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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DCM 200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의 원고입니다. 기사와의 차이로 인한 혼돈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최종원고로 작성했습니다.

동경의 대상이었다.
소니 사이버샷 DSC-F707. 광학 5배줌 렌즈를 갖춘 디지털카메라였다.
DSLR 카메라는 꿈과도 같던 때였다.
커다란 렌즈가 달린 이 ‘있어보이는’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

전자제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나온다. 2001년 가을을 노리고 선보였던 DSC-F707은 대략 1년쯤 후에 후속기인 DSC-F717이 나왔고, 니콘 쿨픽스 5700,
올림푸스 E-20N 등과 함께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2003년 말, 이 DSC-F717의 후속기라 할 수 있는 DSC-F828이 나왔다. 대략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지만,
광학 7배의 대구경 줌렌즈와 무려 830만 화소라는 고화소로 무장한 이 DSC-F828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확 끌릴만한 고사양이었는데도,
시장의 중심에 설 수가 없었다. 2003년은 DSLR 카메라 대중화의 원년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DSC-F828이 발표된 직후, 캐논에서는 그 유명한 키스 시리즈의 디지털판인 키스디지털, 국내명 EOS 300D를 선보였다. 소니가 DSC-F828을 제대로 시장에 내놓기도 전의
일이다. 당시 이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카메라는 DSLR 보급화의 열풍을 주도했고, 당시 붐처럼 일어나던 코스튬플레이와 맞물려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EOS 300D는 심지어 이듬해 선보인 자사의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 파워샷 프로1마저 시장에서 부진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을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DSLR 카메라가 저렴해진 시점에서,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는 이제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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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소형 보급형과 하이엔드급의 구분이 없어진 채, 보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한 방향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물론, 캐논 파워샷 프로1, 소니 R1, 니콘 쿨픽스 8800, 올림푸스 C8080 등, 묵직한 부피의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미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제대로’ 사진을 찍으려면 DSLR 카메라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후지필름은 자사의 DSLR 카메라를 보급형으로 내놓을 생각 대신 네오DSLR이라 명명한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 시리즈를 답습하고 나섰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이미 한물 간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계속 노리고 제품을 선보이려는 후지필름이 한심해보였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네오DSLR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 ‘뻘짓’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었다.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 중흥기에 니콘 쿨픽스 5700을 장만했던 선배에게
DSLR 카메라로 바꿀 것을 종용한 나였다. 거의 비슷한 비용이면 DSLR 카메라 번들킷을 장만할 수 있는데, 왜 외향적으로 DSLR 카메라를 ‘흉내내기’만 하고 있는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를 장만하려는 걸까 가 그 이유였다.

파인픽스 S200EXR, 내가 생각하는 그 ‘뻘짓’의 최신판이 바로 파인픽스 S200EXR이다. EOS 300D가 나올 당시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부피라도 작고,
무게라도 가벼운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였지만, DSLR 카메라가 작아질대로 작아지고, 심지어 마이크로포서드라는, 소형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까지 나온
지금 시점에서 파인픽스 S200EXR은 그나마 갖고 있다고 변명할만한 메리트조차 없어졌다.
파인픽스 S200EXR의 크기는 소형 보급형 DSLR 카메라에 번들줌렌즈를 마운트해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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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건 내 생각이다.

파인픽스 S200EXR은 기존 S 시리즈에 비해 오히려 커졌으면 커졌을 뿐, 외적인 메리트를 품은 건 아니다. 원래 갖고 있던 특성들, 그것들이 그동안 DSLR 카메라의
우월감에 눈이 멀어 보이지 않다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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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선명한 일식을 볼 기회가 있었다. 최대 400mm까지 쓸 수 있는 망원렌즈에 2배 컨버터를 달고, ND 필터를 써서 광량을 낮췄다. 그리고 튼튼한 삼각대에 거치해 흔들림을 막았다. 삼각대를 제외한 장비 무게만 무려 3kg이 넘는다. 여기에 삼각대와 헤드까지 더하면 6kg에 육박한다. 물론 사무실 앞마당에서 찍기는 했지만, 이걸 들고 어딘가로 이동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꽤 큰 노동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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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하순에는 서울공항에서 에어쇼가 열렸다. 캐논 EF 300mm F2.8L IS USM 렌즈와 1.4배 컨버터를 챙겼다. 하지만, 동시에 단체 비행을 담아내기 위해 별도의 카메라에 광각 렌즈를 물린채 함께 휴대해야 했다.

파인픽스 S200EXR에는 광학 14.3배 줌 배율을 갖춘 후지논렌즈가 달려 있다. 135포맷 환산으로 최대 광각은 30.5mm, 최대 망원은 436mm다. 센서 크기가 1/1.6인치급이기 때문에, 실제 초점거리는 광각 7.1mm, 망원 101.5mm다. 가볍게 휴대할 수 있고, 광각과 망원을 모두 아우른다. 약 2배의 디지털 줌 기능을 이용하면 대략 800mm급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디지털줌 자체는 크롭이나 다를 바 없으니, 얼마든지 무시할 수도 있긴 하다.

고배율 줌렌즈는 동영상 촬영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촬영중 최대 광각에서 최대 망원까지 자유자재로 화각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 동영상 촬영 중 표현 범위를 얼마든지 확장해낼 수 있다. 다만, 파인픽스 S200EXR의 동영상 기능이 HD급을 지원하지 않고, 사운드 또한 모노사운드만을 지원하니, 그 색이 바래긴 한다.

최대 광각에서의 개방값은 F2.8이다. 최대 망원에서는 F5.3이다. 센서가 작기 때문에 얕은 심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빠른 셔터 속도를 확보하는 것에는 유리하다. 436mm 화각에서 F5.3의 조리개 값이라면 제법 안정적인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파인픽스 S200EXR의 최대 셔터 속도는 1/4000초로, 보급형 DSLR 카메라의 그것에 필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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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기때의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도 기능성과 성능 면에서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중간자적 입장이었다.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의 다양한 특이 기능, 부가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DSLR 카메라가 가진 기능성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파인픽스 S200EXR도 마찬가지다.
펜타프리즘, 혹은 펜타미러에 의한 광학식 뷰파인더가 없고, 촬상면이 작으며, 렌즈를 갈아 끼울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나머지는 보급형 DSLR 카메라와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카메라는 자사의 파인픽스 F200EXR과 똑같은 부가 기능을 갖췄다. 즉, 이 카메라는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인 파인픽스 F200EXR을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의 성능으로 재탄생시킨 제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파인픽스 F200EXR의 슈퍼CDD EXR센서, EXR AUTO기능 및
이를 구성하는 와이드 다이내믹레인지, 고해상도, 고감도 저노이즈, 필름 시뮬레이션, 얼굴 인식 등은 파인픽스 S200EXR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

EOS 300D로부터 시작된 DSLR 카메라의 광풍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에 선보인 몇몇 DSLR 카메라는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며, LCD를 보면 찍는 라이브뷰,
틸팅 LCD, 얼굴인식 촬영 등, 이전에는 컴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부가기능들이 들어가 있으며, 심지어 최근에 선보인 소니 알파550에서는
피사체인 인물이 웃으면 자동으로 촬영되는 스마일셔터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하지만, EOS 300D시절 이후로 어느 순간부터 의외로 간과되어오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 가격’이다. DSLR 대중화의 가장 큰 힘은 저렴해진 가격이었다.
하지만,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는 카메라를 사면서 더 이상의 비용 추가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DSLR 카메라는 카메라를 사는 순간부터
카메라값보다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앞서의 400mm라는 화각, 이 화각을 DSLR 카메라에서 갖추려면 적어도 약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현재 엔트리급으로 판매되고 있는 DSLR 카메라를 번들줌렌즈가 포함된 패키지로 장만하려 할 경우, 이 역시 8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파인픽스 S200EXR은 제품 가격이 6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시각에 따라 혹자는 “렌즈 교환도 안되는 것이 60만원씩이냐 하느냐”고 할 수도 있긴 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파인픽스 S200EXR은 갖추고 있는 그 렌즈만으로도 60만원의 값어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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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픽스 S200EXR에 갖춰진 각종 기능은 촬상면의 크기와 조리개값에 따른 셀렉티브포커싱, 렌즈 교환에 따른 초광각, 초망원 촬영을 제외하면
DSLR 카메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 파인픽스 F200EXR에서 맛볼 수 있었던 후지 디지털카메라 특유의 부가 기능을 이용해
말 그대로 사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편안히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뭐가 뭔지 당황스러운 초보들에게는 그저 친절하고 감사한 기능이다.
사진에 관한 어떤 기반 지식이 없는 상태로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이 잘 안 나온다며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절충하는 형상으로
쉽게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는 편이 보다 실속 있을 것이다. 파인픽스 S200EXR이 더 이상 ‘뻘짓’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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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은 건 디지털카메라를 거머쥔 후의 얘기다. 이런 저런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각종 제품사진을 찍은 것이 사진 촬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 나는 파인픽스 S2 Pro를 통해 렌즈교환식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했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진에 접근하기 시작한 건, 첫째가 태어나고, 니콘의 수동카메라, FM2를 장만하면서 부터다. 이 FM2와 Ai 50mm F1.4 렌즈만을 갖고 대략 1년 남짓, 갓 태어난 아이를 찍으면서, 사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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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내가 쓴 필름은 후지필름 리얼라100이다.

     사진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친구가 몇 롤 선물해준 필름이,

     1년여 가량,

     그것도 주로 실내에서 촬영하면서 썼던 필름이 되버렸다.

     50mm F1.4 최대개방에서 셔터속도 1/8초를 겨우 확보하고,

     이제 마구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녀석을 찍다보니,

     심도와 노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익혀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후로 접하는 후지필름의 모든 카메라마다, 필름의 향수에 빠져들었다. 리얼라100에 앞서, 파인픽스 S2 Pro를 손에 쥐었지만, 머릿속에 각인 된 것이 니코르 Ai 50mm F1.4 렌즈와 조합된 리얼라100의 색감, 캐논 EF 50mm F1.4 렌즈와 NPS160의 조합, 니코르 Ai 45mm F2.8P 렌즈와 조합된 프로비아100F의 조합이다. 물론, 강렬한 벨비아50의 느낌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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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on FM2 with Nikkor Ai 45mm F2.8P, Fujifilm Provia 100F. Minolta Dimage Scan Elite 5400 II Self Scan


올해 들어서는 아직 뜸하지만, 삼청동으로의 나들이는 몇몇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특히, 외근 업무차 시내로 나왔다가 잠시 돌아보는 평일 낮의 삼청동은 주말의 북적대는 삼청동과 다른, 정적인 매력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매우 맑은 날이긴 하지만, 아직은 스산한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이른봄이다. 삼청동의 원색적인 인공물에서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FM2를 들고나섰다면, 카메라에는 벨비아가 넣어져 있었을 게다.

이번에 거머쥔 카메라는 파인픽스 F200EXR이다. 여기에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 기능은 이 카메라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가 해당 필름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번에는 당연히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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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다. 설정에서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프리셋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이것이 각각의 필름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같은 수는 없을 것이다. 벨비아모드, 프로비아모드, 아스티아모드 모두 마찬가지다. 그냥 단순히 비유적으로 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색 재현에 충실한 프로비아 필름을, 카메라의 가장 기본적인, 가공되지 않은 설정에 빗대어 적용하고, 원색의 발색이 강렬한 벨비아 필름을,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높인 프리셋에, 부드럽게 퍼지는, 소프트한 맛이 있는 아스티아 필름을 이른바 소프트 모드로 적용한 것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다. 즉, 내가 원색 대비가 강한 상청동 인공물에 대한 촬영에서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는 것은 벨비아 특유의 고채도와 높은 콘트라스트를 기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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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에서 삼청지구대로, 삼청공원 방면으로, 다시 베트남 대사관 옆을 지나, 북촌 한옥마을 방면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낡은 대문, 까페, 간판, 벽화, 쇼윈도 및 이런저런 장식 등을, 주로 28mm 최대 광각으로 프레임에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28mm 광각은 삼청동을 관통하는 주도로에서 광각의 시원시원한 임펙트를, 감사원으로 향하는 골목의 좁은 공간에서 충분한 화각을 선사해줬다. 센서가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최대 광각에서의 촬영이 다소간의 왜곡을 수반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 왜곡 없이 사진을 담으려면 TS렌즈가 있어야 할 것이니, 적당히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그냥 포토샵에서 곱게 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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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깨끗한 하늘은 벨비아 필름이 갖고 있는 특유의 높은 채도와 부합해 매우 강렬한 사진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또 그렇게 강렬한 사진이 아니었다.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다. 최종적으로 웹상에 쓰는 사진은 결국 후보정에서 콘트라스트를 조절해, 생각하는 정도의 대비를 구현했다. 그런데, 이걸 가리켜 무조건 실망할 것은 아니다.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 하더라도, 초창기 후지필름 카메라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와 비교할 수는 없다. 최종 결과물에서 보여지는 채도와 대비가 같은 수준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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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픽스 F200EXR이 갖는 다이내믹 레인지는 어지간한 프로급 DSLR 카메라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즉, 명부가 하얗게 날아가지 않고, 암부 또한 까맣게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은 또 하나의 딜레마를 낳는다. 명부가 완전히 하얗고, 암부가 완전히 까맣다는 건, 사진 속의 명암대비가 극명함을 의미하며, 이런 사진은 강렬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 강렬해 보인다는 건, 보여지는 차이가 있지만, 벨비아 필름의 특성과도 같다. 반대로, 명부와 암부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건, 그만큼 강렬한 명암대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니, 명암대비를 통해 강렬한 효과를 주는 사진은 또 아니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실망한 벨비아 모드의 콘트라스트는 파인픽스 F200EXR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련한 특징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강렬한 명암대비에 따른 강한 느낌 대신, 명부와 암부의 극심한 노출차에도 불구하고 살아나 있는 디테일, 그리고, 그 암부 표현에 수반되는 노이즈의 정도를 본다면, 기존의 강렬한 느낌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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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을 뒤로 하고, 낙원상가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서 잠시 쉰 뒤, 해가 넘어갈 무렵에 청계천으로 나왔다. 청계천을 수놓는 물의 흐름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싹을 석양의 역광 하에 담아볼 생각에서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청계천을 흐르는 물의 흐름을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매뉴얼 노출 모드는 이럴 때 편리하다. 물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선 장노출이 필수, 몇 차례의 재시도가 있긴 했지만, 파인픽스 F200EXR의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은 이런 흔들림을 잡아주는데 효과를 발휘한다. 담아낸 물 흐름의 노출 시간은 1/4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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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싹에 초점을 맞췄다. 강한 태양광 하에서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이건 콘트라스트 AF 방식을 취하고 있는 모든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초점을 잡고 촬영된 사진에는 내장 플래시의 부드러운 광이 섞여 만족감을 더했다. 슈퍼 i 플래시라는 것에 별다른 값어치를 두지 않고 있었지만, 이 사진을 통해서 본다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내장 플래시의 성능보다는 한층 발전된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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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쉰 시간을 제외하면 약 2시간 반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 거리출사였다. 뭐, 출사라기 보다는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하나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여기저기 배회한 거라고 보는 편이 옳겠다. 기대했던 벨비아의 강렬함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벨비아의 느낌을 못 살려낸 것도 아니다. 구태여 원하는 강렬함을 얻어내겠다면, 어차피 사이즈를 조절해야 할 것, 리사이즈 후보정 과정에 커브값 조절을 넣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후보정 과정에서 날아간 명부나 암부를 살려내지는 못한다. 즉, 약간의 귀찮음이 더해진 반면, 얻은 것은 더 많다는 얘기다. 작은 크기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수준의 성능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파인픽스 F200EXR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 주는 가능성은 그 수준에 거의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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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DCM 5월호 별책인 COMPACT DCM 원고작업과 더불어 작성해봤던 사용기입니다. 타이틀 이미지 두 컷은 DCM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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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싹이 나기 시작하는군요. 잠깐 따뜻해졌다가 지금 다시 추워졌지만, 찾아온 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거겠죠.
청계천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이 왔음을, 천변에 자리잡은 들풀들이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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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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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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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 bye..

이날, 대략 6년여를 신었던 저 신발을 떠나보냈습니다. 오래도록 신은 탓에 밑창은 아예 통째로 갈지 않고선 견적이 나오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었죠. 새 신을 샀습니다. 이 신발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은 디자인으로요. 그냥 가벼운 걸 찾아 들었습니다. 그래도 6년여를 함께한 저 신발처럼 편안하지는 않죠. 한동안 발이 또 고생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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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어나다..

드디어 싹이 나고 있습니다. 바쁜 일이 훌쩍 지나고 나면, 이곳은 또 예쁘장한 금붓꽃으로 가득하겠죠. 그 때 다시 내려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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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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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 (2)


언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청계천 하류쪽까지 쭈욱 걸어가면서 프레임에 담아봐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늘 가던 곳만 다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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