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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아마 핫셀블라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다뤄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핫셀블라드 카메라에 대한 로망을 한 번쯤은 담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니, 계속 담고 있을 수도 있겠죠.


흔히 쓰고 있는 DSLR 카메라, 그것은 일반적으로 135포맷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스냅을 위한 필드용 카메라에서 출발한 포맷으로 생각해보면 될 듯합니다.

일부 고급 기종의 135포맷 풀사이즈를 기준삼아, 1.3배 크롭 배율을 갖는 APS-H 규격, 1.5배 혹은 1.6배 크롭 배율을 갖는 APS-C 규격 등,

135포맷 풀사이즈에서 작아지는 다양한 형태의 규격이 있습니다. 이 규격에서 하나의 논쟁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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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 with EF 70-200mm F2.8L / 조리개 우선 / 200mm / F2.8 / 1/200s / 난지창작스튜디오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고, 사실, 우스개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 표현입니다만, 사진은 아웃포커싱이다 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바로 이 아웃포커싱, 정확한 표현으로 하자면 셀렉티브 포커싱 기법에 대한 얘기인데요, 크롭 비율이 높아질수록 이 셀렉티브 포커싱에 불리하다는 얘기가 그것입니다.

보통 이 논쟁에는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면서, 본질인 셀렉티브 포커싱에 집중하는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곤 하는데요, 센서 크기가 작아질수록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기

때문에, 셀렉티브 포커싱에 불리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셀렉티브 포커싱 기법은 사진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여러 기법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기에, 이것이 사진의 전부인 양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할 수 있으나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핫셀블라드 H3D II라는 카메라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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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셀블라드 H3D II는 중형포맷의 디지털카메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DSLR 카메라들과 달리, 135포맷 규격을 기반으로 한 카메라가 아닌,

645 규격의 중형 포맷을 그 기반에 깔고 있죠. 물론 H3D II 역시 645 규격에 맞춰진 풀프레임 중형 카메라는 아닙니다. 특히, 제가 써보게 된 H3D II-31은

H3D II 가운데 가장 엔트리급에 속하는 모델로, 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작은 센서 크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카메라 역시 크롭 바디라고 말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H3D II-31의 크롭 배율은 얼마나 될까요? 이건 자료상으로도 정확히 나와있지 않다보니, 얘기하기가 어렵네요. 사실, 중형 포맷으로 넘어갈수록

렌즈 초점거리로 말하는 수치적인 기준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크롭 배율이 얼마냐는 건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판형을 갖추고 있냐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겠죠.


크롭 센서인 H3D II-31이지만, 이 카메라의 센서 크기는 33.1 X 44.2mm에 달합니다. 135포맷 풀사이즈 센서의 크기는 24 X 36mm,

센서 크기에서 일단 1.5배에 근접하는 크기인 셈입니다. 보다 윗급인 H3D II-39나 H3D II-50의 센서 크기는 그보다 더 커서, 36.8 X 49.1mm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심도 표현력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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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이라는 메이커를 기준으로 얘기를 이어 풀어보겠습니다. 캐논은 그만큼 다양한 DSLR 카메라를 내놓고 있고, 그 분류 또한 자세한 편이니까요.


엔트리급은 논외로 하고 짚어보자면, 캐논의 미드레인지급부터는 어떤 용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EOS 7D는

프레스를 위한 서브바디 개념을 품고 있으며, 그에 앞서 작년 말에 선보였던 EOS 5D Mark II는 풀프레임의 미드레인지급 스튜디오 바디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플래그쉽이라는 간판 기종들이 버티고 있죠.


현재의 캐논 플래그쉽 바디는 EOS 1D Mark III와 EOS 1Ds Mark III입니다. 1D급은 프래스 바디, 1Ds급은 스튜디오 바디로 통합니다.

이들의 분류는 촬영하는 순간이냐, 촬영해낸 결과물 품질이냐에 따릅니다. 1D급은 135포맷 대비 1.3배 크롭 배율을 갖고, 10fps의 고속 촬영이 가능합니다.

1Ds급은 135포맷과 같은 풀사이즈 센서를 쓰고, 높은 화소수로 결과물 품질을 최상으로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1Ds급 바디들은 현재 상업사진 분야에서 중형포맷 카메라들 대신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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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이 깡패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곤 합니다. 특히 필름 시절에는 이 표현이 절대적이다시피 했는데요, 까닭인 즉, 필름 입자의 크기가

사실상 고정되어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대형 인화의 한계는 결국 필름면의 크기에 따라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디지털에 와서는 다소 변했습니다. 필름 입자의 크기가 특별히 달라지지 않는 필름과 달리, 디지털은 같은 센서 크기에서 화소수의 증가가

기술 발전과 더불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필름 입자를 픽셀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미 DSLR 카메라의 화소수는 아무리 크롭 바디라 하더라도,

135포맷 필름의 촬상면이 갖는 해상력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결과물이 그렇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비교는 그 자체에 모순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임을 가정한 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촬상면 크기에 따른 판형이 아닌, 화소 집적도에 따른 편형이라는 새로운 판형 논쟁이 생겨납니다. 즉, 화소수가 깡패다 라는 표현이 나오죠.


화소수가 깡패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닙니다. 특히 정밀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부분촬영의 경우, 높은 화소의 카메라로 찍을수록 매우 미세한 부분까지

크게 볼 수 있죠. 이를테면 확대 효과라고나 할까요? 디지털카메라로 넘어오면서 마크로 배율의 표현이 무색해진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400만 화소짜리 DSLR 카메라에 1:1 마크로렌즈의 최단 초점거리에서 찍어낸 사진의 트리밍하지 않은 원본과,

2200만 화소짜리 DSLR 카메라에 일반 렌즈를 물려 최단 초점거리에서 찍어낸 사진의 부분 트리밍 사진,

경우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가 훨씬 디테일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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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1D with Sigma 180mm F3.5 Macro / 최단거리 접사 : 400만 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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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7D with Sigma 15mm F3.5 Fisheye / 1800만 화소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같은 촬상면 크기라도, 화소 집적도만 높아지면 사진 품질은 무한정 좋아지겠죠?

하지만, 이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촬상면에 도달하는 광량도 많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이를테면 135포맷 풀프레임인 EOS 5D와 EOS 5D Mark II를 비교해 얘기해보겠습니다. EOS 5D는 1200만 화소, EOS 5D Mark II는 2100만 화소급입니다.

같은 센서 크기지만, EOS 5D Mark II가 월등히 높은 화소 집적도를 갖고 있죠.


각각의 화소는 독립된 색정보를 갖고 이미지를 생성해냅니다. 즉, 이 각각의 화소는 각각 빛을 받아들인다는 얘기가 되죠. 화소 집적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화소의 절대 크기가 작다는 얘기고, 이건 곧 각각의 화소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적다는 걸 의미하게 됩니다. 물론, 각각의 화소에 따른 그리드를

어찌 배열하냐에 따라 수광부 면적이 좀 더 확보될 수 있긴 합니다만, 각각의 화소에 부여된 공간의 한계가 있는 만큼, 수광부 면적을 확보하는 점에서는

화소 집적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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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Canon PowerShot S30, 300만 화소, 1/1.8인치 CCD
우 : Panasonic Lumix DMC FX180, 1400만 화소, 1/1.72인치 CCD



디지털 프로세싱은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서 계속 발전합니다. 이 기술에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밀하게 처리해내는 것도 있지만, 각각의 화소를 통해 취득한

빛의 신호를 증폭해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기술도 포함됩니다. 만일 EOS 5D와 EOS 5D Mark II가 똑같은 프로세싱으로

처리되게끔 만들어졌다면, EOS 5D의 고감도 성능이 더 뛰어났을 겁니다. 이것은 화소수가 깡패라는 명제와 정면으로 배치되죠.


EOS 5D Mark II는 24 X 36mm 크기의 센서에 2110만 화소를 집적했습니다.

그렇다면 H3D II-31은 어떨까요? 33.1 X 44.2mm 크기의 센서에 3100만 화소를 집적했습니다.

이번에는 H3D II-31의 화소 크기를 유지하면서 EOS 5D Mark II가 갖는 센서 크기로 환산해볼까요? 대략 1870만 화소가 됩니다.

센서가 크다보니, 화소수가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각 화소 당 빛을 받아들이는 절대 면적이 더 넓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판형에 대한 논쟁, 화소수에 대한 논쟁꺼리는 이쯤에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대략 해볼만한 얘기도 다 해본 듯 하군요.

지금부터는 중형포맷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앞서의 화소 얘기, 판형 얘기를 기반에 깔고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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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중형포맷을 쓰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농담조로는 소위 말하는 ‘폼생폼사’에서 시작해서, 고화질, 대형인화, 왜곡 억제 등, 다양한 까닭을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땠을까요? 저는 그 까닭으로 ‘공간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앞서의 셀렉티브 포커싱 기법에 관한 얘기의 연장에 서있기도 합니다.

커다란 판형에서 비롯된 얕은 심도 표현력은,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깊게 확보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1/2인치급 이하의 작은 크기를 가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결과물과 포써드 규격 이상의 비교적 큰 센서를 가진 고급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이

비슷한 심도를 확보하고 찍었음에도 무게감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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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200 / F8.0 / 32s


이것은 하늘을 겨냥해 무한대 초점을 맞추고 32초의 장노출로 담아낸 사진입니다. 리사이즈한 상태에서 전신주와 하늘 간의 거리감을 느끼기가 썩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약 절반 크기로 리사이즈한 결과물의 일부를 크롭해서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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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전신주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지시나요? 공간감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리개를 F16으로 조여둔 촬영이지만, 커다란 판형 덕분에 135포맷의 조리개값으로 감안한다면, F8.0 이하의 개방 조리개값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심도만

확보한 것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장노출에 의해 구름의 작은 흐름이 담겨진 사진이지만, 전경으로 배치한 전신주의 살짝 포커싱 레인지를 벗어난 심도에 의해

바람이 약하게 부는 하늘과 전신주 간의 공간감을 확보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공간감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상업사진을 위한 최고의 카메라로 꼽히는 캐논 EOS 1Ds Mark III로는 어찌 해볼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작은 센서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센서가 큰 DSLR 카메라의 결과물에서 오는 무게감 차이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디테일과 묘사력을 자랑하는

EOS 1Ds Mark III의 결과물이라도, 이 중형포맷이 보여주는 수준의 무게감을 맛볼 수는 없을 겁니다.


높은 화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화소 크기에 기인하는 원본 이미지의 뛰어난 디테일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3100만 화소의 H3D II-31의 화소 크기는 6.8마이크로미터라고 합니다. 대략 2/3 수준인 2100만 화소의 캐논 EOS 5D Mark II가 갖는 화소 크기보다 물리적으로 큰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4872 X 6496 픽셀의, 300dpi로 인쇄하더라도, 16 X 21.5인치에 달하는 대형 인쇄물을 원본 사이즈에서 변형 없이 뽑아낼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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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4.0 / 1/250s / 펄스튜디오


이 사진은 스튜디오 지속광을 이용해 담아낸 H3D II-31의 사진을 리사이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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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진은, 앞의 사진에서 포커싱을 맞춘 부분을 중심으로 원본 리사이즈 없이 크롭한 것입니다.


물론, 이런 류의 사진은 현존하는 135포맷 플래그쉽 스튜디오용 DSLR 카메라에서도 충분히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3100만 화소라는 것이, 수치상으로 커 보이기는 하지만,

2천만 화소대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135포맷 플래그쉽 스튜디오용 DSLR 카메라의 결과물과 이미지 크기에서 눈에 띌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 135포맷에 기반한 DSLR 카메라에서 화소 집적도를 3천만 화소급 이상으로 올렸을 때 나타나는 화질 저하 문제를 감안한다면, 눈에 확 띄는 차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결과물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를테면, 3천만 화소급 135포맷 기반 DSLR 카메라의 화소 집적도를

645포맷 기반 중형 카메라의 센서에 적용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카메라의 화소수는 대략 5천만 화소를 상회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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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의 크기에 의해 좌우되는 공간감, 그에서 비롯되는 무게감, 두께감, 그리고, 높은 화소수에 대한 가능성과, 그에 따른 뛰어난 디테일은 흔히들 쓰는 135포맷 기반의

DSLR 카메라에서 맛볼 수 없을 특징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중형 포맷의 특성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H3D II에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마미야에서 최초의 중형포맷 디지털카메라인 마미야 ZD를 내놓았었고, 여전히 실용화는 오리무중이지만,

펜탁스 역시 645에 기반한 중형 포맷 디지털카메라를 포토키나, PMA, PIE, PNI 쇼 등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중형 포맷 필름 카메라에 필름백 대신 적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디지털백은 페이스원, 지나 등의 업체들이 선행하고 있죠.


그렇다면, 왜 핫셀블라드 H 시리즈 중형포맷 디지털카메라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물론, 이걸 가리켜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H3D II를 쓰게끔 하는, H3D II가 가진

강점이 따로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


짧은 기간, H3D II-31을 써보며, 나름 신선하고, 당황도 했고, 만족해하기도 했습니다. 쉽게 만져볼 수 없는 중형 포맷 디지털카메라를 써봐서가 아닙니다.

짧게, 짧게 써보기는 했지만, 그간 중형 포맷을 잡아보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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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200 / F4.0 / 1/320s / 방화대교


필드용 카메라. 아마 이것이 H3D II-31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표준렌즈를 포함한 무게가 약 2.3kg. 캐논 EOS 1D Mark III에 EF 70-200mm F2.8L 렌즈를 마운트한 무게가 3kg에 달합니다.

2.3kg짜리 카메라를 들고 찍기 버겁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테죠.


저는 그동안 이 카메라를, 장노출 및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컨셉 촬영을 제외하고는 손에 들고 썼습니다. 심지어 광량이 극감하는 해질녘에도 들고 찍었습니다.

촬상면이 큰 만큼, 커다란 반사 미러가 들어가기 때문에, 촬영시의 미러 쇼크가 135포맷 기반 DSLR 카메라에 비할 수준이 아니긴 합니다만, 아예 들고 찍지 못할 정도로

심한 흔들림을 동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앞서 밝혀둔 삼각대 거치 촬영의 경우는, 135포맷은 물론,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쓰는 상황이더라도 마찬가지로 삼각대를 써야 했을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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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D 28mm / 매뉴얼노출 / ISO 200 / F22 / 32s / 선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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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22 / 20s / 성산대교



H3D II-31에는 현장에서의 빠른 적용을 위한 몇몇 기능이 갖춰져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촬영을 위한 AF야, 콘탁스 중형 필름 카메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마미야 ZD에서도 되는 것이라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워낙 심도가 얕다 보니, 차라리 AF가 없고, 정밀한 MF를 위한 기구가 갖춰져 있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광량이 떨어진 일몰 후의 야외에서는 AF가 촬영을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빠르게 MF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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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눈여겨본 H3D II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이 버튼은 원터치로 미러업 기능을 실행시켜주죠. 그리고, 연속해서 두 번 누르면

자동으로 셀프타이머 모드로 들어갑니다. 삼각대에 거치하고, 흔들림 없는 촬영을 원할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미러가 크다보니, 미러쇼크가 만만치 않은데요, 이 기능을 통해 별도의 릴리즈 없이 어렵지 않게 흔들리지 않은 장노출샷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앞의 선유교와 성산대교 사진은 이 기능을 활용한 컷들입니다. 디테일 사진 한 컷 더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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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200 / F22 / 32s / 선유교


H3D II-31에는 화이트밸런스를 자동으로 잡아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몇 가지 프리셋을 쓰거나, 색온도를 직접 설정해줘야 하는데요, 이렇다보니, 그레이카드 등을

갖고 다니면서 매번 상황에 맞춰 색온도를 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토 화이트밸런스 기능이 없으면 사실 스냅 촬영 등에서 매우 번거롭습니다. 촬영 때마다 화이트밸런스를 재설정해줘야 한다는 건 스냅에서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필드용 카메라에서 이 기능이 빠져 있다는 것은 중대한 불만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상업사진을 위한 카메라라는 기초 전제를 깔고 본다면, 없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토 화이트밸런스는 말 그대로 사진 찍는 상황의 빛을 갖고

스스로 적절한 화이트밸런스를 맞춘다는 얘깁니다. 어떤 기준에 따르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이죠. 이렇게 되면 같은 피사체를 담더라도

매 컷마다 색상이 달리 나올 수 있습니다. 만일 그 일련의 촬영 작업이 공통된 연속성을 담고 있는 행위라면, 이 오토 화이트밸런스에 의한 색상 변화는 자칫 치명적인

오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상업사진 촬영이라면 차라리 매 컷마다 절대 기준이 되는 화이트밸런스를 설정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아니, 훨씬 좋다는 수준을 넘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이런 목적으로 NKC 화이트밸런스필터를 늘 휴대하고 다니는데요, 아마 이 H3D II-31을 쓰면서 이걸 가장 효과적으로 써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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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이걸 빼놓고 나간 적이 있는데요,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쓰는 환경이라도, 커스텀 화이트밸런스를 쉽게 잡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보통 135포맷에 기반한 DSLR 카메라들은 메뉴 항목을 통해서

이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데요, 한 단계를 더 거치다보니, 촬영 직전의 순간에 이를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H3D II가 가진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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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로 표시한 이 부분, 이 버튼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원터치 화이트밸런스 설정 기능입니다.

촬영자는 촬영 직전, 구도나 노출, 빛의 방향 등을 모두 설정한 후, 그레이카드나 화이트밸런스필터 등, 화이트밸런스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것을 앞에 두고

이 버튼을 한 번 눌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화이트밸런스를 갖고 바로 촬영에 임할 수 있죠. 별도의 샘플 컷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능을 찾아 메뉴 항목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기 설정된 기능으로 이 버튼을 한 번 눌러주는 것만으로 화이트밸런스의 재설정이 끝납니다.

짧은 시간동안이었지만, 이 H3D II-31을 쓰면서 가장 멋진 특징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기능입니다. 

다만, 이 기능을 순간광 동조와 연동시킬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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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200 / F4.0 / 1/100s / 펄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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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4.0 / 1/100s / 펄스튜디오



물론, 이 H3D II-31을 필드에서 적용해보면서 불편이 없었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습니다. 중형 포맷에 기반한 카메라를 135포맷에 기반을 둔 카메라와 같은 선상에서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앞서 중형 포맷의 장점이라고 얘기한 공간감과 디테일이 있듯, 중형 포맷이기 때문에 잃을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것은 H3D II 또한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고 있습니다.


H3D II의 최대 셔터 속도는 1/800초입니다. 물론, 외장 플래시에 대한 씽크로 속도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은 거꾸로 장점이 됩니다만, 매우 빠른 피사체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고성능 순간광의 듀레이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연속해서 움직이는 아이를 H3D II-31로 담아낸 사진입니다. 듀레이션이 1/1000초 이하로 떨어지는

고성능 조명을 써서 담아냈습니다. 듀레이션이 1/125초, 1/250초 정도에 머무르는 보급형 순간광으로는 잡아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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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100 / F16 / 1/125s / 캐논플렉스



최대 1/8000초까지 확보할 수 있는 135포맷 DSLR 카메라에 비해 이처럼 느린 셔터속도를 갖는 까닭은 판형이 커서입니다.

판형이 큰 만큼, 넓음 면적을 움직여야 하니, 셔터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죠. 기계적인 한계에 묶여있는 부분인 만큼, 이를 어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커다란 센서를 운용하는데서 비롯되는 높은 전력 소모량도 어쩔 수 없는 단점입니다. H3D II-31의 배터리는 1850mAh의 용량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 배터리를 써서 담아낼 수 있는 컷 수는 대략 100여 컷에 불과합니다. 센서가 큰 만큼 전력소모량이 많은 것이니, 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메모리 4GB면 100컷 정도를 담아낼 수 있으니, 필름 휴대하듯 4GB 메모리와 함께 메모리 개수만큼의 여분 배터리를 휴대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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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동안 제가 써보면서 느낀 H3D II-31은 이런 카메라입니다. 필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중형 AF 디지털카메라입니다. 다만, AF가 되나, 이것이 중형 카메라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경험해보는 내내 스플릿 스크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겨냥한 시장 자체가 완전한 상업사진 분야이기 때문에, 그저 쉽게 간단히 그럭저럭 사진을 뽑아내 주는 기능은 아예 배제하고 있습니다.

자동 노출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사진에 대한 모든 설정값을 사용자가 알아서 맞춰나가는 것이 정석인 카메라입니다.


필드에서의 사용을 위한 간편한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135포맷에 기반한 카메라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커다란 센서는 상대적으로 큰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여분의 배터리는 필수입니다. 물론, 고화소임에서 오는 컷 당 용량도 대단하므로, 넉넉한 메모리 또한 필수입니다. 다행히 핫셀블라드의 RAW 포맷은

화소수 대비 용량이 크지 않습니다. 다만, 묵직한 컨버팅 프로그램 덕에 사진 후처리를 위한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2.3kg에 달하는 무게가 무겁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중형 카메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피는 부담스럽습니다. 포토키나에서 봤을 때 캠코더를 연상했는데,

사람들의 눈은 그래도 비슷한 구석이 많은 모양입니다. 다들 테이프 넣는 구닥다리 아날로그 캠코더로 생각하고 물어보시더군요.


최신 DSLR 카메라들의 소위 말하는 편의 기능들은 모조리 기대하지 말 것! 입니다. 라이브뷰? LCD를 통해 촬영 이미지를 보고 확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한 겁니다.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 하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 H3D II-31의 LCD는 그저 사진이 찍혔구나, 그럭저럭 노출이 맞았고,

구도가 이렇게 나왔구나 라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로우앵글로 찍으실 때는 그냥 배 깔로 엎드리세요. 그게 싫으시면 이렇게 파인더 모듈을 분리하고 보세요. 대신 AF와 노출은 포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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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0여컷 찍습니다. 4GB 메모리 다 채우면, 메모리 바꾸면서 배터리도 바꿔줘야 합니다.

캐논 EOS 1D Mark III에 배터리를 완충시켜서 필드에 나가면 대략 1만컷 정도까지는 그냥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결과가 중요합니다. 그 결과 때문에 중형 포맷을 쓰는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H3D II를 쓰는 겁니다.

앞서의 단점들은 어디까지나 135포맷에 기반을 둔 DSLR 카메라와 비교해본 것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걸 치명적인 단점이라고까지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중형 포맷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조리 희생하면서 H3D II가 품은 장점들은 135포맷 기반 DSLR 카메라들이 앞으로 아무리 발전해도 극복해내지 못할 것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H3D II-31을 써보면서 느꼈던 H3D II의 특장점들은 이런 중형 포맷 카메라의 장점들을 필드에서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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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2.8 / 1/30s / 파주 프로방스



H3D II-31은 H3D II 시리즈 가운데 엔트리급 모델입니다. 그래도 디지털백을 갖춘 중형 카메라다 보니, 그 값은 2천만원에 육박합니다. 비싸죠? 물론 비쌉니다.

요즘 자동차 값으로 얘기하자면 i30 풀옵션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가 쓰일 분야는 상업사진입니다. 그렇다면, 중형 포맷 카메라가 쓰이던 분야에

135포맷을 기반으로 중형 카메라가 쓰이던 시장을 겨냥한다는 DSLR 카메라와 이 H3D II-31을 놓고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저라면 H3D II-31을 선택하겠습니다.

표준렌즈를 포함하더라도 두 배가 넘는 값이겠지만, 그 가격 차이 및, 앞서 계속 나열한 편의성 차이로도 극복해낼 수 없는 중형 포맷 기반 디지털카메라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상업사진에 적용한다면, 이것을 버릴 수는 없다 싶습니다. 단지 이런 성능만으로도, 이런 가능성만으로도 H3D II-31의 가격을 극복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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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4.0 / 1/250s / 펄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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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100 / F8.0 / 1/160s / 파주 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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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400 / F5.6 / 1/400s / 파주 교하 ※ 피사체 크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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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H3D II-31 with HC 80mm / 매뉴얼노출 / ISO 100 / F32 / 1/250s / 와인오프너가 없어 콜라로 대체한 사진 ᅲ.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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