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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까먹었다.....-_-;;

아침 내내, 잠이 덜 깨어 몽롱한 가운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출근하는 내내 이걸 까먹지 않으려 노력했건만..
아침 대용으로 컵라면 하나 물에 부으면서 까먹어버렸다...-_-;;
(컵라면을 물에 부어? 컵라면에 물을 붇는거겠지;; 진짜 제 정신 아니다;;; )
역시 아침을 굶는다...가 답인겐가......-_-;;

결국 이걸 준비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굴려왔던 걸 써먹는 수밖에 없겠다...-_-;;
이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책을 오지게도 안읽는다.....-_-;;;

그렇게 책을 안 읽는 내가 얼마 전에 장만한 책이 있다.
책? 만화책? 그림책? 뭐, 그냥 인터넷 만화를 책으로 출간한 거다.
쳐돌았군맨의 혈액형에 관한 간단한 고찰, 줄여서 혈관고... 짜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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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스게로 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걸 그림으로 온라인상에 공개해버리니, 악플도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냥 가볍게 봐달라는 당부의 말이 참 많이 보이더만.
난 지극히 공감 가던데.......-_-;; (난 B형이다.....ᄃᄃᄃᄃ )

이 책 속에 ‘동서양의 혈액형’이라는 소제목으로 엮어진 단편이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유럽, 미국과 같은 서양에서는 이성적인 A형과 이분법적인 O형이 많다고 한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유분방한 B형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다들 익히 느끼다시피, 동양과 서양의 기초 사상은 차이가 크다.

이를테면..
이 혈관고에서 말하기는
서양은 자연을 정복, 개척해야 할 지배의 대상으로 본다.
동양은 동화되고 함께 누리는 상생의 대상으로 본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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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일례로..

서양 환타지나 SF를 보면 사람 이외의 생명체는 그것이 지구상의 생명체든, 외계의 생명체든, 아예 상상 속의 생명체든 모두 적이자,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반면, 동양의 그것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는 비록 미물일지라도 인간에게 가르침을 주거나 신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서양의 용은 나쁜 괴물이지만, 동양의 용은 신성시되는 존재다.


무슨 엉뚱한 소리?
난 지금 자이스이콘이라는 필름카메라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변명하자면 이렇다.
4년 전, 엡손 R-D1을 처음 손에 거머쥐면서 가졌던 생각을 이 자이스이콘을 말하면서 풀어야겠다는 것.
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그 자체도 커다란 오류를 품고있기도 하다.
다만, 그것이 내가 자이스이콘을 쓴 소감이기도 하기에 참 엉뚱한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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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A4지 한 페이지 분량을 이렇게 뻘소리로 떼웠으니,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안그러면 돌 맞을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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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쌈지길





 

그냥 편하게 수기를 쓰듯 풀어보고자 한다.
이 녀석을 거머쥔 나의 요즘 심리상태, 그리고, 이 녀석을 다루면서 겪은 사고의 변화, 그리고 좌절..
말하자면 자이스이콘은 이런 나를 적어내려가는 기계식 타자기라고 보면 되려나?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당시, 내 사진에는 으레 꽃이 등장하곤 했다. 유난히 꽃이 많았다.
내가 꽃을 좋아하냐고? 천만에.. 난 그 흔한 꽃들도 이름을 모르기 일쑤다.
실컷 찍어둔 꽃을 포스팅하기 위해 그걸 찍어내고, 보정하는데 걸린 시간의 수십배를 투자해 꽃이름을 알아내야 할 정도로 무지하다.

내가 꽃을 많이 찍었던 건, 단순히 꽃이라는 피사체가 피사체 중에서는 평균적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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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난 그냥 예쁜 피사체를 찍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입문자였다.


그때까지 나는 유럽여행에 대해 흥미를 갖지 못했다.
아니, 유럽을 돈 써가며 시간 써가며 가고 싶지 않았다.
간다면 스위스나 네덜란드 정도만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찌들은 풍광, 너저분한 세월의 흔적, 낡은 차, 녹슨 철문..
이런 것들이 싫었다.
국내 유적지들도 너저분하고 재미없다고 안 가곤 했는데, 하물며, 중세의 오래 된 분위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유럽을 가고파할 리가..

2005년, 하나의 전시회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여전히 평범한 입문자였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셔터만 누를 뿐인,
그냥 지나가는 행인 1일 뿐이었다.

어디 가서 사진 찍겠답시고 얼굴에 철판 깔고 들이밀지도 못하는,
그것이 뻔히 사진 찍는 행사인데도 그리 하지 못하는 소심한이었던,
에리히 잘로먼의 캔디드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만 하던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 나를 바꿔놓기 시작한 전시회..
세계보도사진전..
그때까지 내가 옳다고 믿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모든 사상을 바꿔놨던 전시회.
아니다,
바꿔놓은 게 아니라, 없던 사상을 만들어줬다고 보는 게 옳겠다.
당시까지 내가 갖고 있었다 싶은 사상이라는 게,
사진에 관한 나의 생각이 아닌, 사회적으로 공통된 시각 중 일부를 차용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카파를 접했다.



로버트카파..

스페인내전과 오마하해변을 통해 보도사진 역사에서 가장 큰 거장이 된 사내..

그리고 그의 명언 한 마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2005년 당시, 난 참 많은 렌즈를 갖고 있었다.
커다란 대포는 아니었지만, 400mm에 이르는 화각까지 갖추고 있었다.
넓게 찍겠다면 광각으로, 가까이 찍겠다면 망원으로 당기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바보같은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카파의 말처럼 나는 내 사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단 한 컷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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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2 with Nikkor Ai 50mm F1.4, 후지필름 리얼라100





 

오로지 50mm 단렌즈밖에 없었던 FM2를 들고 우연히 담아낸 아들녀석의 아기 사진 한 컷을 제외하고는..




대략 이 무렵부터 다시 취재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었다.
점차 다가갔다.
다시 취재활동을 거의 접다시피 한 작년까지, 거의 모든 기자간담회 취재사진이 EF 16-35mm F2.8L 렌즈의 16mm에서 찍혀져 나왔다.
주로 100mm 이상의 화각에서 담겨지던 사진들이, 점차 50mm 이하의 화각에서도 많이 늘었다.
늘 최단 초점거리의 한계를 안타까워하기 일쑤가 되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사진도 많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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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사진에 불만을 갖고, 점점 더 사진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세계보도사진전 이후 생성되기 시작한 사진에 관한 나만의 관점, 사상..
이것들은 이제 나를 옥죄고 있었다.


한 지인 분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쩍 사진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토요일, 만났던 음악 하는 사람들 얘기가 참 와닿더군요.
보컬이 노래를 너무 못하는데, 잘 부르려고만 해서 그렇다고 합디다.
난 사진을 잘 찍으려고 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과연 그 잘 찍으려고 노력이나 하고 있는 걸까..
한 발짝 떨어져서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 늘 뭔가가 빠져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그 분에게 남긴 글귀다..



그분은 이렇게 얘기해줬다.


"김장훈, 전인권, 김수철, 배철수... 가수들이죠.
노래는 잘 못하는 가수들입니다.
하지만 아주 좋은 노래들을 불러 주었던 가수들입니다.
노래를 잘 하는 것과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듯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것과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네요.

언젠가부터 솔직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의 내 느낌, 피사체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프레임 안에 담아 내는 것, 당분간 제가 전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본 바로는 님께서는 사진을 통해 남에게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포복절도할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가슴에 깊이 새겨둘 만한 멋진 이야기, 이런 이야기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피사체에 내 생각을 덮어 씌워서 포장하려 하지 마시고 피사체가 나에게 던져오는, 때로는 슬며시 혹은 넌지시 걸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그 솔직한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시길..."



그냥 단순히 위로와 조언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는 얘기였다.
맞장구에 살을 약간 보탠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테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에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조건 들이대고, 무조건 접해야 한다는 생각..
그간 사진을 찍으면서 나를 옥죄어왔던 사상의 방법론이다.
그건 이 지인 분께서 한 말처럼, 내 생각을 피사체에 덮어씌워 포장하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말을 잘도 들어주면서, 정작 내가 애정을 두고 다가가야 할 피사체에게는 왜 하고픈 말을 못하게 막았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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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촬영회에서 담은 일반인 모델.. 나는 그녀의 본 모습, 그녀가 가진 매력을 찾지 않고, 내가 바라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사진을 담았다.






 

왕정 감독의 무협영화 의천도룡기에 보면, 이연걸이 연기한 장무기가 홍금보가 연기한 장삼풍에게서 태극권을 익히는 장면이 나온다.
절도 있는 다른 권법들과 달리, 바람이 부는 데로, 물이 흐르는 데로 움직이는 태극권이었다.
그 마지막에 장삼풍이 장무기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 권법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미 잔뜩 두들겨맞은 장무기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말하자면 무(無)의 경지일테다.


피사체가 나에게 던져오는, 때로는 슬며시 혹은 넌지시 걸어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 물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걸 가감 없이 담담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걸 위해 나는 무(無)의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벌써 지난 해 11월의 얘기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 후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너무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그 기간 중 담아낸 사진에는 여전한 답답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무(無)의 상태로 될 여력이 없었다고 변명해야겠지..


해빙과 함께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사진도 다시 밝아졌다.
나는 원래 일반적인 밝기에 비해 한 스탑가량 밝게 찍는 경향이 있다.
그간 그렇지 못했는데,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생각을 사진에 주입하려 하고, 제목을 달아 억지로 포장하려 애쓰고 있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가장 익숙한 피사체를 담아야, 그 내면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여전히 늘 다니던 곳을 반복해서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도 많이 다녀서, 이제는 몇 발작 걸으면 무엇이 있다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사진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늘 그 사진을 똑같이 복사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그 익숙한 피사체가 지겨워지고 있었다.
이 익숙한 것들을 담으며 기분을 풀었던 내가, 이 익숙한 것들에 지겨워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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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이콘이 손에 들려진 건 대략 이 무렵이다.
이미 내게는 두 대의 필름카메라가 있었지만, 이 두 대의 필름카메라로도 바꾸지 못하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인고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잠시 오류 하나를 얘기해본다.
내 생각에서 기인하는 오류 얘기다.

RF 카메라와 SLR 카메라의 사상적 차이..

동양철학의 관조적 시각과, 서양철학의 도전적 시각..

SLR 카메라가 들이대는 카메라라면, RF 카메라는 한 발 떨어져 담담하게 바라보는 카메라다.

SLR 카메라가 어떤 목적을 갖고 피사체를 연출해내는 카메라라면, RF 카메라는 누군가의 얘기를 담담히 기록해내는 타자기와도 같은 카메라다.

이런 까닭에 나는 구닥다리 RF 카메라인 자이스이콘을 거머쥐었다.

이 생각이 오류다.



앞서의 조언을 해준 분은 필름카메라로 니콘 FM을 쓰고 계시다.
내가 자이스이콘을 거머쥐고 담아보려 하는 사진을..
니콘 FM과.. 후지 S3 Pro와.. 리코 GR-Digital로 담고 계시다.

나의 이 오류는 핑계다.



처음 이 녀석을 거머쥔 날..
나는 실로 오랜만에 미칠 듯 갑갑함을 맛봤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담겨지는 피사체.. 좀 더 다가가야 임펙트를 줄 수 있겠는데,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를 기준으로 노출을 맞춰야 할지 답을 못 찾겠다는 정보력..
나는 당장이라도 이 녀석을 접어 넣고, 이제야 내 손에 익숙해진 내 카메라를 꺼내고 싶었다.
물론, 이럴까봐 내 카메라는 두고 나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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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쌈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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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리얼라100, 인사동






 

자이스이콘이 RF 카메라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요소,
보이는 것과 담겨지는 것의 차이, 시소나 50mm F1.5 렌즈의 최단 초점거리 한계는 어찌 말을 풀어내더라도 단점임을 반박할 수 없겠다.
다가갈 수 있지만 다가가지 않는 것과, 다가갈 수 없어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제약에 부딪혀 무(無)의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배가 부르면 돼지가 되지, 소크라테스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내 의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나는 배부르면 눕고 싶은 전형적인 의지박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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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일산 웨스턴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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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용미리






 

선배의 부탁이 들어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함께 공연 촬영을 다니던 선배다.
늘 담아내던 기타리스트의 공연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 기타리스트 분이 요청해왔다고 한다.
사진을 담아달라고..

장비를 꾸리며, 가방 한켠에 자이스이콘을 넣었다.

어떤 장소든,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사진이라면 교과서적인 노출 설정값이 정해져 있다.
홍대앞에 위치한 상상마당 공연장이 이번 장소다.
공연을 흔들리지 않고 담아내기 위한 셔터속도는 최소 1/200초..
메탈이나 락, 혹은 댄스공연이라면 1/500초도 흔들릴 수 있다.
담아내야 할 밴드는 비갠후, 락밴드였다.

자이스이콘에는 ISO 160짜리 후지필름 프로160S가 들어있었다.
F2.8에서 1/200초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 감도는 ISO 400.. 아마 시소나렌즈의 최대개방으로 담으면 1/200초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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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밴드인큐베이팅 스페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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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밴드 인큐베이팅 비갠후





 

그렇게 두 컷을 담아봤다. 한 컷은 비갠후 전 공연팀인 스페로우다.
이 까다로운 녀석에 익숙해지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다.



이 덕분이었을까?
다시 찾은 익숙한 장소에서 나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풍경 혹은 정물을 담아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기존 내 방식대로 하려 들고 있었고, 여전히 어두웠다.

그냥 입사식 노출계에서 출발하는 생소한 측광 시스템 때문이라고 변명해볼까?
이건 진짜 변명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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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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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160S,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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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50,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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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50,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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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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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경복궁





 

이렇게 조금 여유가 생기고, 장보기를 위해 서울역 롯데마트에 들렀다.
주차장에서 철길을 담았다.
여전히 포인트를 잘 잡아내지 못하고, 프레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철길은 쉽게 담아지면서, 또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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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서울역





 

뜬금 없이 철길을 찍고싶어졌다.





지난 8월 11과 12일, 서울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하늘이 맑아졌겠지?
퇴근하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잠깐 차를 돌려 석양을 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강 시민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아직 덜 빠진 빗물로 인해 난지지구로의 진입로는 물바다였다. 난지지구 조망대 역시, 발판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통상적으로 말할만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줬다.
너무 짧은 일몰, 그리고, 허락된 너무 짧은 시간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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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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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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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이튿날 다시 가보려 했지만, 이미 서울 하늘은 흐려진 뒤였다.





철길 사진이 찍고 싶었던 나..
13일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미리 생각해둔 곳.. 내 웨딩사진 중 한 컷을 찍었던 곳을 향했다.
송추에서 의정부까지 가서 차를 돌려왔지만, 아쉽게도 그 장소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다만, 버려진 송추역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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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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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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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송추역





 

물론, 여전히 내 시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내 얘기를 피사체에 덮어씌우고 있었으니까..






다시 갑갑한 시기가 찾아왔다.
해마다 몇 번씩 반복하지만, 힘든 건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일까?
바다가 보고 싶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들 모두 길을 나섰다.
휴가 마지막 연휴..
바다를 보며 숨통을 틔우기 위한 길을 꽉 막힌 도로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종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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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영종대교 기념관






 

영종대교 기념관에서 바라본 영종대교와 영종도, 그리고 갯벌은 그다지 멋진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바다라도 어디냐 싶었다.
그냥.. 바다에게 내 답답함을 하소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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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영종대교 기념관





 

느린 우체통이라고 한다.
나에게 편지를 써볼까?
1년 후에 온다고?
그 1년 후에 난 어디 있을까?
그걸 모르는데 어떻게 편지를 쓰지?
제길.. 다시 답답해졌다.......-_-;



아직도 자유로에는 플랭카드가 붙어있다. 막힘 없이 갈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영종도, 무의도라나?
하지만, 이 마지막 황금연휴에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은 그냥 주차장이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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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이리저리 헤매다가 찾아든 어느 갯벌 해변..
폭염에 뿌옇게 흐려진 하늘과, 그 뒤로 희미하게 봉우리만 보이는 바다 건너 섬이 나를 허탈하게 만든다.
얘도 내 하소연을 들어줄만큼 청명하지 못하구나..




다시 잠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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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내 사무실





 

비가 오니 바빠진 녀석.. 방해해서 미안..





잠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예뻐졌다.
다시 그 아쉬웠던 석양을 담고픈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오늘은 친구, 형, 동생들을 만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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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프로비아100F, 상암동





 

오늘은 답답함을 잊고 함께 어울려야지..






모임 덕에 차를 두고 나온 까닭에, 출근길은 뚜벅이였다.
여전히 조금 덥긴 하겠지만, 마음 편안히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피사체의 얘기를 들을 여유는 아니지만, 한 번 시도는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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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인공폭포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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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연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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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사천고가차도






 

앞에서 나는 유럽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거북해서다.
새것이 좋았었다.
정든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게 요즘 많이 달라졌다.
예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나쁜 기억도 있지만, 좋은 추억도 많다.
더 이상 지저분해 보이기만 할 수도 있는 낡은 풍경이 거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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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홍제천





 

다시 많이 밝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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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여전히 내 기존 스타일이긴 하지만, 좀 더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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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연남동





 

낡은 담벼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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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연남동





 

녹슨 철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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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벨비아100, 사천교






 

낡은 벽 앞에 자리잡은 거미도..


무어라 말하고픈지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픈 말을 들어달라 조르는 것 같지는 않다.






3주간..
6롤의 필름..

난.. 달라졌을까?

겨우 6롤에?
겨우 3주에?

그냥 마음가짐만 조금 개선된 정도겠지?
자이스이콘 이 녀석, 겨우 살짝 손에 익을만하다 싶은 정도인데, 뭘 더 바랄까?


그랬다.
나는 자이스이콘을 써볼 기회를 빌어, 갑갑해진 내 사진에 뭔가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했다.
내가 그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모든 걸 무너뜨리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에서 새로이 사진을 시작해보고자 했다.


성공했을까?

겨우 3주만에?
달랑 6롤 써보고?

그게 됐다면 난 이미 카멜레온같은 유명 사진작가가 되었을테지..
그저 시도해봤고, 아주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기뻐해야겠다.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또 하나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이스이콘과 시소나 50mm F1.5 렌즈의 조합은 피사체에 내 생각을 입히고 멋지게 포장하려 해도 그리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카메라가 아니다.
이 녀석들의 조합은 브레송이 라이카 바디에 50mm 단렌즈를 물려 담아낸 사진들처럼, 있는 그대로를 소박하게 보여만 줄 뿐이다.
나는 그 속에서 내가 시도해봐야 할.. 피사체가 들려주는 얘기를 담아내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내가 갈 길은 멀다.

이제 겨우 귀를 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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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이콘 이 녀석은 한편으론 그저 핑계였지만, 이 녀석 덕에 시작은 할 수 있었다.


그거면 됐다.













글을 마치며...

사용기와 리뷰 사이에서, 더 이상 리뷰가 아닌, 더 이상 매뉴얼이 아닌, 오로지 써본 느낌만을 피력할 수 있는 사용기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를 갖고 고민했습니다.
앞서와 같이..
글을 쓰는 작업마저도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노력해봤습니다.
사용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기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위에 하고픈 말을 담담하게 주절거려볼 수 있는 글로 구성해봤습니다.
제가 하고픈 바가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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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 올림푸스가 본격적으로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었나?
포써드 시스템 초기, E-1를 선보이면서 벌였던 광고를 빼면, 지금까지의 올림푸스는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벌인 적이 없었다고 본다.
왜일까?
그 답은 아마 이 새로운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PEN E-P1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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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해 별반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PEN E-P1의 광고는 얼마든지 접했을 것이다.
공중파 광고, 인터넷 배너광고, 심지어 버스 옆구리의 배너광고까지 적용해볼만한 광고 매체는 모두 이용하다시피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는, 동호회 등의 필드테스트, 블로그마케팅까지 더해져 있다.


로버트카파,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보도사진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거장이다.
그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올림푸스는 방진방적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E-1을 내놓으면서 선보인 E 시스템 광고에서 이를 응용,
‘당신의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막에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최소한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표현과 올림푸스 광고를 머리 속에서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공중파 광고 한 편이었지만,
지금의 PEN E-P1 광고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선보였던 것이 바로 올림푸스 E 시스템 광고였다.


E-1은 포써드 규격의 첫 번째 DSLR 카메라였다. 포써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규격이 선보이면서, 대단히 보수적이고, 또 고루한 사진업계에
이 새로운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쓴 것이 이런 거장의 표현을 응용한 광고다.
그리고, PEN E-P1은 올림푸스가 선보이는 마이크로포써드 규격의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라는 점에서, E-1과 닮은 점이 있다.
이쯤 되면 PEN E-P1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갖는 의미를 수긍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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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포써드는 왜 등장했을까? 이미 올림푸스는 포써드라는, 기존 135포맷 기반 DSLR 규격대비 소형화된 규격을 갖추고 있다.
꽤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구축해놓은 포써드 렌즈군도 이제는 제법 탄탄하다. 이걸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마운트 규격을 선보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모험이다. 올림푸스가 파나소닉 등과 함께 마이크로포써드라는 새로운 규격을 내놓은 것은
기존 포써드에서 미처 충족시켜내지 못한 부분을 보강하는, 환골탈태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포써드 시스템은 기존 필름 포맷 중 하나인 135 포맷 대신, 보다 작은 크기의 센서에서 광을 집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작아진 센서 크기에 따른 소형화를 추구해, 크고 무거운 필름카메라 기반 DSLR 카메라 대신, 작고 가벼우면서, 화질은 기존 DSLR 카메라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디지털카메라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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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다. 기존 135포맷 기반의 DSLR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소형화된 반면, 올림푸스 E 시스템의 플래그쉽 및 중급기는
제자리걸음 혹은 중형화되었다. 단적인 예로, 올림푸스의 최신 플래그쉽 바디인 E-3는 캐논 EOS-50D와 거의 같은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다.
E-300에서 출발해, E-420, E-520, E-620 등으로 이어진 보급형 소형 바디 라인업이야 여전히 작은 크기에의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휴대성 높은 소형 카메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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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새로운 포써드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름하여 마이크로포써드라 명명된 이 새로운 규격은 처음 포써드가 나올 때 천명했던
소형, 경량화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플렌지백을 두껍게 할 수밖에 없는 반사 기구를 없애고, 광학계를 축소해,
같은 화각의 렌즈를 보다 작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췄다.
반세기 이상을 최선의 뷰파인더 방식이라 여겨지고,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SLR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말 그대로 ‘똑딱이’가 된 셈이다.


이렇듯, DSLR 카메라에서 가장 핵심이었던 특징을 버렸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사람들에게 개념부터 정립시켜야 했던 포써드와 달리, 마이크로포써드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먼저 선보인 파나소닉 루믹스 DMC-G1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PEN E-P1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루믹스 DMC-G1은 마이크로포써드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구현했지만, 오히려 기존 DSLR 카메라와 달라 보이지 않는 외형이 관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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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루믹스 DMC-G1이 첫 선을 보이던 포토키나 2008에서 겨우 목업 형태로밖에 선보이지 못한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써드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깍두기를 썰어놓은 듯한 네모반듯한 모양, 더 자를 게 없어 보이는 매우 단순한 외형은
마이크로포써드가 지향하는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와 같은 형태의 카메라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기존 DSLR 카메라를 닮은 루믹스 DMC-G1보다 이 올림푸스 목업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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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규격 발표 후 10개월, 최초 목업이 선보인 후 9개월. 실 작동되는 올림푸스 마이크로포써드가 선보일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주기가 빠른 경우,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한 라인업이 교체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에게 이슈가 잊혀질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올림푸스와 달리, 올림푸스는 놀라울 정도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이 긴 시간을 잡아뒀다. 이를 위해 그들이 쓴 건 추억과 향수였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반세기 전인 1959년, 올림푸스는 135포맷 필름에 두 배의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하프카메라, PEN을 선보였다.
36컷짜리 135포맷 필름 한 롤이면, PEN은 72컷을 담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작고 가벼운 이 카메라는 휴대하기도 편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쓰였다.
70~80년대에 어린 아이를 키운 어른들이라면 카메라 메이커 하면 니콘, 펜탁스 등만 기억할지라도,
이 PEN을 보여주면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로 널리 보급된 것이 PEN 시리즈 하프카메라다.
PEN은 하프카메라가 갖는 묘한 매력에, 지금도 상당수가 현역기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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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는 새로운 마이크로포써드에 PEN이라는 이름을 승계했다. 보다 쉽게 휴대하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대한 가족사진사의 열망,
그것은 반세기 전, PEN이 탄생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요구조건이다. 올림푸스는 단지 이 점에 대해 홍보, 마케팅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사람들은 수긍했다.
이것이 무려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잡아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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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드디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단 2시간만에 기 약속된 1,000대의 PEN E-P1이 모조리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올림푸스가 전세계적으로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을 시작하긴 했으나, 렌즈킷이 1백만원에 육박하고, 한국의 현재 경제 형편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견해도 제각각이다. 일단 이를 장만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존 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라는 걸 조건으로 할 때, 이를 가리켜 한 때의 유행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물론,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일 이게 맞다면, 앞으로 중고 시장에 꽤 많은 PEN E-P1이 돌아다닐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DSLR 카메라가 갖는 빠른 반응속도, 높은 화질에는 PEN E-P1이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에서다. 그리고,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광 집적도를 높인 센서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크기가 작은 포써드 규격의 센서가 갖는 한계가 있고,
플랜지백을 줄여 소형화한 렌즈에서 출발하는 렌즈의 광학 해상력 문제가 있다.
풀타임 라이브뷰에서 기인하는 콘트라스트검출 방식 AF의 상대적인 포커싱 속도도 문제고,
다른 얘기긴 하지만, PEN E-P1이 갖는 셔터 딜레이 시간도 기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떨어진다.
이런 시각에서라면 PEN E-P1을 단순히 향수에 젖은 한 때의 유행으로 치부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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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마이크로포써드의 지향점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출발한 얘기다.
만일 PEN E-P1이 캐논, 니콘, 소니, 펜탁스 등, 기존 135포맷에 기반한 DSLR 카메라와 경쟁하고자 했다면, 이미 그 구상부터가 오판이다.
하지만, 앞에서 나는 마이크로포써드 규격을, 사용자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규격이라고 했다. 일부 사진가가 오판할 수는 있겠지만,
사진가들이라는 다수가 똑같은 오류를 범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리고, 올림푸스가 이 새로운 카메라에 PEN이라는 이름을 승계한 까닭도
PEN E-P1을 말함에 있어 기존 DSLR 카메라와 경쟁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대변해준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여행에서 아빠는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가족여행이지, 출사가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DSLR 카메라의 존재는 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계속 갖고 다니기도 신경 쓰이고, 카메라 이외의 다른 짐을 챙기기에도 버겁다.
카메라 때문에 아이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결국 함께 즐기러 떠난 여행에서 불만만 쌓여간다. 단적인 상황 설정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휴대가 간편한 콤팩트디지털카메라가 어울리겠지만, 작은 센서에 기인하는 제한된 운용범위와 떨어지는 화질, 느린 반응속도는
아빠사진사들의 DSLR 카메라에 대한 욕심을 잠재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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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절충적 형태가 바로 마이크로포써드의 PEN E-P1이다.
필요하면 렌즈를 바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이 가능하고, 적당히 커다란 센서는 카메라 운용 범위를 넓혀준다.
고성능 DSLR 카메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화질과 기동속도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기능이 오픈되어 있어, DSLR 카메라 못지 않은 기법을 두루 적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반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확실히 작다.
소형화된 보급형 DSLR 카메라와 비교하면 좌우 폭, 높이 등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겠으나, 미러가 사라진 PEN E-P1의 두께는 기존 DSLR 카메라들에 비해 확실히 얇다.
여기에 일명 펜케잌 렌즈라 불리는 M.주이코디지털 17mm 단초점렌즈를 마운트해두면 약간 큰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휴대성을 갖는다.
즉,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DSLR 카메라 사이의 절충안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가 바로 PEN E-P1인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장이 겨냥한 규모는 사실상 엔트리급 DSLR 카메라가 잠식하고 있는 시장 전체에 해당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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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틈새 시장을 뜻하는 표현이다. 포써드가 개척한 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닌, 기존 시장의 개혁이었지만, 마이크로포써드가 개척하려는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지금의 카메라 시장을 보다 세분화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포토키나 2008에서 선보인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써드 목업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줬고, 사람들은 이 가능성에 환호했다.
이 정도라면 마이크로포써드는 기존 포써드가 투자한 만큼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에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그 아쉬운 것은 E-P1의 기능이나 성능이 아니다.
단지 크기가 아쉽다.
목업보다 커진 크기에 대한 얘기다.
좀 더 작아질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물론 이제 시작인 셈이니, E-420이 그랬듯, 앞으로의 발전을 통해 더 작은 E-P2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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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스마트쇼핑저널 버즈 (http://www.ebuzz.co.kr)에 실린 내용의 원문입니다. 게으른 필자가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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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동, 홍제천 인공폭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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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청담대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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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꽃지해수욕장, 할배할매바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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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경특구 오다이바, 자유의여신상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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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선유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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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포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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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이틀 전, 월면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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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N타워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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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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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수대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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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5월 15일 11시. 세기P&C가 시그마 DP2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DP1에 이어 두 번째로 포베온 센서를 갖춘 콤펙트 디지털카메라인 DP2는 이렇게 정식으로 등장했으며, 그에 앞선 시점에 이미 소비자들 손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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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SD14, DP1에 이어 세 번째 포베온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포베온에 많이 익숙해졌을까.. 많이는 아닙니다만, 제법 손에 익긴 한 듯 합니다. DP1을 손에 거머쥐고, 꽤 오랜 시간을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걸 생각하면, 이 DP2를 거머쥐고, 어쨌든 사진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어낼 때까지 걸린 시간과 노력은 별 게 아니었으니까요.

이제는 이 카메라의 센서가 포베온이냐 아니냐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늘 접하기 마련인 그런 카메라로 접하기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이기에, 그보다 문제는 DP2라는, 단초점렌즈를 갖춘 콤펙트 디지털카메라의 화각 특성에 적응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겁니다. DP1에 익숙해지기 위한 조건 중 절반이 포베온, 나머지 절반이 환산 28mm라는 화각이었던 것을 상기해, 이 DP2에 익숙해지기 위한 조건은 오로지 환산 41mm라는 화각과, 환산비율 1.7배인 크롭센서의 28.8mm F2.8 렌즈에서 비롯되는 심도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신제품발표회장에서 참석한 한 매체의 기자분께서 DP2 출시에 따른 DP1의 단종 여부를 물었습니다. 엄연히 다른 화각을 가지고, 일부 개선된 부분이 있을지언정, 세대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기종이기에, DP2는 DP1의 후속기가 아니고, 따라서, 이 두 기종은 한 배를 타게 됩니다. 즉,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카메라다보니, 두 카메라를 시리즈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같은 라인업상에 둘 수는 없다는 얘기겠죠.

과거, DP1에 대한 사용기를 쓰면서, 스냅샷을 위한 카메라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 배경에는 환산화각 28mm라는, 너무 넓어 거북하지도, 좁아서 답답하지도 않은 적당히 넓은 화각이 있었죠. 그렇다면 DP2는? 환산화각 41mm를 두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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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가지 요소만 갖고, 어떤 카메라의 용도를 정의한다는 것만큼 우스운 것도 없습니다. DP1, DP2처럼 정해진 하나의 화각만 갖고 있는 경우, 이걸 갖고, 이 카메라는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용도를 정의해버린다는 건, 그만큼 그 카메라를 통해 펼쳐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을 겁니다.

DP2를 손에 거머쥐고 거리로 나가봤습니다. 우선 이 카메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도 삼청동입니다. DP1의 샘플샷을 취득하기 위해서 나간 곳도 삼청동이었고, F200EXR의 경우도 WB500의 경우도 삼청동이었습니다. 아니, 최근의 샘플샷 취득은 거의 삼청동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고자, 인사동 쌈지길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이것 또한 DP1때와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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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DP1을 쓸 때와 지금, DP2를 써서 사진을 담을 때, 결과물에 보여지는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DP1이 보다 광각이기 때문에, 촬영을 위해 좀 더 다가간다는 정도? 반대로 말하자면, DP1때와 같은 피사체를 담기 위해서는 DP1보다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죠. 평일이었지만, 휴일과 휴일 사이였던 5월 4일 오후의 인사동은 이렇게 피사체를 담아내고자 하는 거리를 확보하기엔 만만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인사동 쌈지길에서 곧바로 삼청동으로 넘어가게 된 핑계가 바로 이것이죠.

늘 가던 코스를 다시금 밟아갑니다. 늘 찍었던 피사체를 또 다시 프레임에 가두고.. 물론, 늘 찍었던 피사체지만, 담을 때마다 달라집니다. 사진의 매력이 이것이겠죠. 또한 제가 늘 찾는 익숙한 피사체를 계속 찾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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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에서 삼청지구대 쪽으로 넘어가는 길에, 새로운 까페가 생겼습니다. 먼저번에는 그냥 지나쳤습니다만, 이날은 어린 일행도 있다보니, 이 까페에서 잠시 머물렀죠. 까페 이름은 아이스샌드입니다. 이렇게 2층은 스튜디오 세트로 써도 훌륭할만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더군요. 각각의 테이블마다 서로 다른 테마의 스튜디오 세트였습니다. 천정의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도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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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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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에 이르러, 평소와는 살짝 다르게 가봤습니다. 꽃을 심고 있는 어린왕자 벽화와, 그 아래의 화단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리고 여기에서 멈췄습니다. 인사동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해, 어린왕자 벽화가 그려진 까페 앞에 도달할 때까지 약 2시간 가량, 총 촬영 컷 수는 JPEG 촬영 40컷을 포함해 총 104컷입니다. 완충했던 배터리가 여기서 바닥을 보였습니다. 화각에 익숙해지기 위해 촬영시마다 계속해서 확대리뷰 등을 계속하다보니, 촬영 컷수가 무척 줄어든 듯 합니다.

사실, 처음 DP2를 받아들었을 때 가졌던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DP1과 차별되는 DP2만의 특징이 인물촬영을 위한 카메라라는 생각이죠. 앞서 얘기한 용도 정의라는 오류를 그대로 품었던 셈입니다. 물론, DP2를 발표하면서 세기P&C에서 얘기한 것중에서도 인물촬영에 적합한 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처음에 품었던 용도 정의와는 다소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품었던 선입견은, 이 삼청동 촬영에서 사라졌습니다. 삼청동 출사 내내 사실상 인물을 찍은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오른 건, 롤라이35S를 쓸 때도, FM2에 니코르 45mm F2.8 펜케잌 렌즈를 쓸 때도 인물을 촬영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오류 하나를 내려놨으니, 좀 더 개방된 시선으로 41mm라는 화각을 고찰해볼 수 있을겁니다. 우선 이 41mm에 근접한 갖가지 화각을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건 펜탁스의 FA 리밋 렌즈들이 갖는 독특한 화각입니다. 펜탁스 FA 리밋에는 31mm, 43mm, 77mm라는 특이한 세 가지 화각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시야에 흘려 보여지는, 눈으로 (전체를) 보는, 특정 사물을 바라보는 화각이라고 합니다. 이 중 43mm는 눈으로 보는, 즉, 일반적인 시선의 화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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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콘 FM2 with 니코르 Ai 45mm F2.8P @ 남산 한옥마을 2006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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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라이 35S @ 합정동 외국인묘지 2006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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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탁스 I4R @ 인샬라 2006년 7월 23일




두 번째는 니콘의 수동 펜케잌 렌즈인 45mm F2.8P 렌즈입니다. 흔히들 표준화각이라고 얘기하는 50mm 단초점렌즈보다 넓은 화각을 갖는 45mm 화각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롤라이35에 달린 40mm 단초점렌즈와 콘탁스 I4R에 달린 환산화각 40mm 단초점렌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표준화각 렌즈로 널리 쓰이고 있는 각 사의 50mm 렌즈보다 넓은 화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표준화각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화각입니다만, 보통 50mm 단초점렌즈가 갖는 화각은 사람의 한쪽 눈이 갖는 화각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즉, 50mm로 구성한 프레임은 실제 눈으로 보는 이른바 스냅 시야각보다 좁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인사동과 삼청동을 오가면서 담아낸 사진에서 느껴지는 DP2의 화각은 어떨까요? 화각 구성에 의한 강렬한 임펙트는 눈에 띄지 않지만, 광활한 이질감도, 갇힌 듯한 답답함도 없었습니다. 즉, 보이는 그대로를 큰 왜곡 없이 담아낼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이렇다보니, DP2를 갖고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은 무궁무진합니다. 제품발표회장에서 거론된 인물 촬영 역시, DP2를 통해 담아내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습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저 역시 DP2를 미리 판단함에 있어서 인물 촬영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DP2를 실내 스튜디오 인물 촬영 및 야외 인물 촬영에 응용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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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화각 렌즈로 인물을 담는다는 건, 단순히 화각에 대해 접근함에 있어서는 매우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혀 막히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규정속도를 지키며 운전하는 것? 기술적으로는 쉽지만, 그만큼 단조로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구상하고 콘티를 짜내지 않는다면 쉽게 질릴 수 있습니다. DP2가 인물 촬영에 응용할 때 갖는 장점이자 단점이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오로지 광각 임펙트만 있을 뿐인 DP1의 광각 28mm보다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DP2가 갖는 상대적인 장점입니다.

자, 화각 얘기는 이쯤에서 접죠. 얘기를 꺼내봐야 환산화각 41mm이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환산화각 41mm입니다. 그리고, DP2에서 얘기할만한 것이 환산화각 41mm 뿐인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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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스튜디오 장비를 갖고 앞서의 인물촬영을 하고 있을 때, 자리를 함께 하신 지인 분께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순간광을 무선동조시켜서 촬영했는데요, 지인 분께서 심각하게 물어보시더군요. 스트로브가 터지는 타이밍이 늦는 것 같다고 말이죠. X 접점에 의한 무선동조이기 때문에, 타이밍이 늦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동조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실상은 이렇습니다. DP2는 크롭 환산 비율 1.7배인 대형 센서를 쓰고 있지만, 그 이외의 모든 구동계는 소위 말하는 똑딱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이 카메라의 셔터음은 미리 녹음된 음원에 의한 전자음이라는 얘기죠. 그리고, 셔터버튼을 누른 시점에서 사진이 찍힐 때까지의 시간, 즉 셔터 딜레이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인 분께서 스트로브가 늦게 터지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건, 이 셔터 딜레이시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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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게 아니라,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 역시 모델 분에게 신신당부한 게 있습니다. 카메라가 많이 느리니까, 보통 촬영때 포즈를 취하는 것보다 훨씬 길게 멈춰있어 달라고 말입니다. 뭐, 모델 분께서도 자꾸 물어보시더군요. 원래 이렇게 느린 카메라냐고 말이죠.

DP2는 반응이 무척 느립니다. 이건 DP1도 마찬가지지만, 보다 좁은 화각에, 보다 얕은 심도를 갖다보니, 전반적으로 더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게다가, 긴 셔터 딜레이로 인해 놓친 사진을 제빨리 다시 찍으려 해도, RAW 저장시간으로 인한 딜레이가 발목을 잡기 일쑤입니다. 물론, 저장되는 동안 촬영이 가능합니다만, 이것도 한계가 있죠.

두 번째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듯 DP2의 단점입니다. 시그마의 디지털카메라가 획일적으로 갖추고 있는 장점이 포베온 X3 센서에 의한 극강의 화질인 것처럼, 시그마의 디지털카메라가 획일적으로 품고 있는 단점이 바로 이런 느린 속도입니다. 그나마 DSLR 카메라인 SD14는 셔터 딜레이시간이라도 없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DP1과 DP2의 셔터 딜레이시간은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기엔 역부족입니다. 여기에 느린 AF 속도, 광량이 떨어지면 갈팡질팡하는 AF 성능도 문제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화이트밸런스도 암담합니다. DSLR 카메라와 맞먹는 좋은 센서를 가졌지만, 일반적인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들이 갖는 일반적인 단점을 그대로, 혹은 보다 확대해서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또 어떤 단점이 있을까.. 특징 하나를 얘기하다가, 단점으로 슬그머니 넘어왔으니, 이제 단점을 말하다가, 슬그머니 또다른 특징 하나로 넘어가봐야겠습니다. 무슨 얘기냐.. 바로 SPP에 대한 얘기입니다.

Sigma Photo Pro, 줄여서 흔히 SPP라고 부르는 이것은 캐논의 DPP, 니콘의 니콘캡처 등과 같은 시그마 고유의 RAW 변환 소프트웨어입니다. 무엇보다도 시그마는 RAW 촬영을 강조하고 있죠. 시그마 카메라에서 JPEG 촬영은 그저 양념이거나, 심지어 사족이라고 치부해도 될 정도로 천대받습니다. DP2에서 볼 수 있는 JPEG 결과물 품질이 결코 나쁘진 않습니다만, 시그마 디지털카메라의 진가는 RAW 촬영과 SPP의 조합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를 거론하면서 가장 큰 특징으로 얘기하는 것이 포베온 X3 센서라면, 두 번째 특징으로 중지를 모으는 것이 바로 SPP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들도 마찬가지지만, DP2에서 SPP는 후보정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카메라에 내장된 이미지 프로세서의 일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DP2의 RAW 촬영 결과물을, SPP는 노이즈를 극도로 억제하면서 계조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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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 중 후보정을 거친 사진은 무엇일까요? 어찌 보면, 이런 질문은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두고 말할 때 가장 의미 없는 질문일 것입니다. SPP를 거치지 않고는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로 찍는 의미가 없다시피 할 것인데, SPP를 통한 컨버팅 과정에서 거치는 일련의 처리 작업을 가리켜 후보정을 한 것이라고, 그래서 모두 리터칭 사진이라고 일축한다면, 이것은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를 쓰는 까닭을 강제로 무시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윗 사진들 중에서 첫 번째, 물레방아 사진에 렌즈 비네팅 효과를 넣은 것 외에는 SPP 이외의 후보정은 없다시피 합니다.


대략 보름여 간 DP2를 통해 이것저것을 담으면서 대충 정리해본 것은 이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월등히 많은 카메라, 하지만 단지 몇 개에 불과한 장점으로 인해 도저히 다른 카메라로 대체할 수 없는 카메라. 아무리 좋아봐야 그 특성은 기껏해야 1~3년쯤 전에 만들어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수준에 불과한 똑딱이, 하지만, 최신의 그 어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도 바꿀 수가 없는 똑딱이가 DP2입니다. DP1에 대한 사용기를 작성하면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당연히 나올법한 포베온 X3 센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심층 분석이 아닌 한, DP2에 어떤 센서가 쓰였다는 건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DP2는 포베온 X3 말고도 자랑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저는 환산화각 41mm라는, 매우 편안한 화각을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랑거리는 DP2가 품고 있는 눈물나는 단점들을 다 감수하게끔 해줍니다. 이것이 시그마 디지털카메라들이 가진 매력이자, DP2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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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은 건 디지털카메라를 거머쥔 후의 얘기다. 이런 저런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각종 제품사진을 찍은 것이 사진 촬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 나는 파인픽스 S2 Pro를 통해 렌즈교환식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했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진에 접근하기 시작한 건, 첫째가 태어나고, 니콘의 수동카메라, FM2를 장만하면서 부터다. 이 FM2와 Ai 50mm F1.4 렌즈만을 갖고 대략 1년 남짓, 갓 태어난 아이를 찍으면서, 사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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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내가 쓴 필름은 후지필름 리얼라100이다.

     사진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친구가 몇 롤 선물해준 필름이,

     1년여 가량,

     그것도 주로 실내에서 촬영하면서 썼던 필름이 되버렸다.

     50mm F1.4 최대개방에서 셔터속도 1/8초를 겨우 확보하고,

     이제 마구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녀석을 찍다보니,

     심도와 노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게 익혀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후로 접하는 후지필름의 모든 카메라마다, 필름의 향수에 빠져들었다. 리얼라100에 앞서, 파인픽스 S2 Pro를 손에 쥐었지만, 머릿속에 각인 된 것이 니코르 Ai 50mm F1.4 렌즈와 조합된 리얼라100의 색감, 캐논 EF 50mm F1.4 렌즈와 NPS160의 조합, 니코르 Ai 45mm F2.8P 렌즈와 조합된 프로비아100F의 조합이다. 물론, 강렬한 벨비아50의 느낌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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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on FM2 with Nikkor Ai 45mm F2.8P, Fujifilm Provia 100F. Minolta Dimage Scan Elite 5400 II Self Scan


올해 들어서는 아직 뜸하지만, 삼청동으로의 나들이는 몇몇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다. 특히, 외근 업무차 시내로 나왔다가 잠시 돌아보는 평일 낮의 삼청동은 주말의 북적대는 삼청동과 다른, 정적인 매력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매우 맑은 날이긴 하지만, 아직은 스산한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이른봄이다. 삼청동의 원색적인 인공물에서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FM2를 들고나섰다면, 카메라에는 벨비아가 넣어져 있었을 게다.

이번에 거머쥔 카메라는 파인픽스 F200EXR이다. 여기에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 기능은 이 카메라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가 해당 필름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번에는 당연히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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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다. 설정에서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프리셋으로 지정했을 뿐이다. 이것이 각각의 필름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같은 수는 없을 것이다. 벨비아모드, 프로비아모드, 아스티아모드 모두 마찬가지다. 그냥 단순히 비유적으로 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색 재현에 충실한 프로비아 필름을, 카메라의 가장 기본적인, 가공되지 않은 설정에 빗대어 적용하고, 원색의 발색이 강렬한 벨비아 필름을,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높인 프리셋에, 부드럽게 퍼지는, 소프트한 맛이 있는 아스티아 필름을 이른바 소프트 모드로 적용한 것이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다. 즉, 내가 원색 대비가 강한 상청동 인공물에 대한 촬영에서 벨비아 모드를 선택했다는 것은 벨비아 특유의 고채도와 높은 콘트라스트를 기대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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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도서관에서 삼청지구대로, 삼청공원 방면으로, 다시 베트남 대사관 옆을 지나, 북촌 한옥마을 방면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낡은 대문, 까페, 간판, 벽화, 쇼윈도 및 이런저런 장식 등을, 주로 28mm 최대 광각으로 프레임에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28mm 광각은 삼청동을 관통하는 주도로에서 광각의 시원시원한 임펙트를, 감사원으로 향하는 골목의 좁은 공간에서 충분한 화각을 선사해줬다. 센서가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최대 광각에서의 촬영이 다소간의 왜곡을 수반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 왜곡 없이 사진을 담으려면 TS렌즈가 있어야 할 것이니, 적당히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그냥 포토샵에서 곱게 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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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깨끗한 하늘은 벨비아 필름이 갖고 있는 특유의 높은 채도와 부합해 매우 강렬한 사진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또 그렇게 강렬한 사진이 아니었다.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다. 최종적으로 웹상에 쓰는 사진은 결국 후보정에서 콘트라스트를 조절해, 생각하는 정도의 대비를 구현했다. 그런데, 이걸 가리켜 무조건 실망할 것은 아니다.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라 하더라도, 초창기 후지필름 카메라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와 비교할 수는 없다. 최종 결과물에서 보여지는 채도와 대비가 같은 수준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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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픽스 F200EXR이 갖는 다이내믹 레인지는 어지간한 프로급 DSLR 카메라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즉, 명부가 하얗게 날아가지 않고, 암부 또한 까맣게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은 또 하나의 딜레마를 낳는다. 명부가 완전히 하얗고, 암부가 완전히 까맣다는 건, 사진 속의 명암대비가 극명함을 의미하며, 이런 사진은 강렬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 강렬해 보인다는 건, 보여지는 차이가 있지만, 벨비아 필름의 특성과도 같다. 반대로, 명부와 암부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건, 그만큼 강렬한 명암대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니, 명암대비를 통해 강렬한 효과를 주는 사진은 또 아니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실망한 벨비아 모드의 콘트라스트는 파인픽스 F200EXR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다이내믹 레인지와 관련한 특징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강렬한 명암대비에 따른 강한 느낌 대신, 명부와 암부의 극심한 노출차에도 불구하고 살아나 있는 디테일, 그리고, 그 암부 표현에 수반되는 노이즈의 정도를 본다면, 기존의 강렬한 느낌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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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을 뒤로 하고, 낙원상가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서 잠시 쉰 뒤, 해가 넘어갈 무렵에 청계천으로 나왔다. 청계천을 수놓는 물의 흐름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싹을 석양의 역광 하에 담아볼 생각에서다. 아직 해가 넘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청계천을 흐르는 물의 흐름을 담았다. 파인픽스 F200EXR의 매뉴얼 노출 모드는 이럴 때 편리하다. 물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선 장노출이 필수, 몇 차례의 재시도가 있긴 했지만, 파인픽스 F200EXR의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은 이런 흔들림을 잡아주는데 효과를 발휘한다. 담아낸 물 흐름의 노출 시간은 1/4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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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싹에 초점을 맞췄다. 강한 태양광 하에서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이건 콘트라스트 AF 방식을 취하고 있는 모든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초점을 잡고 촬영된 사진에는 내장 플래시의 부드러운 광이 섞여 만족감을 더했다. 슈퍼 i 플래시라는 것에 별다른 값어치를 두지 않고 있었지만, 이 사진을 통해서 본다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내장 플래시의 성능보다는 한층 발전된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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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쉰 시간을 제외하면 약 2시간 반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 거리출사였다. 뭐, 출사라기 보다는 작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하나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여기저기 배회한 거라고 보는 편이 옳겠다. 기대했던 벨비아의 강렬함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벨비아의 느낌을 못 살려낸 것도 아니다. 구태여 원하는 강렬함을 얻어내겠다면, 어차피 사이즈를 조절해야 할 것, 리사이즈 후보정 과정에 커브값 조절을 넣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후보정 과정에서 날아간 명부나 암부를 살려내지는 못한다. 즉, 약간의 귀찮음이 더해진 반면, 얻은 것은 더 많다는 얘기다. 작은 크기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수준의 성능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파인픽스 F200EXR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 주는 가능성은 그 수준에 거의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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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DCM 5월호 별책인 COMPACT DCM 원고작업과 더불어 작성해봤던 사용기입니다. 타이틀 이미지 두 컷은 DCM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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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쓰고 있는 데스크톱이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합니다. 많이 느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고장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일전에 손에 넣은 엑스노트 R410으로 완전히 교체해야 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대공사가 한 차례 있어야 할 듯 하군요.

문제는 저장공간입니다. 데스크톱에는 4개의 크고 작은 하드디스크가 들어가 있고, 사진 저장을 위해 eSATA로 연결한 외장 하드디스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2.5인치 외장 하드디스크를 별도로 들고 다니면서 씁니다. 촬영시에 쓰는 메모리 백업장치는 또 별도입니다.

하지만, 엑스노트 R410의 내장 하드디스크는 320GB짜리 하나 뿐, 데스크톱을 대체하기 위한 용량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이미 쓰고 있는 하드디스크 용량만 1TB를 훌쩍 넘어 있으며, 사진 저장용으로 쓰는 eSATA 하드디스크는 500MB가 꽉 차서, 최근 사진은 다른 하드디스크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데스크톱의 외장 하드디스크야 eSATA 브라켓을 증설하면 되지만, 노트북에 달린 건 오로지 하나 뿐입니다. 그나마도 USB 단자와 겸용이어서, eSATA를 쓰면 USB 단자는 단 2개만 남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2개의 USB 중 하나는 허브를 물려 이런 저런, 전원 공급이 필요치 않은 장치를 써야 하고, 다른 하다는 허브 없이 직결해야 하는 민감한 USB 장치를 연결해야 합니다. 방법은 오로지 유선 랜포트를 활용하는 것 뿐이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NAS입니다. 일단 수중에 넣은 것은 새로텍의 NetBox라는 제품, 하나의 하드디스크가 들어가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네트워크 하드디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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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 Box는 작은 포토북처럼 생겼습니다. 여러 개를 쓴다면 마치 책장에 책을 꽂아놓은 듯 배치해도 괜찮겠군요. 두께는 4cm입니다. 단독으로 세워놓고 쓰기엔 살짝 불안하기도;; 제 책상 위가 많이 번잡스러워서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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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이더넷 외에도 USB로 연결할 수 있는 단자, USB Host 단자가 더 있습니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니, 거꾸로 놨었군요...ㅡ.ㅡ;;
별도의 전원 스위치가 있고, 리셋, 이니셜라이즈 버튼이 갖춰져 있습니다. 네트워크 스토리지의 특성상, 컴퓨터가 동작하고 있지 않더라도,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서 어떻게든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켜져 있어야겠죠. 하지만, 이걸 꺼놓을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이런 전원 스위치가 없는 모델이 있던데, 개인적으로 그런 제품들은 비호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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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는 500GB짜리입니다. 일단 500GB짜리로 얼마간 써보고,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1TB로든 용량 확장해야겠습니다. 요즘은 뭐, 500GB 채우는 건 금방이더군요...ㅡ.ㅡ;; 공연촬영 한 번 나가면 일단 12GB는 기본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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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스토리지인 관계로, 네트워크상에서 스토리지를 찾아야 합니다. 기본은 자동 연결이지만, 최초 사용할 경우, 하드디스크가 포맷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이렇게 함께 제공되는 내비게이터 유틸리티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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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로의 로그임은 이렇게 웹브라우저를 통합니다. 관리자 화면을 가볍게 만든 건 좋지만, 보기는 좀 별로네요;; 요즘 컴퓨터들, 사양들도 어지간한데, 화면 좀 고급스럽게 만들지... 쩝;;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몇 가지 설정을 건드려놨습니다. 그냥 관리자 모드 로그인 암호만 바꾸고, 저장 공간으로의 접근은 완전히 열여뒀죠. 단, 이걸 오튼된 무선공유기를 통해 구성된 네트워크에 물려놨다면, 접근 암호 정도는 걸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지금은 사무실에서 임시로 연결해놓은 것이라, 별다른 처리를 안했지만, 집에 가서 완전히 설치하고 나면 접근 권한을 규정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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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스토리지는 속도가 얼마나 나올까요? 뭐, 말하자면, 연결된 네트워크 품질에 따릅니다. 요즘 하드디스크들이야 외부 전송속도가 이미 기가비트 이더넷의 그것을 훨씬 상회하니, 네트워크 속도만큼 나온다고 간주하면 되겠죠. 그냥 궁금하던 차에 ATTO를 한 번 실행해봤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Net Box의 속도가 궁금한 게 아니라, ATTO로 이걸 속도측정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랄까....ㅡ0ㅡ;;

지금 Net Box를 물려둔 상태는 이렇습니다. 제 자리에 기가비트 허브가 있고, 이 허브를 통해 데스크톱이 연결되어 있죠. Net Box도 여기에 물려놨습니다. 다만, 허브에서 데스크톱으로 가는 케이블은 UTP, Net Box가 물려 있는 케이블은 함께 제공된 STP입니다. 결국 제 컴퓨터와 Net Box의 연결은 UTP 라인, 최대 전송 속도가 이론상으로 100Mbps에 불과합니다. 위 결과에서도 보면 최대 읽기 속도가 11.76MB/s, 환산하면 94Mbps에 불과합니다. 일단 제대로 설치해서 속도 내려면 STP 케이블을 하나 더 구해서 써야겠습니다. 100Mbps라면 USB 2.0보다도 느린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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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1541은 짓조 삼각대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요소를 총망라한 경량 삼각대입니다. 이 삼각대는 작고, 가벼워 휴대가 편리하면서도, 펼친 높이가 높아 활용성이
뛰어나고, 최대 지지하중 또한 만만한 성능이 아닙니다. 보통 삼각대를 계륵이라고 표현하죠. 휴대가 편한 삼각대는 그 펼친 크기가 작고, 지지하중이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좀 쓸만한 높이와 지지하중을 갖는다면 접은 크기가 크고, 무게 또한 갖고 다니기 거북하곤 합니다. 이런 상반된 두 요소를 적당한 선에서 잘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GT1541입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삼각대들이 갖추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대부분 망라되어 있습니다. 스파이크가 없습니다만, 삼각대가 갖는
본연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어설픈 스파이크를 갖추느니, 차라리 없는 편이 낫습니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삼각대들에 비해 심하게 비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겠습니다만, 적어도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 짓조 삼각대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넷북 하나 장만할 만큼의 비용을 투자해 이 GT1541을 고른 까닭입니다.


그나저나...
나름 이유가 있어 갖고 있던 GT1541T를 결국 마눌에게 빼앗겼군요. 제 손에는 GT1541이..
난 GT1258LVL이 있는데... ㅠㅠ
이걸 어쩌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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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사진기자재전에서 National Geographic CI가 새겨진 숄더백을 발견하고는, 이튿날 다시 찾아가,
그 자리에서 구입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NG2475, 꽤나 커다란 이 가방은 당시, EOS 1D로 기변하면서, 맞는 가방이 없어져버린 저에게 단비와도
같았으며, 이후 몇 달간, 이 가방에 의지해 다녔었습니다. 다만, 이 가방이 너무 컸던 관계로, 저는 약 1년쯤 후에 라인업에 추가되었던 NG2345를 추가해
간편히 들고 다녔었습니다. 지금이야 뭐, 워낙 다양한 가방을 가지고 있는지라, 쓰는 빈도는 많이 줄었죠.

처음 National Geographic 가방을 발견했을 때,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떠든 얘기는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단지 NG 로고 하나 때문에라도
걸어만 놓아도 뽀대가 장난이 아니라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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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방의 크기는 간단히 꾸려 나갈 때 썼던 NG2345와 비슷합니다. 제 카메라는 EOS 1D Mark III, NG2345를 쓸 때는 EOS 1D Mark2N이었으니,
그 당시와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즉, 이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장비는 그저 바디에 표준렌즈 하나 정도로 끝이라는 얘기죠.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제 장비가 아닌, 와이프의 장비를 넣을 것이라는 조건이 깔립니다. 와이프의 카메라는 EOS 40D, 보통은 EF 35mm F2.0 단렌즈 하나만 물려서 다니니,
이 가방의 수납공간은 너무 넉넉해서 탈일 정도죠.



일단 얼마나 수납할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단순한 형태의 소형 숄더백이니, 이 가방의 실용적 고려 요소는 이와 같은 수납 효율과 착용감으로 함축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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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방에 넣었던 카메라 장비들입니다. 와이프의 EOS 40D가 수중에 없는 관계로, 마침 자리에 계셨던 지인 분의 EOS 5D를 갖고 장비를 꾸려봤습니다.
EF 17-40mm F4.0L 렌즈를 마운트한 EOS 5D, 칼자이스 플라나 T* 1.4/85mm ZE, 옴니바운스를 장착한 Speed Light 580EX, 넥스토 익스트림 ND2700,
NKC 화이트밸런스 필터,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 AA배터리 1조, 메모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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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개에 갖춰진 두 개의 포켓 중 하나에 NKC 화이트밸런스 필터를 넣습니다. 원래는 꽃분홍색(??)이 포인트인 재킷을 함께 넣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이게 좀 뻑뻑하니, 결국 포기하고, 필터만 넣었습니다. 별도의 효과 필터 등을 갖고 있지 않아 생략했습니다만, 반대편 포켓에 편광필터 혹은 ND필터 등을
넣으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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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Walk About 시리즈, 사람에 따라 익스플로러 시리즈가 더 낫다, NG스럽지 않다 등의 악평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기존 익스플로러 시리즈를 선호하든, Walk About 시리즈를 선호하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National Geographic 가방에 관심을 갖고, 소유하려 한다는 건
제조사 혹은 공급사 입장에서 분명히 좋은 일일 겁니다.

저는 둘 다 괜찮습니다만, NG2345와 이 NGW2140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NGW2140에 손을 들어줄 겁니다.
문제라고 지적했던 손잡이가 달려있다는 점, 저나 와이프가 주로 서식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도시인 점이 그 까닭입니다.
물론, 보다 높은,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압박이긴 합니다만, National Geographic 특유의 빈티지 스타일과 어반 스타일 색상의 결합에서 오는
캐주얼한 분위기는 Walk About 시리즈가 갖고 있는 꽤나 대중적인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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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지난 해 초던가? 얼핏 본 기사 중,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DSLR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했다는 게 있었던 듯하다. 각 브랜드에서 중급 이상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수준에 육박하는 저가 DSLR도 등장했다. 다소 덩치가 있는 하이엔드급 디지털카메라를 사느니, 기본렌즈가 포함된 저가 DSLR 카메라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DSLR 카메라는 대중화되었다.

아마 DSLR 유저 수가 어림잡아도 100배는 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늘어난 100배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잠깐의 장비병 정도에 머무르기 일쑤다. 보통 이들은 너무나도 식상한 이유를 갖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한다. 미혼남성은 여자친구 혹은 애인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기혼남성 및 여성은 아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동기는 나 역시 공감하는 바이다. 이미 결혼한 후 DSLR 카메라를 장만했던 나는, 카메라 구매 동기가 아이 때문은 아니었지만,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순간 포착 능력으로 인해 몇 달 지나지 않아 태어난 첫째 녀석을 담는데 DSLR 카메라를 썼어야 했다. 그리고, 이 녀석이 자라,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할 때는 취재용 DSLR 카메라에 고성능 망원렌즈를 마운트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아이를 찍으려고 북새통을 이루는 다른 부모들을 뒤로 한 채, 뒷좌석에서 느긋하게 앉아 편안히 사진을 건졌다.

하지만, 이런 DSLR 카메라가 사진의 모든 것을 소화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여전히 시장에 있고, 수량으로 따지는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절대 다수에게 있어서 사진이란 어떤 보조적인 요소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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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UU WB500, 이 투박한 녀석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카메라다. 거대한 DSLR 카메라가 갖지 못한 몇몇 요소들, 그것을 해소하면서, DSLR 카메라가 가진 장점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단계가 어떤 것인지, VLUU WB500은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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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UU WB500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 열이면 열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 135포맷 환산 화각 24mm에서 시작하는 시원시원한 화각, 그리고, 최대 망원 240mm까지 당겨지는 광학 10배 줌일 것이다. VLUU WB500이 가진 특징이 단지 이 두 가지 뿐이라 하더라도, VLUU WB500이 보여주는 효과는 충분히 크고도 남는다. 심지어 135포맷 카메라의 고성능 교환렌즈들 가운데도 24mm 광각에서 시작하는 슈퍼줌렌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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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mm가 갖는 화각은 대략 84도 정도다. 어지간한 까페에서 마주 보고 앉은 친구를 넉넉하게 담아낼 수 있다. 단지 친구만 담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놓인 커피잔 등, 주변 소품까지 한꺼번에 시원시원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게 24mm라는 화각이다. 아주 광활하고, 그래서 왜곡이 강하게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포인트가 강한 사진을 제공해주는 화각이 24m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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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화각은 특히 아이들 사진에서 재미를 선사하는 소위 대두샷 놀이에도 적당하다.


보다 넓게 담을 수 있을수록 제대로 사진을 담기 위해서 피사체에 보다 접근해야 한다. 즉, 접근할 수가 없는 피사체를 찍어야 할 경우라면 불리하다는 얘기다. 최근 약 1년여 간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추세가 광각 강화였는데, 이리 하여 나온 24~5mm 광각에서 시작하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일반적인 망원 화각은 100mm 부근에 그쳤다. 앞서 말한 어린이집 재롱잔치에서의 부모들, 단지 100mm 수준에 불과한 망원으로 아이들을 찍기 위해 그렇게도 가까운 곳에서 서로 자리싸움을 했던 것이겠다.

VLUU WB500이 갖는 10X 광학줌은 이런 문제까지 소화해낸다. 환산화각 240mm, 교환렌즈에서야 아주 대단한 화각은 아니지만, 휴대가 간편한 담배갑 스타일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 240mm라는 건 간단한 망원 성능이 아닐 것이다. 내가 뒤에 자리잡고 앉아 아이를 담았던 카메라는 캐논 EOS 1D Mark III, 렌즈는 EF 70-200mm F2.8L이다. 최대 망원에서의 환산화각은 260mm 가량, VLUU WB500의 최대 망원으로도 이런 위치에서 얼마든지 여유 있게 담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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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컷은 근접할 수 없는 담 너머의 피사체를 WB500의 망원줌을 이용해 촬영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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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mm의 광각, 그리고 240mm의 망원. 이 두 가지만 갖고도 VLUU WB500을 말하기는 충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DSLR 카메라를 사고자 하는 예비아빠, 엄마의 핑계를 불식시킬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갖난아기를 찍지 못하는 까닭은 화각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는 아기의 풍부한 모습을 담아내기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 셔터 딜레이시간, 포커싱 속도가 형편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럼 VLUU WB500은 이걸 해소하고 있는가? 아니다. 해소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한다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들의 평균적인 포커싱 속도, 풍부한 광량에서는 매우 짧은 셔터 딜레이를 갖지만, 광량이 떨어지면 눈에 띄게 길어지는 딜레이 시간은 DSLR 카메라에 미치지 못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지만, 적어도 VLUU WB500의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은 어지간한 DSLR 카메라 뺨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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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UU WB500에서 설정할 수 있는 감도는 최저 ISO 80부터 최대 ISO 3200에 이른다. 어지간한 DSLR 카메라보다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감도 범위다. 다만, 고감도를 지원하더라도, 실제로는 노이즈가 너무 많고, 결과물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으나 마나한 경우가 많은데, VLUU WB500의 고감도는 ISO 1600에서도 꽤 쓸만한 수준에 이른다. 비슷한 크기의 센서를 가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들이 실용적으로 쓸 수 있을만한 감도 한계가 대략 400, 좋아도 800을 전혀 넘지 못한다는 걸 감안하면, VLUU WB500의 노이즈 억제력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마음놓고 높일 수 있는 감도값은 주로 실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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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집 재롱잔치로 상황을 옮겨보자. VLUU WB500을 들고 느긋하게 뒤에 앉아서 240mm 망원으로 우리 아이의 공연을 사진에 담는다고 가정하자. 최대망원에서의 조리개값은 F5.8로, 최대광각 대비 광량이 약 1/4에 가깝지만, 감도를 1600에 뒀기에 어지간히 열악한 조명 환경이 아니고서는 셔터속도를 수동모드로 대략 1/200초 정도로 확보한 후 촬영이 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면 아이의 움직임을 완전히 잡아낼 수는 없어도, 움직임이 급하지 않은 중간 중간의 모습을 제법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240mm 화각에 기인하는 촬영자의 손떨림이 복병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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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초. 핸드헬드로의 촬영이지만, 광각 24mm에 이중 손떨림 보정을 통해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VLUU WB500은 촬영시의 손떨림으로 인한 사진 실패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광학식 손떨림 보정인 OIS와 디지털 보정 방식을 통한 손떨림 보정인 DIS를 동시에 적용했다. 만일 피사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VLUU WB500을 통한 촬영은 1/4초 가량의 노출값에서도 흔들림이 크게 억제된 사진을 얻어낼 수 있다. 위의 재롱잔치라면, 부모는 아이의 움직임으로 인해 버리는 사진은 있을지언정, 자신의 손떨림으로 인해 버리는 사진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VLUU WB500의 장점은 그 밖에도 다양하다. 사진에 분위기를 더하는 스타일 기능, 원하는 구도를 미리 설정해, 누군가에게 촬영을 의뢰하더라도 원하는 구도대로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레임 가이드 기능, 요즘 많이 적용되고 있는 얼굴 인식기능에, 추가로 밝기 등을 조절해 인물을 보다 화사하게 나오도록 해주는 뷰티샷기능, 눈을 감는 바람에 버리는 사진을 막아주는 눈깜빡임 검출 기능까지, VLUU WB500은 촬영자가 사진을 찍음에 있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요소를 극단적으로 억제하고, 그저 편안하게 사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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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VLUU WB500은 너무나도 좋은 카메라다. 시원한 광각에서부터 상당한 수준의 망원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대형 센서의 DSLR 카메라 뺨치는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 강력한 손떨림 보정 및 다양한 편의기능을 갖추고, 다소간의 부피는 있지만, 콤팩트한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건 완벽에 가깝다고 칭송할 수밖에 없을 요소들이다.

그렇게 완벽한 카메라일까? 그건 아니다. 좋은 카메라지만, 불만사항이 없을 건 아니다. 24mm 광각에서 시작하면서도 광학 10배줌이 가능하도록, 상대적으로 큰 렌즈를 채용했지만, 다른 10배줌 카메라들과 달리 경통 가변 폭이 무척 적다. 휴대성 등에서 본다면 대단히 좋은 요소다. 하지만, 이것은 달리 말하면 화질 열화를 동반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VLUU WB500의 화질은 최대 광각인 24mm에서 가장 좋고, 최대 망원으로 근접할수록 화질 열화가 심해진다. VLUU WB500의 240mm에서의 화질은 안타깝게도 열화로 인한 소프트함이 제법 보인다. 특히 이 소프트함에 관한 문제는 VLUU WB500의 기본 화질 자체가 상대적으로 소프트함이 있기 때문에 더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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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몇몇 DSLR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기능이 추가되었지만, 부가기능으로 동영상 촬영 기능이 들어간 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월등히 앞선다. 심지어 어떤 디지털 카메라는 스틸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스틸 카메라보다, 메모리 저장 방식의 캠코더로 더욱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최근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들은 대부분 HD급 화질의 동영상 촬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VLUU WB500도 예외가 아니다. VLUU WB500은 H.264 포맷의 720p 동영상을 30fps로 촬영할 수 있다. 게다가 촬영 중 주밍도 가능하다. 마이크 감도도 제법 쓸만하다. 마이크는 스테레오이며, 이어 찍기, 동영상 추출, 이미지 캡쳐 등 편의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구태여 캠코더를 따로 장만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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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 가량, 이 녀석을 갖고 이런 저런 촬영을 시도했다. 연말연시의 바쁜 시기였던 탓에, 광량이 풍부한 환경에서 이 카메라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사진 품질을 얻어내 볼 기회는 단 하루 정도에 그친다. 대부분의 촬영 환경이 일과가 끝나고 해가 떨어진 저녁시간이었다. 그래서 VLUU WB500의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이 더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낀 VLUU WB500은 꽤나 만족하며 쓸 수 있는 카메라라는 것이다. 물론, 얻어지는 결과물이, 요즘의 통상적인 디지털카메라 촬영 사진과 달리 전반적으로 소프트한지라, 다른 카메라를 쓰다가 이걸 접했을 때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풍부한 색감과 그 속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이런 어려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을만한 값어치를 선사한다.

서두에서 나는 VLUU WB500이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카메라라고 했다. 이 카메라가 선사해주는 값어치는 바로 이 가능성을 실감하게 해준다. 가능성은 DSLR 카메라와의 성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 녀석이 보여준 가능성이 현실이 될 때, 예비 아빠, 엄마들의 시선을 DSLR 카메라가 아닌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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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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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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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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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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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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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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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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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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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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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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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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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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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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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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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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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옆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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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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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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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응봉산에서 바라본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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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볼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전입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안전 보강장치나, 기술 등을 통해 많은 자동차들이 안전에 관한 한 상향평준화를 이뤄가고 있지만, 이 안전에 관한 기술에 있어서 볼보는 그 시작점을 차지하고 있다시피 하죠. 이런 이미지는 사실상 볼보의 자동차 개발 이념이기도 합니다. 볼보가 지금까지 꾸준히 만들어온 자동차들은 흔히 얘기하는 남성적인 멋과는 다소 거리가 있죠. 이들에게 있어 자동차는 사람의 발을 대신하는 실용적인 탈 것이지, 속도를 즐기고, 남에게 과시하는 그런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바탕을 차치하고 볼 때, C30는 참 어정쩡한 모델입니다. 볼보는 이 특이한 녀석을 쿠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걸 가리켜 쿠페라고 한다면 언뜻 갸우뚱할 사람이 꽤 많을 듯 합니다.

쿠페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보도록 하죠. 두산백과사전에 나와있는 쿠페의 정의는 2인승 세단형 승용차입니다. 어원은 마차의 마부석이 외부에 있는 2인승 4륜 마차라고 하는군요. 정확한 의미는 2인승 세단형 승용차지만, 최근에 와서는 승차 인원에 상관없이 문이 두 개 달리고, 지붕이 낮으며 날렵한 형상을 취하고 있는 차량을 가리켜 부르는 말로 전용되어 부른다고 합니다. 보통은 2도어의 스포츠카 혹은 스포츠카 형식의 승용차를 가리키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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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상으로 C30은 쿠페가 맞습니다. 물론, 뒷좌석이 있는 4인승 승용차지만, 두 개의 문짝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지붕이 낮죠. 하지만, C30의 외형적 특징은 흔히 얘기하는 쿠페들과 많이 다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쿠페형 승용차인 투스카니나 티뷰론보다는 87년 출시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3도어 프라이드와 더 닮았습니다. 프라이드를 위에서 꾸욱 눌러놓은 형상이라고나 할까요?

이렇듯, 흔히 회자되는 쿠페와는 다소 동떨어진 구석이 많은 쿠페이다보니, 차량이 갖고 있는 이미지, 특징 등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앞서 얘기한 속도를 즐기고 남에게 과시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 스포츠카라는 표현 대신 쓰곤 하는 쿠페의 일반적인 표현이라면, C30은 보통 해치백 스타일의 승용차들이 갖는 실용성 위주의 면모를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스포츠카의 날씬하게 빠진 C필러로 인해, 뒷좌석 헤드룸이 낮아, 사람의 탑승에 불편을 초래하고, 트렁크 공간이 좁아진다는 단점은 C30에서는 그저 다른 자동차 얘기일 뿐입니다. 유선형을 취하고 있지만, 다소 어정쩡하게, 심지어는 뻗다 만 듯한 라인은 멋스러움 대신, 뒷좌석의 실용적인 탑승 공간과, 넓직한 트렁크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수의 해치백 차량들처럼, 뒷좌석 시트를 폴딩하여 트렁크 공간을 극대화할 수도 있으니, 스포츠카보다는 다목적 패밀리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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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달리기 성능에 있어서는 다른 볼보 승용차들과 확실히 다릅니다. 시승한 차량은 C30중에서도 독일의 튜닝 브랜드인 하이코사에 의해 드레스업된 C30 T5 HEICO SPORTIV라는 모델인데요, 최고속도 근처인 200여 km/h에 이를 때까지 여유 있게 치고 올라가는 넉넉한 힘,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이 가져오는 밀착감 및 코너링에의 여유는 확실히 스포츠카에서 맛볼 수 있는 특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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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0 T5는 저압터보가 얹혀진 직렬 5기통 2500cc 가솔린 엔진이 얹어진 모델입니다. 5기통이라는 기통수가 꽤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유럽쪽의 엔진들은 연소실의 크기와 배기량, 출력의 상관관계에 의해 흔히 볼 수 있는 4기통 6기통 8기통 엔진이 아닌, 이런 독특한 기통수의 엔진을 많이 씁니다. 이를테면 90년대 초반 등장해 장수한 모델인 쌍용 무쏘에 얹혀진 엔진 역시 직렬 5기통 2900cc 디젤 엔진으로, 벤츠에서 개발한 것이죠. 그보다는 저압터보라는 점이 좀 더 눈에 들어옵니다. 일반적으로 터보라고 얘기하는 것들은 보통 고압터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터보차저를 통해 엔진 출력을 높여, 가속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저압터보는 특성이 다릅니다. 출력을 증가시키는 고압터보와 달리, 저압터보는 전 영역에서의 토크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즉, 저압터보는 주행하는 내내 꾸준히 힘을 더해준다고 얘기할 수 있죠. C30 T5의 제로백은 오토밋션 모델에서 제원상 7.1초, 확 치고나가는 맛은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최고 속도까지 뚝심 있게 꾸준히 올라갑니다. 폭발적인 가속력에서 맛볼 수 있는 쾌감은 없지만, 답답함 없이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맛은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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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0 T5 모델에는 205/50R17 규격의 타이어 및 17인치 휠이 들어갑니다. C30 T5 HEICO SPORTIV에는 보다 높은 접지력을 제공해주는 225/40ZR18 규격의 타이어 및 18인치 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C30 자체만으로도 단단한 승차감 및 안정적인 코너링 성능을 맛볼 수 있지만, C30 T5 HEICO SPORTIV는 이런 성능을 더욱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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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0 T5 HEICO SPORTIV에서 휠과 타이어를 제외하면 하이코사의 튜닝은 달리기 성능과 사실상 무관합니다. 튜닝이라는 표현 대신 드레스업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C30 T5 HEICO SPORTIV의 기존 C30 T5 대비 특징은 멋입니다. 라지에터 그릴, 사이드미러, 파킹브레이크레버, 실내 잠금장치, 패달 커버, 매트 등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하이코 드레스업 파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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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맛을 보다 살려낸 C30이지만, 역시 볼보는 볼보입니다. 볼보 특유의 안전에 관련한 사양들은 C30에서도 빠지지 않았죠. 최근의 볼보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안전에 관한 요소로 사람들은 BLIS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습니다. BLIS는 일정 범위 내에 위치해 있는 타 차량을 센싱해 알려줌으로써 주행중 차선변경시 겪을 수 있는 접촉사고 등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끔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C30에서도 이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죠. 그 외에도 미끄럼 방지 시스템인 DTSC, 지능형 운전자정보 시스템인 IDIS, 급제동 보조장치인 EBA를 통해 보다 쉽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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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미연에 예방해주는 시스템이 BLIS, DTSC, IDIS, EBA라면,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인 SIPS, 경추 보호 시스템인 WHIPS, 안전벨트의 장력을 조절해 승객의 안전을 도와주는 프리텐셔너, 2단계 에어백 및 커튼 에어백, 충격 흡수식 스티어링 휠 등은 사고로부터 탑승자를 최대한 보호해주고자 하는 장치들입니다. 볼보 이미지에서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고로 대파된 구형 볼보의 측면 사진이었는데요, 앞의 엔진룸 부분, 뒤의 트렁크 부분이 아예 사라지다시피 했을 정도로 심하게 압축된 상태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캐빈은 전혀 변형 없이 온전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지, 충격은 범퍼에서 흡수해주고, 외형의 변형이 최대한 적은 차량이 안전한 차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볼보의 차량 설계는 차체가 변형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였고, 이런 특성은 이제 사고로부터의 안전을 위한 차량 설계에서 기본이 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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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유일하다시피한 쿠페 모델인 C30, 이 독특한 자동차는 볼보의 자동차 개발 이념과 일반적인 쿠페형 자동차에서 맛볼 수 있는 성능 사이의 괴리감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볼보 승용차에서 볼 수 없는 스포티한 달리기 성능을 맛볼 수 있으면서도 다른 볼보 자동차들이 보여주고 있는 특유의 실용성, 그리고, 볼보의 전매특허인 안전성을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C30 T5 HEICO SPORTIV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마치 애프터마켓에서 드레스업한, 차분함과는 거리가 있는 볼보같지 않은 매력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난히 세단을 선호하는 우리 나라에서 이 C30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고, 또, 얼마나 인기를 얻어낼 수 있을까는 의구심이 듭니다만, 이른바 자동차를 바라보는 외향적인 요소와 실용적인 요소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C30은 충분히 매력적인 자동차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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