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또 누에인가요? 지난 6월, 딸래미가 어린이집에서 누에 두 마리를 분양받아 왔습니다.
애들 덕분에 해마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는데요, 집안에서 누에를 키워볼 줄은 또 몰랐네요.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삽니다. 이게 그냥 먹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종일 쉴 새 없이 꾸준히 먹더군요.
이래갖고, 어린이집에서 같이 보내온 뽕잎만으로 가능할까 싶었죠.
지난 6월 22일, 사무실로 가져다가 찍어둔 누에 사진입니다. 나중에 안 게, 이렇게 어린이집으로 체험용으로 제공되는 누에는 고치를 짓기 직전인 5령의 누에라고 합니다. 5령으로 지내는 기간은 대략 20일 내외라고 하는데요, 5령 말에 이르면 먹는 걸 멈추고 고치를 만든다고 하네요.
뽕잎이 모자랐던 듯 합니다. 결국 한 마리는 고치를 만들지 못한 채 죽고, 위 사진의 누에만 살아서 이렇게 고치를 만들었습니다. 고치는 먼저 고정시킬 뼈대를 사방에 엮고 나서, 겉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속을 마무리하더군요. 이 사진을 찍은 시점은 고치를 만들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래 사진처럼 속에서 꼬물꼬물 작업하는게 훤히 보였습니다.
보통 누에가 고치를 다 만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0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꼬박 이틀 반인 셈인데요, 이렇게 고치를 다 만들고 나서 약 70시간이 지나면, 고치 안에서 번데기가 된다고 하네요.
누에가 고치 속에서 번데기 상태로 지내는 시간은 대략 12~16일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걸 몰랐으니, 이 기간동안 카메라와 마크로렌즈, 링플래시를 주구장창 싸들고 다녔군요...-_-;;
지난 7월 4일, 퇴근하고 집에 와서 PC 앞에 앉아있는데, 옆에서 뽀시락 소리가 납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키보드 옆에 놔뒀던 누에고치에서 누에나방이 나오려 하고 있더군요. 고치를 만든 게 지난 6월 22일이니, 13일만에 우화한 셈입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머리가 나오려 하고 있었고,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으니, 고치에서 나오는 순간을 담은 건 이 한 컷입니다. 그나마 후핀이 나버렸네요.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누에더러 다시 들어가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죠...ㅡ,.ㅡ;;
누에나방은 알칼리성 용액으로 고치 한쪽 끝을 뚫고 나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뚫려버린 고치는 쓸모가 없겠죠.
쳐다보는 건가요? ㅡ,.ㅡ;;
고치를 짓기 직전, 거치용으로 쓰라고 딸려온 뽕나무 가지 긴 것을 둥글게 휘어서 통 안에 넣어줬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가지는 이렇게 우화하는 과정에서 누에나방이 타고 올라갈 길로 쓰이네요.
거의 위까지 타고 올라갔습니다. 이제 자리 잡고 몸을 말려야겠죠?
안타까운 건, 저 가지가 싱싱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누에나방이 지탱하기 불편해 보이더군요.
날개를 말리는 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봤습니다.
고치를 뚫고 나온 후, 날개가 완전히 펴지고, 온전한 나방 모습이 될 때까지는 대략 30여분 가량 걸린 듯 합니다.
날개가 거의 펴져갑니다.
자리잡은 위치에 꼼짝 안하고 매달려 있습니다. 이 포즈는 아무래도, 한때 인터넷 최고 인기 중 하나였던 개죽이 판박이네요;;;
드디어 날개가 완전히 펴졌습니다.
아직 배는 통통하죠? 이 상태에서 잠시 후, 뭔가를 잔뜩 싸내고는 홀쭉해집니다. 이렇게 해서 우화 과정이 마무리되더군요.
다음날 퇴근하고 와서 손가락에 올려놓고 한 컷 찍었습니다. 말라버린 뽕나무 가지가 불편하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손가락을 갖다 대니 얼른 옮겨와 자리 잡더군요. 이건 뭐;; 나방도 길들이는 건지;; 하얀 녀석이, 곤충 좋아하는 제가 보기엔 무지 예뻐 보입니다...^^;;
아, 이 누에나방은 워낙 오랜 시간동안 사람 손에 길러져 오다보니, 나방 상태에서는 입이 퇴화되어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날개 또한 퇴화되어 날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충이 된 누에나방은 이 상태로 몇일 살다가 죽어버린다고 하네요. 암컷의 경우, 성충이 되면 대략 500~6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 누에가 전해진 게 고조선 때인 3천년 전이라고 하니, 그렇게 퇴화된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습니다.
분양받아 와서 성충이 되는 것까지 성공시켰으니, 이 녀석도 뿌듯할겁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죠. 딸래미 손가락에 올려놓고 인증샷 한 컷~
아빠가 곤충을 워낙 좋아하니, 이제 애들도 그다지 부담은 없습니다.
그런데, 하필 중지인게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