그간 그렇지 못했는데,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생각을 사진에 주입하려 하고, 제목을 달아 억지로 포장하려 애쓰고 있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가장 익숙한 피사체를 담아야, 그 내면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여전히 늘 다니던 곳을 반복해서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도 많이 다녀서, 이제는 몇 발작 걸으면 무엇이 있다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사진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늘 그 사진을 똑같이 복사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그 익숙한 피사체가 지겨워지고 있었다.
이 익숙한 것들을 담으며 기분을 풀었던 내가, 이 익숙한 것들에 지겨워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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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이콘이 손에 들려진 건 대략 이 무렵이다.
이미 내게는 두 대의 필름카메라가 있었지만, 이 두 대의 필름카메라로도 바꾸지 못하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인고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잠시 오류 하나를 얘기해본다.
내 생각에서 기인하는 오류 얘기다.

RF 카메라와 SLR 카메라의 사상적 차이..

동양철학의 관조적 시각과, 서양철학의 도전적 시각..

SLR 카메라가 들이대는 카메라라면, RF 카메라는 한 발 떨어져 담담하게 바라보는 카메라다.

SLR 카메라가 어떤 목적을 갖고 피사체를 연출해내는 카메라라면, RF 카메라는 누군가의 얘기를 담담히 기록해내는 타자기와도 같은 카메라다.

이런 까닭에 나는 구닥다리 RF 카메라인 자이스이콘을 거머쥐었다.

이 생각이 오류다.



앞서의 조언을 해준 분은 필름카메라로 니콘 FM을 쓰고 계시다.
내가 자이스이콘을 거머쥐고 담아보려 하는 사진을..
니콘 FM과.. 후지 S3 Pro와.. 리코 GR-Digital로 담고 계시다.

나의 이 오류는 핑계다.



처음 이 녀석을 거머쥔 날..
나는 실로 오랜만에 미칠 듯 갑갑함을 맛봤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담겨지는 피사체.. 좀 더 다가가야 임펙트를 줄 수 있겠는데,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를 기준으로 노출을 맞춰야 할지 답을 못 찾겠다는 정보력..
나는 당장이라도 이 녀석을 접어 넣고, 이제야 내 손에 익숙해진 내 카메라를 꺼내고 싶었다.
물론, 이럴까봐 내 카메라는 두고 나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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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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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자이스이콘이 RF 카메라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요소,
보이는 것과 담겨지는 것의 차이, 시소나 50mm F1.5 렌즈의 최단 초점거리 한계는 어찌 말을 풀어내더라도 단점임을 반박할 수 없겠다.
다가갈 수 있지만 다가가지 않는 것과, 다가갈 수 없어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제약에 부딪혀 무(無)의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배가 부르면 돼지가 되지, 소크라테스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내 의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나는 배부르면 눕고 싶은 전형적인 의지박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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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일산 웨스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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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용미리






 

선배의 부탁이 들어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함께 공연 촬영을 다니던 선배다.
늘 담아내던 기타리스트의 공연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기타리스트 분이 요청해왔다고 한다.
사진을 담아달라고..

장비를 꾸리며, 가방 한켠에 자이스이콘을 넣었다.

어떤 장소든,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사진이라면 교과서적인 노출 설정값이 정해져 있다.
홍대앞에 위치한 상상마당 공연장이 이번 장소다.
공연을 흔들리지 않고 담아내기 위한 셔터속도는 최소 1/200초..
메탈이나 락, 혹은 댄스공연이라면 1/500초도 흔들릴 수 있다.
담아내야 할 밴드는 비갠후, 락밴드였다.

자이스이콘에는 ISO 160짜리 후지필름 프로160S가 들어있었다.
F2.8에서 1/200초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 감도는 ISO 400.. 아마 시소나렌즈의 최대개방으로 담으면 1/200초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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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밴드인큐베이팅 스페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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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밴드 인큐베이팅 비갠후





 

그렇게 두 컷을 담아봤다. 한 컷은 비갠후 전 공연팀인 스페로우다.
이 까다로운 녀석에 익숙해지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다.



이 덕분이었을까?
다시 찾은 익숙한 장소에서 나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풍경 혹은 정물을 담아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기존 내 방식대로 하려 들고 있었고, 여전히 어두웠다.

그냥 입사식 노출계에서 출발하는 생소한 측광 시스템 때문이라고 변명해볼까?
이건 진짜 변명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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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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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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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50,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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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50,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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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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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경복궁





 

이렇게 조금 여유가 생기고, 장보기를 위해 서울역 롯데마트에 들렀다.
주차장에서 철길을 담았다.
여전히 포인트를 잘 잡아내지 못하고, 프레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철길은 쉽게 담아지면서, 또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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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서울역





 

뜬금 없이 철길을 찍고싶어졌다.





지난 8월 11과 12일, 서울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하늘이 맑아졌겠지?
퇴근하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잠깐 차를 돌려 석양을 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강 시민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아직 덜 빠진 빗물로 인해 난지지구로의 진입로는 물바다였다. 난지지구 조망대 역시, 발판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통상적으로 말할만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줬다.
너무 짧은 일몰, 그리고, 허락된 너무 짧은 시간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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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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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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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이튿날 다시 가보려 했지만, 이미 서울 하늘은 흐려진 뒤였다.





철길 사진이 찍고 싶었던 나..
13일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미리 생각해둔 곳.. 내 웨딩사진 중 한 컷을 찍었던 곳을 향했다.
송추에서 의정부까지 가서 차를 돌려왔지만, 아쉽게도 그 장소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다만, 버려진 송추역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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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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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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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물론, 여전히 내 시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내 얘기를 피사체에 덮어씌우고 있었으니까..






다시 갑갑한 시기가 찾아왔다.
해마다 몇 번씩 반복하지만, 힘든 건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일까?
바다가 보고 싶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들 모두 길을 나섰다.
휴가 마지막 연휴..
바다를 보며 숨통을 틔우기 위한 길을 꽉 막힌 도로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종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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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영종대교 기념관






 

영종대교 기념관에서 바라본 영종대교와 영종도, 그리고 갯벌은 그다지 멋진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바다라도 어디냐 싶었다.
그냥.. 바다에게 내 답답함을 하소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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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영종대교 기념관





 

느린 우체통이라고 한다.
나에게 편지를 써볼까?
1년 후에 온다고?
그 1년 후에 난 어디 있을까?
그걸 모르는데 어떻게 편지를 쓰지?
제길.. 다시 답답해졌다.......-_-;



아직도 자유로에는 플랭카드가 붙어있다. 막힘 없이 갈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영종도, 무의도라나?
하지만, 이 마지막 황금연휴에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은 그냥 주차장이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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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이리저리 헤매다가 찾아든 어느 갯벌 해변..
폭염에 뿌옇게 흐려진 하늘과, 그 뒤로 희미하게 봉우리만 보이는 바다 건너 섬이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얘도 내 하소연을 들어줄만큼 청명하지 못하구나..




다시 잠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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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내 사무실





 

비가 오니 바빠진 녀석.. 방해해서 미안..





잠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예뻐졌다.
다시 그 아쉬웠던 석양을 담고픈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오늘은 친구, 형, 동생들을 만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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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상암동





 

오늘은 답답함을 잊고 함께 어울려야지..






모임 덕에 차를 두고 나온 까닭에, 출근길은 뚜벅이였다.
여전히 조금 덥긴 하겠지만, 마음 편안히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피사체의 얘기를 들을 여유는 아니지만, 한 번 시도는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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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인공폭포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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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연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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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사천고가차도






 

앞에서 나는 유럽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거북해서다.
새것이 좋았었다.
정든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게 요즘 많이 달라졌다.
예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나쁜 기억도 있지만, 좋은 추억도 많다.
더 이상 지저분해 보이기만 할 수도 있는 낡은 풍경이 거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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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다시 많이 밝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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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여전히 내 기존 스타일이긴 하지만, 좀 더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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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연남동





 

낡은 담벼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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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연남동





 

녹슨 철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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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낡은 벽 앞에 자리잡은 거미도..


무어라 말하고픈지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픈 말을 들어달라 조르는 것 같지는 않다.






3주간..
6롤의 필름..

난.. 달라졌을까?

겨우 6롤에?
겨우 3주에?

그냥 마음가짐만 조금 개선된 정도겠지?
자이스이콘 이 녀석, 겨우 살짝 손에 익을만하다 싶은 정도인데, 뭘 더 바랄까?


그랬다.
나는 자이스이콘을 써볼 기회를 빌어, 갑갑해진 내 사진에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했다.
내가 그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모든 걸 무너뜨리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에서 새로이 사진을 시작해보고자 했다.


성공했을까?

겨우 3주만에?
달랑 6롤 써보고?

그게 됐다면 난 이미 카멜레온같은 유명 사진작가가 되었을테지..
그저 시도해봤고, 아주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기뻐해야겠다.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또 하나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이스이콘과 시소나 50mm F1.5 렌즈의 조합은 피사체에 내 생각을 입히고 멋지게 포장하려 해도 그리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카메라가 아니다.
이 녀석들의 조합은 브레송이 라이카 바디에 50mm 단렌즈를 물려 담아낸 사진들처럼, 있는 그대로를 소박하게 보여만 줄 뿐이다.
나는 그 속에서 내가 시도해봐야 할.. 피사체가 들려주는 얘기를 담아내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내가 갈 길은 멀다.

이제 겨우 귀를 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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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이콘 이 녀석은 한편으론 그저 핑계였지만, 이 녀석 덕에 시작은 할 수 있었다.


그거면 됐다.













글을 마치며...

사용기와 리뷰 사이에서, 더 이상 리뷰가 아닌, 더 이상 매뉴얼이 아닌, 오로지 써본 느낌만을 피력할 수 있는 사용기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를 갖고 고민했습니다.
앞서와 같이..
글을 쓰는 작업마저도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노력해봤습니다.
사용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기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위에 하고픈 말을 담담하게 주절거려볼 수 있는 글로 구성해봤습니다.
제가 하고픈 바가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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