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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사용기

틈새시장을 날카롭게 파고들다, 올림푸스, PEN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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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 올림푸스가 본격적으로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었나?
포써드 시스템 초기, E-1를 선보이면서 벌였던 광고를 빼면, 지금까지의 올림푸스는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벌인 적이 없었다고 본다.
왜일까?
그 답은 아마 이 새로운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PEN E-P1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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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해 별반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PEN E-P1의 광고는 얼마든지 접했을 것이다.
공중파 광고, 인터넷 배너광고, 심지어 버스 옆구리의 배너광고까지 적용해볼만한 광고 매체는 모두 이용하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동호회 등의 필드테스트, 블로그마케팅까지 더해져 있다.


로버트카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보도사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그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올림푸스는 방진방적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E-1을 내놓으면서 선보인 E 시스템 광고에서 이를 응용,
‘당신의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막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최소한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표현과 올림푸스 광고를 머리 속에서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공중파 광고 한 편이었지만,
지금의 PEN E-P1 광고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선보였던 것이 바로 올림푸스 E 시스템 광고였다.


E-1은 포써드 규격의 첫 번째 DSLR 카메라였다. 포써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규격이 선보이면서, 대단히 보수적이고, 또 고루한 사진업계에
이 새로운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쓴 것이 이런 거장의 표현을 응용한 광고다.
그리고, PEN E-P1은 올림푸스가 선보이는 마이크로포써드 규격의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라는 점에서, E-1과 닮은 점이 있다.
이쯤 되면 PEN E-P1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갖는 의미를 수긍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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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포써드는 왜 등장했을까? 이미 올림푸스는 포써드라는, 기존 135포맷 기반 DSLR 규격대비 소형화된 규격을 갖추고 있다.
꽤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구축해놓은 포써드 렌즈군도 이제는 제법 탄탄하다. 이걸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마운트 규격을 선보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모험이다. 올림푸스가 파나소닉 등과 함께 마이크로포써드라는 새로운 규격을 내놓은 것은
기존 포써드에서 미처 충족시켜내지 못한 부분을 보강하는, 환골탈태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포써드 시스템은 기존 필름 포맷 중 하나인 135 포맷 대신, 보다 작은 크기의 센서에서 광을 집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작아진 센서 크기에 따른 소형화를 추구해, 크고 무거운 필름카메라 기반 DSLR 카메라 대신, 작고 가벼우면서, 화질은 기존 DSLR 카메라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디지털카메라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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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다. 기존 135포맷 기반의 DSLR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소형화된 반면, 올림푸스 E 시스템의 플래그쉽 및 중급기는
제자리걸음 혹은 중형화되었다. 단적인 예로, 올림푸스의 최신 플래그쉽 바디인 E-3는 캐논 EOS-50D와 거의 같은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다.
E-300에서 출발해, E-420, E-520, E-620 등으로 이어진 보급형 소형 바디 라인업이야 여전히 작은 크기에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휴대성 높은 소형 카메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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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새로운 포써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름하여 마이크로포써드라 명명된 이 새로운 규격은 처음 포써드가 나올 때 천명했던
소형, 경량화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플렌지백을 두껍게 할 수밖에 없는 반사 기구를 없애고, 광학계를 축소해,
같은 화각의 렌즈를 보다 작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췄다.
반세기 이상을 최선의 뷰파인더 방식이라 여겨지고,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SLR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말 그대로 ‘똑딱이’가 된 셈이다.


이렇듯, DSLR 카메라에서 가장 핵심이었던 특징을 버렸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에게 개념부터 정립시켜야 했던 포써드와 달리, 마이크로포써드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먼저 선보인 파나소닉 루믹스 DMC-G1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PEN E-P1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루믹스 DMC-G1은 마이크로포써드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구현했지만, 오히려 기존 DSLR 카메라와 달라 보이지 않는 외형이 관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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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루믹스 DMC-G1이 첫 선을 보이던 포토키나 2008에서 겨우 목업 형태로밖에 선보이지 못한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써드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깍두기를 썰어놓은 듯한 네모반듯한 모양, 더 자를 게 없어 보이는 매우 단순한 외형은
마이크로포써드가 지향하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와 같은 형태의 카메라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기존 DSLR 카메라를 닮은 루믹스 DMC-G1보다 이 올림푸스 목업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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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규격 발표 후 10개월, 최초 목업이 선보인 후 9개월. 실 작동되는 올림푸스 마이크로포써드가 선보일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주기가 빠른 경우,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한 라인업이 교체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에게 이슈가 잊혀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올림푸스와 달리, 올림푸스는 놀라울 정도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이 긴 시간을 잡아뒀다. 이를 위해 그들이 쓴 건 추억과 향수였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반세기 전인 1959년, 올림푸스는 135포맷 필름에 두 배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하프카메라, PEN을 선보였다.
36컷짜리 135포맷 필름 한 롤이면, PEN은 72컷을 담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작고 가벼운 이 카메라는 휴대하기도 편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쓰였다.
70~80년대에 어린 아이를 키운 어른들이라면 카메라 메이커 하면 니콘, 펜탁스 등만 기억할지라도,
이 PEN을 보여주면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로 널리 보급된 것이 PEN 시리즈 하프카메라다.
PEN은 하프카메라가 갖는 묘한 매력에, 지금도 상당수가 현역기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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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는 새로운 마이크로포써드에 PEN이라는 이름을 승계했다. 보다 쉽게 휴대하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대한 가족사진사의 열망,
그것은 반세기 전, PEN이 탄생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요구조건이다. 올림푸스는 단지 이 점에 대해 홍보, 마케팅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사람들은 수긍했다.
이것이 무려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잡아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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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드디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단 2시간만에 기 약속된 1,000대의 PEN E-P1이 모조리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올림푸스가 전세계적으로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을 시작하긴 했으나, 렌즈킷이 1백만원에 육박하고, 한국의 현재 경제 형편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견해도 제각각이다. 일단 이를 장만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존 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라는 걸 조건으로 할 때, 이를 가리켜 한 때의 유행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물론,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일 이게 맞다면, 앞으로 중고 시장에 꽤 많은 PEN E-P1이 돌아다닐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DSLR 카메라가 갖는 빠른 반응속도, 높은 화질에는 PEN E-P1이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에서다. 그리고,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광 집적도를 높인 센서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크기가 작은 포써드 규격의 센서가 갖는 한계가 있고,
플랜지백을 줄여 소형화한 렌즈에서 출발하는 렌즈의 광학 해상력 문제가 있다.
풀타임 라이브뷰에서 기인하는 콘트라스트검출 방식 AF의 상대적인 포커싱 속도도 문제고,
다른 얘기긴 하지만, PEN E-P1이 갖는 셔터 딜레이 시간도 기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떨어진다.
이런 시각에서라면 PEN E-P1을 단순히 향수에 젖은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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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마이크로포써드의 지향점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출발한 얘기다.
만일 PEN E-P1이 캐논, 니콘, 소니, 펜탁스 등, 기존 135포맷에 기반한 DSLR 카메라와 경쟁하고자 했다면, 이미 그 구상부터가 오판이다.
하지만, 앞에서 나는 마이크로포써드 규격을, 사용자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규격이라고 했다. 일부 사진가가 오판할 수는 있겠지만,
사진가들이라는 다수가 똑같은 오류를 범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리고, 올림푸스가 이 새로운 카메라에 PEN이라는 이름을 승계한 까닭도
PEN E-P1을 말함에 있어 기존 DSLR 카메라와 경쟁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대변해준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여행에서 아빠는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가족여행이지, 출사가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DSLR 카메라의 존재는 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계속 갖고 다니기도 신경 쓰이고, 카메라 이외의 다른 짐을 챙기기에도 버겁다.
카메라 때문에 아이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결국 함께 즐기러 떠난 여행에서 불만만 쌓여간다. 단적인 상황 설정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휴대가 간편한 콤팩트디지털카메라가 어울리겠지만, 작은 센서에 기인하는 제한된 운용범위와 떨어지는 화질, 느린 반응속도는
아빠사진사들의 DSLR 카메라에 대한 욕심을 잠재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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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절충적 형태가 바로 마이크로포써드의 PEN E-P1이다.
필요하면 렌즈를 바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이 가능하고, 적당히 커다란 센서는 카메라 운용 범위를 넓혀준다.
고성능 DSLR 카메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화질과 기동속도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기능이 오픈되어 있어, DSLR 카메라 못지 않은 기법을 두루 적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반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확실히 작다.
소형화된 보급형 DSLR 카메라와 비교하면 좌우 폭, 높이 등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겠으나, 미러가 사라진 PEN E-P1의 두께는 기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확실히 얇다.
여기에 일명 펜케잌 렌즈라 불리는 M.주이코디지털 17mm 단초점렌즈를 마운트해두면 약간 큰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휴대성을 갖는다.
즉,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DSLR 카메라 사이의 절충안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가 바로 PEN E-P1인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장이 겨냥한 규모는 사실상 엔트리급 DSLR 카메라가 잠식하고 있는 시장 전체에 해당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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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틈새 시장을 뜻하는 표현이다. 포써드가 개척한 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닌, 기존 시장의 개혁이었지만, 마이크로포써드가 개척하려는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지금의 카메라 시장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포토키나 2008에서 선보인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써드 목업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줬고, 사람들은 이 가능성에 환호했다.
이 정도라면 마이크로포써드는 기존 포써드가 투자한 만큼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에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그 아쉬운 것은 E-P1의 기능이나 성능이 아니다.
단지 크기가 아쉽다.
목업보다 커진 크기에 대한 얘기다.
좀 더 작아질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물론 이제 시작인 셈이니, E-420이 그랬듯, 앞으로의 발전을 통해 더 작은 E-P2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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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스마트쇼핑저널 버즈 (http://www.ebuzz.co.kr)에 실린 내용의 원문입니다. 게으른 필자가 이제야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